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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5장. 시민대학건설을 위하여
저자 박정원(상지대학교)


                               45장. 시민대학건설을 위하여

 

 


4월 26일(월) 농성 245일째 「직위해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승리

  27일 지방법원 O지원에서 대표 3인의 ‘교수직위보전 및 급료청구가처분’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왔다. 우리 대표 3인이 채권자로서, 그리고 지역의 박모 변호사가 김문기재단의 대리인으로서 참여했다. 결과는 직위해제 처분은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효력을 정지한다는 것이었다. 이로서 일단은 한 숨을 돌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명예훼손 재판은 얼마나 더 갈지 알 수 없었다. 이날 교협의 전체회의에서는 현 이사진의 퇴진과 관선이사 파견을 위한 서명작업에 돌입하는 문제가 논의되었다. 우리 보다 앞서 총학이 관선이사 파견을 요청하는 서명을 먼저 하고 있었다.

 

  29일 경상대 교수 명의로 재단퇴진과 보직사퇴를 요구하는 결의문이 나왔다. 여기에 서명한 사람은 박모,신모,김모,한모,장모,김모,김모,김모,정모,배모,김모,이모,한모,홍모,임모,최모 교수 등이었다. 이 분들 가운데 농성에 동참한 분은 없었다. 그리고 갈래도 여러 가지였다. 명확히 재단측 인물로 분류되는 사람으로부터 우리와 심정적으로는 일치하는 분에 이르기까지. 이 분들 중에는 이미 고인이 된 사람도 있고, 그 후 주요보직을 맡은 분들도 있다. 또 95년의 김찬국 총장 해임파동 당시 징계위원을 맡아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 온 사람들도 있다. 경상대 학생회는 오히려 이들에게 조속히 학원정상화 의지를 표명할 것을 요구하고, 만일 하지 않으면 김OO재단을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노동절이 토요일인 관계로 학생들은 대신 이날 기념집회를 가졌다. 학생들 2백여명은 기념집회를 마친 후 김OO씨의 친인척인 기획실장 김O명 교수를 강의실로 찾아가 사임을 요구했다.

 

 30일 아침 일찍 관선이사 파견과 관련한 교육부의 입장을 파악하고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러 이광춘,김동균,김세현,오승석 교수가 서울로 출발했다. 총장직무대행이 전체교수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교협은 이 회의의 참여여부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참여해서 회의를 이끌어가자는 입장과 총장이 주도하는 회의에는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맞섰다. 그러나 우리의 논의와는 상관없이 회의는 무산되었다. 총학생회가 저지투쟁을 한 것이다. 학생들 250여명이 회의가 열릴 예정인 도서관 앞으로 몰려가 입구를 봉쇄하는 바람에 회의에 참가 차 왔던 일부 교수들조차 모두 쫓겨갔다는 것이다. 총장직대는 회의가 무산되자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학원정상화의 골격을 마련하느라 시간이 늦어졌다며 몇 가지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주요내용은 1. 행정력의 강화(친인척을 배제한 행정전문직원, 조교제도 도입 등) 2. 시설발전 계획 수립( 강의동과 학훈단 건물 조기착공, 동문회 사무실 개선 등) 3. 교직원처우 개선(재임용제 문제점해소, 고교자녀 학비보조 실현 추진 등) 4. 복지시설확충(교내식당 활성화, 테니스장 관리철저 등) 5. 학생문제(총학생회 인정, 각종 학생회 행사지원 등) 6. 기타(교과과정 점진적 개편, 연구소 연구비 지원) 등이었다.

 

 이런 정상화 방안은 우리대학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을 대부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알만한 사람이라면 콧방귀를 뀔 내용이었다. 한 푼의 돈도 결재할 능력이 없는 총장직대가 어떻게 이런 일을 추진하나? 공동대표 3인문제 해결이나 나의 복직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었다. 총장직대의 이러한 수습방안은 현실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오히려 김OO씨의 친인척이 대거 기용되었으며, 조교가 채용되지도 않았고, 재임용제는 손도 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구제도의 피해자인 나의 복직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학군단 건물은 김OO씨의 아들이 하는 건설회사가 터무니없는 높은 시공가(당시 평당 250만원)로 건축했다. 교협은 즉각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우리는 대학을 파행으로 몰고 온 장본인들이 어떻게 대학의 정상화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점과, 진정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현 재단의 완전퇴진과 관선이사의 조속한 파견이 선결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후에 서울로 출장 갔던 교수들이 농성장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대학정책실장이 국회에 불려나가 만나지는 못했다면서, 모든 민원서류를 장관이 직접 보며 교육부 직원이 80% 이상 물갈이가 된다는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그 후 80%는커녕 10%만 물갈이되었어도 이후의 비리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을. 우리의 주 관심사인 관선이사 파견에 대해서는 5월 말경 절차를 거쳐 파견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하였다.

