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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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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3장. 정치수사로 끝나고 만 범죄수사
저자 박정원(상지대학교)


                           정치수사로 끝나고 만 범죄수사

                                                                       박정원(상지대학교)

 

 

 4월 2(금) 농성 221일째
  4월 2일에서 5일은 우리대학으로서는 황금연휴이다. 2일 개교기념일, 3일 토요휴무, 4일 일요일에 5일은 식목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신문기사를 모았더니 이사장 사위 황모씨와 교육부 모실장 기사가 여기저기 실려 있었다. 황실장은 김대식 교수의 코뼈를 부러뜨린 바로 그 사람이다. 총장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총장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르더니 결국 걸려들었다.

 

  한겨레그림판에는 이사장을 주제로 한  박재동 화백의 그림이 또 실렸다. 그런데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는 우리를 기운 빠지게 했다. 검찰이 이 정도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긴 광운대 입시부정 사태 때는 전원구속 수사를 하더니 우리대학 수사에서는 대부분 불구속 처리했다. 모실장에 대한 수사도 지지 부진했다. 모씨가 이사장에게서 1억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증거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수사는 한 검찰 관계자의 말대로 「범죄수사」가 아니라「정치수사」로 끝나고 말았다. 며칠 뒤 모씨는 미국으로 도피했다. 교육계의 고질적인 비리가 낱낱이 밝혀질 그 순간에 사건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누가, 왜 이렇게 만들어 갔는지 아직 모른다. 다만 그 피해는 마침내 국민들의 몫이 되었다. 엄격한 처벌이 없었던 탓에 문민정부 내내 사학재단의 비리가 쉼 없이 터져 나왔지만 교육부는 소신을 갖고(?) 열심히 비리사학을 옹호했다.
 
  4월 3일 오후에 강릉대 교수협의회 회장단이 내방했다. 우리더러 축하한다고 하더니, 강릉대의 사정을 얘기했다. 강릉대는 현재 130일째 농성하고 있고 교육부의 감사까지 받았으나 아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4일이 되어도 언론의 사회면은 역시 우리의 이사장이 독점하고 있다. 기사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공금유용 의혹’ 과 ‘법인 땅을 개인 명의로 등기’ 해 놓은 부분이다. 이는 교수협의회가 오래 전부터 수사를 요구해 온 것인데, 이제야 수사기관에 의해 밝혀진 부분이다. 학교의 재산은 마땅히 학교로 귀속되어야 하고, 유용한 공금은 학교회계로 되돌려 주어야 하는데, 6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러한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정말 감추고 싶은 학교의 치부도 많았다. 예를 들면 1992년 5월에 국고지원을 받아 도서를 구입하면서 발행된 지 10년이 넘은 헌책 6만여 권을 7천만원에 구입한 경우는 차마 얼굴이 뜨거워 말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 91년 이후 총 47번의 이사회가 열렸고 이사전원이 이사회에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연말 간담회 외에는 참석하지 않은 이사들이 있는 등 이사회의록도 날조된 것이었다.

 

  4월 5일 식목일의 신문기사는 이사장의 탈세의혹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신문마다 실린 기사의 내용은, 이사장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숭인동과 서초동 등의 10여개 건물의 임대료를 대학재단에 기부금으로 출연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꾸민 뒤 실제로는 개인적으로 빼돌리는 수법으로 1990년부터 3년간 수천만원을 탈세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은 좋으나,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던 모실장의 비리나 교육부와 법인의 유착관계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사장은 구속되었지만 학내에는 그와 관련된 인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그들은 이사장이 곧 대학에 다시 들어올 것이니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다녔다. 이 경고가 제법 먹혀들어 아직도 교협에 잘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완벽하게 승부가 갈려야 행동을 할 사람들인 모양이다. ‘승자에게 박수를’..... 어지러운 세상에 참 편안한 전략이다!

 


4월 6일(화) 농성 225일째, 교협 새 집행부 출범

  이젠 캠퍼스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우리대학 캠퍼스는 치악산의 주봉들이 한 눈에 쭉 들어오는 최고의 명당에 자리 잡고 있다. 개나리는 이미 시들었지만, 진달래와 벚꽃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의 모습도 정겹다.

