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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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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인(전 강원대 사회학과…)

고상만. 다시, 사람이다. 서울: 책담(한솔수북). 2014. 302쪽 인권운동가 고상만 선생님의 네 번째 단행본이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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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수정당이 숭배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공허함
저자 하상복(목포대학교)


보수정당이 숭배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공허함

지난 2월 1일 더불어 민주당의 개헌안이 공개되자마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은 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을 내세워 여당의 안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공격했다. 그 대상에는 헌법 제4조가 포함되어 있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4조와 관련해 집권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꾸는 안을 발표했다. 민주주의의 헌법적 외연 확장이 문제의식의 발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두 보수정당의 거센 반발로 헌법 4조의 개정은 없던 일로 되어버렸다.

집권여당의 그러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헌법 이념의 미래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칠 훌륭한 무대가 마련되었음에도 여당은 그 자리에서 무기력하게 내려와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촛불혁명을 글자 그대로 '혁명'으로 이해하고 있다면(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 제도적 열매이자 귀결로서 헌법 개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촛불혁명의 이념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치열한 정치논쟁이어야 한다. 아울러 그 논쟁의 주체는 제도권 정당들만으로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1987년 헌법 개정의 한계가 거기에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이 그러했듯이 현재의 헌법 개정 또한 시민들의 광범위하고 능동적인 참여를 수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권여당 민주당은 촛불혁명의 헌법적 구현이라는 국민적 대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고, 지금과 같은 수세적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은 광화문광장을 달군 촛불혁명의 목소리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이념 공세에 숨어 있는 허구성과 모순을 정확히 문제제기해야 했다. 민주당 개헌안에 대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논리를 알게 해주는 몇 가지 예를 보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민주당의 개헌 목적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사회주의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는 "자유와 평등은 헌법에서 똑같이 존중하는 가치기 때문에 자유는 결코 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똑같은 이유로 평등도 뺄 수 없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의 정태옥 대변인은 "해방 이후 한국의 이념적 정체성을 이끌어 온 것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였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의 부정은 곧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지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치이념은 그것이 운동하는 장소로서 정치공동체의 특수성을 반영한다. 이는 한국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정치적 육체는 분단 이후 북한과의 체제 대결 속에서 자라나왔고, 국가적 독트린 또한 체제 경쟁 구조 속에서 그 내용적 성격을 구체화해왔다. 한국이 서구로부터 수입해 체제의 이념적 뼈대로 조형한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는 기실 그 근대적 이념형식에 구현되어 있는 진보성과 혁명성을 견인하지 못한 채 반북의 방어 이데올로기, 안보와 질서의 이데올로기로 활용되어 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주의와 동의어가 되어 왔고, 북한체제가 지향하는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의 정치적 반의어가 된 것이었다.

우리는 국가이념의 그와 같은 특수성의 운명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정치이념은 부정하고자 하는 체제와 세력의 반정립으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유럽의 정치적 근대를 이끈 이념, 특히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등은 절대군주제의 안티테제로 태동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멈추어 버릴 때 발생한다. 자유주의와 공화주의는 절대군주제를 해체하고 난 뒤에 자신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헌법적으로 그리고 정책적으로 채워나갔기 때문에 이념적 보편성과 실제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의 보수가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이념적 성장을 멈추어버렸다. 진실에 더 접근한다면, 지난 70년 동안, 태어날 때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보수의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반공주의, 반북주의, 반사회주의를 빼면 거기서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어떠한 이념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의 헌법을 기초하고 있는 이념적 본질이 그처럼 정치적 잔여 개념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지배할 이념이 고유하고 자율적인 정치적 의미를 지나지 못한 채 수사적 기표, 공허한 언어로 남아 있는 모습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은 한국 보수의 필연적 귀결로 이해되기도 한다.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 체제 대결을 해온 오랜 정치적 시간 동안 한국적 정체성으로서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답을 찾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공주의, 반북주의, 승리주의로 자유민주주의는 언제나 이념적 정당성을 확보해 온 것이다. 그러한 정치적 논리는 대단히 모순적이고 기묘한 정치적 현실, 그러니까 자유민주주의를 헌법에 담고 있으면서도 개인적 자유를 억압하고 국가를 위한 희생을 미화하는 아이러니를 양산해왔던 것이다.