 

 저녁뉴스에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을 비롯한 사무관급의 인사이동이 보도되었다. 항상 그 밥에 그 나물이지. 이 나라에는 그렇게도 인물이 없나?

 


5월 3일(월) 농성 251일째 시민대학 건설의 과제

  5월 3일 대표들에 대한 제1차 공판이 법원 지원에서 열렸다. 이날의 공판은 향후일정을 잡고 화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였다.
 5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 육민관중학교 진모 교감이 가족들과 함께 농성장을 찾았다. 마침 최현숙,김세현,원향례 교수도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어린이날의 농성장이 일대 놀이터가 되었다. 김호영,김혜란,계한나,계한준,홍희성,홍석우,조종완 어린이들이 어린이날을 농성장에서 보냈다.

 

  5월 8일 오후 2시반부터 「ㅅ대학교의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공청회」가 가톨릭센터에서 열렸다. 교수협의회가 주최하고 사교련,민교협,국교협,상지대 정상화 시민대책위가 후원하는 행사였다. 토요일이었지만 1백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먼저 조선대 이종범 교수가 「관선이사 파견이후의 조선대 민주화 과정」에 대해 발제를 했다. 그는 조선대의 경우 관선이사와 학내구성원간의 갈등이 대학민주화의 장애요인이었다고 하면서 교수학생 및 동문들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학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학의 공공화(=공립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관선이사에 대해 반발하는 세력이 잔존하므로 재임용제나 징계위원회를 통해 이 세력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법인제도의 구조적 개편」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경기대 석희태 교수는 문제사학들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사립대학은 교수?직원?동문의 잉여가치가 축적되어 증가해 나가는 기관이므로 최초설립자의 기여도는 사기업에 비해 낮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재산관리자측(재단)과 교수,학생,직원,지역,동문들이 건전한 의사소통을 통해 조합주의적으로 학교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원대 조인형 교수는 김OO씨가 공인으로서 취한 행동을 비판하고, 관선이사가 파견되면 교수와 학생들의 결집에 의해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명대 박거용 교수는 상지대의 현 상황은 교육부에 의해 비리가 드러난 것이 아님을 전제, 보다 근원적인 대학문제 해결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대학이 모델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점과 우리대학 재단의 재산을 김OO씨가 불순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몰수하여 공공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경호 목사는 부패구조와 왜곡된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해야 우리대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교육계가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균관대의 김선종 교수는 재단퇴진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났다며, 사립대학이 가진 특수성,자율성,공공성의 3대 특성을 우리대학이 살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시민대학이란 무엇인가」하는 주제를 놓고 참여인사들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석 교수는 사립학교의 경우 법에 5-15인 이하의 이사로 구성되게 되어 있지만, 이를 연차적으로 확대해 지역,동문,교수 대표들이 최대 2백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를 건설한다면 공공대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임원 교수는 그와 같은 조합주의적 법인체가 소수의 전횡을 막기는 역부족이므로 재산출연자의 참여 비중을 낮추어야 하며, 교수협의회가 총장을 선출하고 이사회가 선임하는 등 학내의 분권화를 이룰 때 사학자체의 자율성이 확보된다고 했다. 김세현 교수는 우리대학은 설립자로 자처하는 사람이 구속된 상태여서 ‘재단의 참여’란 의미가 없으므로 재단을 배제한 교수,학생,직원의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희태 교수는 현재의 학교법인 상지학원이 해체되고 구성원이 운영하는 새로운 법인을 만들려면 권리금 또는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법인을 그냥 인정하는 상태에서 구성원들이 운영하는 방안이 좋다고 발언했다. 김선종 교수는 대학법인에 권리금을 인정하는 관행을 혁파해야 새로운 법인의 창출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수 교수는 우리대학이 택할 수 있는 여러 방안 가운데 국립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나, 도립화는 지자제 실시 때 가능한 것이라고 하면서 지역인사와의 토론을 거쳐 시민대학으로 가는 것도 한 방안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참석자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하였다. 또한 관선이사 파견시 조선대처럼 지역인사들로만 구성되어서는 곤란하며, 우리대학이 갖는 상징성을 중요시해 법조계,종교계,언론계,교육계 관계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데도 동의했다. 민교협을 대표해 참석한 최갑수 교수는 현 교육정책의 문제점과 교육운동의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공청회가 끝나고 그 자리에서 다과회를 열어 시민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오랜만에 김선종 교수의 ‘돌지 않는 풍차’를 들으면서 흥을 돋구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일부손님들은 서울로 돌아가려는 기색이 없었다. 아침부터 다시 한자리에 모여 잔치판이 벌어졌다. 박영근,최갑수,박거용,이종범,김대식,장재화 교수와 내가 함께 어울렸다. 그들은 모두 그 다음날 각자 귀가했다. 2박3일 간의 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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