 

 

 


 

 

 

 

 

 

 

 

 

 

 

 엄청난 흥분이 나흘간의 연휴로 제법 차분해졌다. 학생들의 집회도 여유가 넘치고 모두들 자신 있는 모습이다. 6일 아침 성균관대 신연철 교수가 성금을 보내왔다. 사교련, 민교협, 그리고 해교협에서 공동으로「해직교수는 하루빨리 복직되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참으로 절실한 요구였지만 문민정부에서도, 국민의 정부에서도 대부분의 해직교수들은 복직되지 못했다.

 

  7일 오후 학생들 1천여명이 모여 ‘4월 투쟁결의대회’를 열어 총파업을 결의했다. 학생들이 순수하게 투쟁해 나가고 있는 것과 달리 일부교수들은 벌써부터 학내권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우리의 투쟁은 사실상 죽 쑤어 개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오후 5시 반부터 교협의 정기총회가 열렸다. 새로운 대표에 이모․우모․김모 교수가, 그리고 감사에는 조모 교수가 선출되었다. 이 자리에서 김대식 교수는 퇴임자를 대표해 이임인사를 했다. 김교수는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밝은 얼굴로 마칠 수 있어서 기쁘다. 70여명으로 시작했지만 갈등도 많았다. 서로 얼굴 찌푸렸던 기억들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사과한다. 지금까지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해빙기인 지금이 정말 어려울 때다. 새로운 대표를 맞아 분위기가 일신될 것이고 차기대표들이 훌륭하게 일을 해나갈 것이다. 거시적 안목으로 길게 보고 서로 합심해 단결하자”는 요지의 인사를 했다. 이제 새 집행부가 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다.

 

  8일에는 우리대학 정상화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영강교회에서 시민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이에 앞서 학생들 1천여명이 모여 집회를 갖고 시내로 진출했다. 공청회는 오후 5시부터 열렸는데, 몰려든 시민들로 영강교회 본당이 꽉 찼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합창하고 공청회가 바로 시작되었다.


 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전교조 해직교사 곽대순 선생의 사회로 시작한 행사는 먼저 대책위원장인 서재일 목사가 인사말을 했다. 서목사는 “「대학은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광범위하고도 정치한 응용 방법을 교수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 교육법상의 대학 교육목이다. 다시 말해 대학이 안으로는 가르치고 배우고 연구하는 일에 몰두하지만 밖으로는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봉사하는 역할을 감당키 위해 있다... 이런 대학의 본래성을 생각한다면 대학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이 신성한 학문의 동산을 교양도 상식도 없는 군사문화의 군화가 짓밟아 놓았다.... ㅅ대 이사장은 권력자의 힘을 빌어 불법으로 ㅇ대를 빼앗고 학교를 설립하고는 땅 장사로 일어나 국회의원까지 되었다...전임강사의 월급을 유치원교사 봉급도 안 되는 35만원 만 지불하는 등 인건비를 철저히 줄였고, 연구도서 구입비를 쓰지 않으며 실험실습비 예산이 없고 장학금 지급 규모를 축소하거나 학기말에 지급하는 등의 추한 짓을 했다. 견디다 못한 교수들이 시정요구를 하면 재임용때 탈락시키고 이 과정에서 항의 시위 농성을 하면 용공조작, 폭행, 직위해제 등으로 지성인들을 괴롭혔다.... 공직자 재산 공개가 시작되어 지난날 군사 문화의 오장 육부에 붙어먹던 기생충 같은 인물들이 드러나서 속이 시원하다. 이 벌레인물들을 정리하며 윗물 맑기 작업을 하면 군사문화 청산이 한 걸음 빨라질 것이며 우리의 대학도 봄 동산이 될 것이다...... 의를 바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께서 저들의 배를 복되게 채워 주실 것이다”고 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권모 교수는 「ㅅ대문제의 구조적 측면」을 설명하고 사립학교법의 문제와 각종 비리 부조리 관행을 설명했다. 한경호 목사는 「시민이 바라는 ㅅ대학교」제하의 발제에서 ‘대학의 본질이 진리탐구와 인재양성, 그리고 지역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고 전제, “ㅅ대는 매스컴을 가장 많이 타는 대학으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안타깝다. ㅅ대는 개인의 전유물로 전락했고 권위주의적 족벌체제를 형성하고 있어 이런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는 부패한 정치사회적 구조하에서나 가능한 것이며 지성과 영성의 힘으로 극복가능하다. ㅅ대문제를 시민적 과제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ㅅ대 구성원들도 더욱 분발해 달라”는 요지의 발언를 했다. 다음으로 나선 김창환 총학생회장은 “김OO 족벌을 완전히 몰아내기 위해 전면 수업거부를 하고 있다. 교육부가 바로 김OO의 비호세력이다. 부정비리 관련자는 철저히 처벌해야 하고 부당이득은 학교 발전기금으로 돌려져야 하며, 총장․학처실장은 퇴진해야 한다. 비리재단은 인천대처럼 국공립화 하거나, 성대처럼 관선이사로 교체 운영해야 하는 방안, 그리고 조선대와 같은 방안도 연구해 보아야 한다”고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토론에 나선 원광호 국회의원은 “ㅅ대 문제는 악령들의 마지막 파티이다. 정치인, 기업인, 관료조직이 연결되어 이러한 부정부패가 가능했다. 사립학교법의 개정도 있어야 하다.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운영제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함모 도의원은 “ㅅ대도 문제지만, ㅅ여종고도 문제다. ㅅ대와 ㅅ여자중고등학교를 묶어서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김OO씨가 어느 정도인가 실례를 들겠다. 내가 강원도 양궁협회장으로 있어 잘 안다. ㅅ대 양궁부가 시합을 나가는데 활 구입비를 주지 않아 내가 개인적으로 60만원을 주어서 출전했다”고 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나모 시의원은 “김OO씨의 비리와 부정으로 인해 땅에 떨어진 대학의 권위와 명예를 조속히 회복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 기회에 김OO씨를 완전히 배제시키고, 우리 모두 ㅅ대에 대해 애정을 갖고 대학문제를 풀어가자”고 호소했다.