그 언어적 기원에서 자유와 민주 또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혁명의 이념이었다. 절대군주제의 공격이념으로서 자유주의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개인들의 자율과 독립 그리고 주체성을 핵심적 지향으로 삼아왔다. 서유럽 부르주아 혁명의 동력은 거기서 만들어졌다. 물론, 영국의 정치사상가 로크(John Locke)의 <통치론> 속 국가사상이 명확히 보여주고 있듯이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이념적 형식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속에서 자유주의의 자기 분열적 양상을 만날 수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인권, 존엄, 자유, 평등과 같은 자유주의의 혁명적 이념성이 자본주의의 경제적 벽을 넘어 민주주의를 향한 진보의 힘이 되기도 한 것이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가 통찰한 것처럼, 유럽의 자유주의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였으면서도 보편과 진보의 이념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말이다. 민주주의는 자본의 반대편에 서 있던 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과 권리 확보를 위해 주장해온 이념이었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유주의의 형식을 실제화할 것을, 그럼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정치공동체를 건설할 것을 요구해왔다. 진정한 의미의 공화국이 민주공화국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런 이유다. 그렇게 볼 때,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결합해야 할 이념은 아니었지만, 그 역사적 과정을 추적해보면, 민주주의를 말할 때 그 속에 이미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전제되어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따라서 애써 자유민주주의를 말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최소주의, 소극주의로 해석하고 실천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하면서 민주주의를 최소주의적으로 - 가령 미국의 민주주의처럼 -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자신들의 이념적 정체성이 설득력을 확보하려면 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가 지나온 불행과 고통의 기억들에 정확하고 진지한 답을 해주어야 한다. 한국의 보수권력은 국민들의 개인적 삶, 자유주의에 담긴 보편적 가치들을 얼마나 잘 지켜주었는가? 자신들의 생존과 삶을 보장받기 위해 정당한 기본권을 행사하는 용산시민과 백남기 농민의 생명을 무참하게 짓밟은 권력은 어떤 점에서 자유민주주의적인가.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무책임한 국가권력이 어떤 점에서 자유민주주의적인가. 국가란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정치적 주체여야 한다는 자유주의의 핵심적 명제를 여기서 한 번 더 상기할 필요가 있을까.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은 현재적 시간만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기도 하고, 그 힘으로 현재를 반성하기도 한다. 어릴 적 시간이 반복적으로 현재적 시간으로 들어와 함께 운동한다. 정치적 시간도 그렇다. 물리적인 세계에서 시간은 역행하지 않는 직선적 시간이지만 정치적 시간은 그렇지 않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중첩되기도, 공존하기도 하고, 그 순서가 뒤바뀌기도 한다. 정치적 세계에서 과거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은 현재를 이해하고 정당화하는 두 축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지속적으로 되돌아가는, 그리하여 그들의 현재를 정당화해주는 과거의 시간은 의심할 나위 없이 1950년, 한국전쟁의 시간이다. 평창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놓고 벌이는 보수 세력의 논리와 퍼포먼스가 그 점을 말해준다. 북한은 한국전쟁의 책임을 져야 할, 언제나 한국사회의 안전과 안보를 무너뜨리려는 주적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그러한 적대적 대결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정치적 반작용의 이념적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이끌 보수의 강력한 이념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세우고자 한다면, 이제 그 퇴행적 이념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적극적 의미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가보다 개인을 먼저 이야기하고, 단결과 통합보다는 개인들의 자유와 개별성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주창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촛불혁명 이후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실질적 이념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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