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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4장. 보직교수 연구실 폐쇄
저자 박정원(상지대학교)


44장. 보직교수 연구실 폐쇄

 

                                                                                               박정원(상지대학교)

 

 

4월 9일(금) 농성 228일째, “이사장 비리, 사위가 자백”

  9일 아침신문에는 ㅅ대 입시부정에 관련된 인사들의 구속기사가 일제히 실렸고 10일에도 기사는 이어졌다. 김OO씨의 비리를 사위가 자백했단다. 남도 아닌 사위가!


 4월 10일을 고비로 언론은 며칠간 잠잠했다. 대신 주간지나 월간지에서 대거 취재를 왔다. 월간조선과 뉴스메이커 등이 그들이었다. 특히 뉴스메이커는 86년에 있었던 용공조작의혹사건을 집중조명 하겠다고 했다. 이 날은 하루 종일 시민대상의 설문지를 작성하고 우송하느라 하루를 보냈다. 오늘이 부인의 생일인 이상은 교수는 비대위에 참석하느라 귀가하지 못하고 농성장에 남았다.

 

 11일은 일요일이라 별일 없이 넘어갔다. 나도 오랜만에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갖다가 오후에 농성장에 나왔다. 농성장 분위기도 이젠 많이 여유가 생겼다. 또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임모 교수가 모처럼 당직에 참여해 다들 기뻐했다.

 

 월요일이 되었지만 수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13일 오후 5시 반에 교협 전체회의를 시작했지만 참석인원은 여전히 30명 남짓하다. 아직 까지 김OO씨 퇴진을 믿지 못하는 교수들이 많은 모양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입회원 영입방안이 주로 논의되었다. 이제부터 교협이 학교정상화의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에서 다수를 점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

 

 

 

 

 

 

 

 

 

 

 

 

 총학생회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학원 정상화에 대한 학생들의 입장』이란 유인물 1만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홍보했다. 홍보물 속에는 관선이사의 조건이 제시되어 있었다. 그 내용은 “첫째, 현재 있는 이사진의 총사퇴를 전제로 한 상황에서 파견되어야 한다. 둘째, 김OO 이사장과 직․간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셋째, 교육자적 양심과 도덕이 있고 덕망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넷째, 지역의 명망가로서 대학과 사회에 민주화 의지를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등이었다.
 

 한편 이제까지 침묵을 지켜왔던 시의회가 이날 임시회의를 열어 “ㅅ대 조기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이 정부차원에서 강구되어 ㅅ대가 대학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교육부의 설득력 있는 답변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채택, 교육부 장관에게 보냈다. 아마 나창희 의원이 많이 노력해서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14일에는 우리대학 정상화 촉구 교수․학생 걷기대회를 열었다. 모두 1100여명이 학교를 출발해 기차역을 거쳐 시내를 돌아 학교 앞까지 다시 돌아와 정리집회를 했다. 이번에는 경찰도 전혀 막지 않았다. 또 총학생회장을 지낸 분들이 연명으로 정상화를 위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 성명발표에는 임현호씨등 열네 분이 참여했다. 그런데, 개혁과 사정을 주도했던 신한국당 최형우 사무총장의 아들이 경원전문대에 부정입학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문민정부의 사정은 힘을 잃어 갔다. 15일의 한국일보 심민섭 화백의 ‘가라사대’ 만평난에는 김OO씨가 철창속에서 쾌재를 부르는 모습이 만화로 실렸다.

 

 이날, 교수협의회 제5기 집행부가 출범을 선언하는 성명서를 냈다. 교협은 성명서에서 총장직무대리와 학처장의 사퇴 및 김OO 측근의 직원기용 중단을 요구했다. 사실 김OO씨가 구속되고 나서도 2개월여가 지나서야 관선이사가 파견되었기 때문에 학내 행정의 공백기가 있었고, 이 기간 중 과거 김OO씨 밑에서 비서관이나 기사 등을 했던 인물들이 대거 특채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학교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 협력했으나, 일부는 아직까지도 김OO씨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가 관선이사를 파견하려면 구 재단이 손쓸 여유를 주지 않고 즉각적으로 파견해야 하는데, 이런 늑장 행정이 계속되고 있어 관선이사 파견대학의 민주화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이날의 전체회의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관선이사가 파견되었던 대학에 교수들을 보내 관선이사의 권한과 기능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총학생회는 이날 중앙위원들이 교육부를 방문, 공개질의서를 전달하고 대학정책실 직원들과 면담했으나 교육부 관리들은 냉담한 표정으로 관선이사 파견계획도 없고, 감사내용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16일 아침 한겨레신문 김종화 기자가 농성장에 올라왔다. 17일 ㅅ대 입시부정 관련자 총 21명이 구속기소 되었단다. 총장대행과 교수 3명 및 서울의 교사 한 명에 대해서는 벌금 1백만원에 약식기소 처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4월 19일(월) 농성238일 보직교수 연구실 폐쇄

 19일은 4월혁명 33주년이 되는 날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던가! 33년전 그날 나라의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유당 정권의 부패와 부정에 대항해 일어섰고 그들이 흘린 피가 강산을 물들였지만, 이 땅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요원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그 어느 부문도 민주주의라는 말을 붙일 수가 없는 지경이다. 정치는 모리배들이 횡행하고, 경제는 재벌에 의해 독점화되었으며, 사회문화 분야 역시 낡고 부패했다. 가장 맑아야 할 교육이나 종교분야까지도 썩기는 매일반이다.