 

 함영기 전교조 지회 조직부장은 “우리나라 대학 중 73%가 사립대학이다. 이번의 ㅅ대 싸움은 사실 사학재단과 학내민주세력간의 싸움이다. 이제부터는 시민들이 나서자.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에 이런 고통을 겪는다”고 자성하는 발언을 했다. 함 선생은 경기도 모 사립학교에서 해직 당한 우리대학 출신 동문이다. 전교조 해직교사들이 1차로 94년에 대거 복직하고, 남은 분들이 98년에 복직했지만 함선생은 사학민주화 관련교사로 분류되어 한 동안 복직이 안 되면서 고생을 많이 했었다.

 

 사회자 곽대순 선생이 코믹한 질문을 했다. “ㅅ대가 가난하다는데 사실입니까?” 이에 대해 발제자인 권 교수가 정색을 하고 “대학을 가난하다 아니다 라는 개념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ㅅ대는 재단이 빈약하다고 하지만, 김OO씨 개인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사람이다. 떠도는 얘기로는 김씨의 재산이 3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상당한 부분이 상지대에서 나간 것이므로 이를 환수하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자대학이 된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엄정한 도덕성을 갖춘 인사로 재단을 재구성하면 ㅅ대는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나라 사학의 비리유형은 대개 부정편입학, 부동산 투기 등을 통한 불법 탈법, 공금유용 등인데 ㅅ대는 이 모든 것을 두루 가진 ‘비리의 종합선물셋트’”라고 말하고, 현 ㅅ대 투쟁은 ①범법 비리재단과 양식 있는 교수·학생들의 전쟁이며 ②대학을 영리기구화하려는 세력과 학문의 전당으로 바로 세우려는 세력 간의 전쟁이고 ③사학법인협의회와 교육민주화 단체 간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명환 교수는 ㅅ대의 구조적 문제를 ①인사의 족벌화 ②운영의 고립화(지역출신을 교수로 채용하지 않는 등 지역과의 단절을 획책한다는 의미에서) ③재정의 사금고화 ④구조의 병영화라고 요약하고, 이 문제를 해소하고 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이 어떻게 구체적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원 국회의원은 “사학부패의 문제는 결국 법과 제도의 문제이다. 본의원은 상공위 소속이나 사립학교법의 올바른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고, 함 도의원은 “4월 20일경에 도의회가 열리는데, 여기에서 ㅅ대 정상화를 위한 건의서를 채택하여 정부에 올리겠다”고 했으며, 나 시의원은 “시의회에서 ㅅ대문제에 관한 입장표명을 논의하겠다. 벌써 했어야 하는데 죄송하다”고 했다. 공청회는 시민들이 열띤 발언으로 오후 8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학교에 돌아와 하이텔 뉴스속보를 보니 ㅅ대 비리와 관련하여 김OO씨 등 총 20명이 구속되고 4명이 수배중이라는 기사가 올라 있었다. 구속된 교직원들은 다 한솥밥을 먹었던 식구들인데 가슴 아픈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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