 

  우리가 싸우는 것이 교육민주화를 위한 투쟁이라고 규정하지 않더라도, 이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다. 민주주의란 그렇게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대학민주주의란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학이 운영되고 교수의 교권, 직원의 노동권,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뀐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 땅 곳곳에 있는 학교와 교회․사찰, 그리고 관청과 아주 작은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위들에 민주주의의 원리가 통용될 때 비로소 4월혁명은 완수되는 것이리라. 그러니 아직은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데 혁명의 정신은 짓밟히고 사라져 간다. 그래도 맑고 깨끗한 우리의 학생들은 이날을 기념하는 간단한 집회를 교정에서 열었다.

 

 20일 아침 총학생회는 ‘4.19계승 떼 달리기’ 행사를 가졌다. 말이 달리기 시합이지 사실은 걷기대회나 마찬가지다. 1천여명이 모여 학내집회를 한 후 학과와 단대 깃발을 앞세우고 시내를 행진했다. 그래도 지역인사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역시 그들은 지역의 주인자격이 없는 사람들임에 틀림없었다.

 

 이날 신모 교수와 홍모 교수가 교협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날의 임시총회는 김준 교수의 사회로 황모 교수의 홍보활동보고에 이어 최모 교수가 조선대 사례를 보고했다. 논란 끝에 22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기로 했다. 주요 관심사인 관선이사 파견과 관련해 교육부장관을 면담한 김대식 교수의 보고가 있었다. 김교수는 특유의 익살을 섞어 가며 장관과의 만남과 대화내용을 설명했다. 듣고 보니 김교수와 장관의 만남은 매우 특이하게 이루어진 것 같았다.
 

 김 교수와 장재화 교수가 국회에 올라갔다가 마침 상임위에 출석한 교육부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비서진들의 거부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쉽게 물러날 두 교수가 아니었다. 기회만 엿보던 중 장관이 화장실을 갔다. 찬스였다. 장 교수가 화장실 앞문을 막고 있는 사이 김 교수는 볼일을 보고 있던 장관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당황해 하는 장관에게 “관선이사는 파견하는거냐 마는거냐”고 따졌고, 장관은 좌우를 둘러보아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자, “교육부가 그 문제를 최우선과제로 삼겠다”고 답변하고는 도망가듯이 허겁지겁 나갔단다.

 

 21일에도 총학생회는 1천5백여명이 모여 학내 집회를 가진 후 총장직무대행이 집무하고 있던 도서관장실로 몰려갔으나, 박대행은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대학 집행부의 무책임한 행동에 흥분한 학생들은 인사대․경상대․농대학장과 교무처장 연구실의 집기를 들어내었으나 이들도 모두 자리를 피하고 없었다. 황급히 나가려던 총무과장만 학생들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렀다. 열기가 오른 학생들은 밤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단대별로 모여 운동장이고 해방뜰이고 어디든 간에 불을 밝히면서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수백명이 함께 모닥불을 피워놓고 노래와 춤을 추는 것이 일대 장관이었다.

 

 오후 1시20분경 한겨레신문 김종화 기자가 전화를 했는데, 김 전 이사장은 공동대표들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강O보 검사에게서 들었단다. 구속되기 며칠 전 언론을 통해 약속했었는데, 막상 구속이 되자 마음이 바뀐 모양이었다.

 

 이날 학력고사 답안지 유출사건으로 경원대 관계자들이 구속되었다. 갑자기 대입비리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경원대에 이어 광운대․경기대 등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그런데 이 사건에 연루된 동국대와 상지대의 부정 입학자와 학부모 명단은 공개되지도 않았다. 여권 내에 실력자가 연루되어 있어 그렇다는 얘기가 파다했지만, 검찰은 “파악되지 않았다” 또는 “교육부가 알아서 할일” 이라며 얼버무리고 말았다. 오후에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촬영팀이 내려와 오모 교수를 비롯한 몇 분의 교수들이 인터뷰를 했다. 특히 김모 교수는 모자이크 화면으로 ‘35만원 봉급’ 문제를 증언했다. 나중에 방영될 때 보니,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음성변조를 해도 워낙 개성 있는 사람인지라 그가 누구인지 다 알아볼 수 있었다.

 

 22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도서관 지하 시청각교육실에서 교협의 주도로 전체교수회의가 열려 관선이사 파견을 촉구하는 전체교수 명의의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이날의 회의는 김OO씨측의 교수들과 일부 눈치를 보는 교수들이 대거 불참해 총 참석인원이 불과 52명에 지나지 않았다. 총학에서는 250여명이 교육부를 항의 방문하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 관계자들은 관선이사 파견을 논의 중이라는 말을 했다. 학생들은 광화문에서 명동성당까지 시위행진을 했다.

 

 24일은 교수신문 창간 1주년 기념행사가 서울에서 있었다. 나는 이광춘․김동균․김대식 교수와 함께 이 행사에 참석했다. 교수신문은 창간이후 끈질기게 우리의 입장을 보도해 주었다. 교수신문사 기자들과 편집진, 특히 이영수 발행인은 투쟁기간 내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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