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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키아벨리즘과 지도자의 자격
저자 윤지관(덕성여대)




[민교협의 정치시평] 마키아벨리즘과 지도자의 자격

새 질서의 수립을 천명한 정부의 적폐청산의 칼끝이 이명박 정권의 불법과 비리를 향하면서 또 한 고비를 넘고 있다. 다스의 실소유자 문제도 끈질기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지를 좁히고 있지만, 과거 측근들이 국정원 특별활동비 수수혐의로 구속되면서 본인의 소환조사도 임박해 있는 형국이다. 집권 초 그간 군사적 이유로 보류되어왔던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에서부터 재벌편향 정책을 펼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강행, 방산비리, 자원외교 실패 등 수많은 문제를 낳았고, 급기야 국정원을 통해 불법적으로 차기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민간인사찰이나 언론 핍박 등이 자행되고 그같은 민주주의의 기본질서 훼손은 박근혜 정권으로 이월되면서 숱한 적폐의 온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는 촛불민심이 요구한 적폐청산의 한 과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며칠 전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이 흐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 모두가 “보수를 괴멸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입장표명이 혐의에 대한 사실 여부를 가리기보다 이 문제를 정쟁으로 만들어서 정치권이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든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들을 결집하려는 시도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얼핏 보아 정치적 복수라는 프레임을 복원하려는 이 시도는 자유한국당의 맞장구와 청와대의 ‘분노’ 표명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추세를 바꾸어놓을 힘을 가질지는 극히 의문이다. 오히려 한때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에 있던 사람의 격에 맞지 않는 소인배의 면모만 부각되는 것은 왜일까?

새 정권이 자신들의 이념이나 정책방향을 구현하기 위해서 과거를 청산하는 작업에 나서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특히 이념을 달리하는 정권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그같은 청산작업은 더 두드러진다. 실상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집권한 이명박 정부부터가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직자들을 코드인사로 몰아붙이면서 시작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그 방식이 치졸하고 몰상식했을 뿐더러 급기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당하고 과도하게 압박하여 자살로 이르게 한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과거청산이 새 체제 구축작업에 수반되기 마련인 개편작업을 넘어서 정치적 복수의 혐의를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노대통령 서거 1주기에 당시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가 “이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막지 못하면 "이명박 대통령 역시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한 바도 있다. 

그러나 이 예언이 적중하여 이 전 대통령이 지금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는가? 본인은 그렇다고 강변하고 싶겠지만, 그리고 단순히 정치적 계산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을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정치보복이란 과거청산 작업이 집권을 가능케 한 국민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에 그치지 않고 권력을 장악한 정치세력의 사적인 감정이나 이해관계에 종속될 경우에 붙일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적폐청산 과정 어디에도 그런 흔적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에게는 도덕을 넘어서 정권안정을 위해 권력을 사용할 권한이 있다면서, '여우 같은 지혜'와 '사자 같은 힘'을 가져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마키아벨리에 기대어 자신의 통치행위를 정당화할 지도 모르겠다. 국가경영에 있어서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이 마키아벨리즘의 논리라면 말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서는 그 목적부터가 정당성을 상실하고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경우에도 다수 민중의 의지를 구현하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할 때만 그같은 통치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집권 초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 대운하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포장하여 강행하고,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시민들의 함성을 들으며 반성했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들을 폭도로 몰아붙인 사람에게 그같은 통치권력의 목적이 구현되기를 바라기는 무리다. 기실 박근혜 정부에서 번성한 권력의 사유화는 이명박 정권에서 이미 그 틀이 짜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현 정부의 정초작업은 촛불민심을 받든다는 명분과 민심의 지지를 업고 있는 점에서 현격히 다르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다수 민중의 목소리를 억압하면서 정치적 반대파를 핍박하는 것은 정치보복이지만 언론의 기능을 되살리고 촛불의 요구에 부응하는 적폐청산 작업이 정치보복일 수는 없다. 마키아벨리의 말대로 지도자는 때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잔인하고 가혹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가혹함이 전체 국민이 요구하는 정의구현의 필수적인 과정이자 정당한 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때는 용인되어야 한다. 비록 그 대상자들과 동조자들이 그것을 아무리 정치적 복수로 몰아붙이고 올림픽을 앞두고 두 전직 대통령을 다 감옥에 가둘 수 없다는 동정론을 부추긴다하더라도 말이다. 

오늘날 지도자는 마키아벨리 시대의 '군주'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이있어도 그만한 절대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현대 민주주의의 이념에 적용하고자 한 그람시는 현대의 군주는 계급과 결합되어 있는 정치적 정당이라고 한 바 있다. 어떤 점에서 오늘날의 지도자는 정치권만이 아니라 시민사회를 포함한 다수 민중의 의지를 읽고 이에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사회정의를 이룩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자세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정치가 도덕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다만 도덕이나 정의의 문제를 도외시한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민중의 심판을 받기 마련이라는 것, 작금의 사태는 그 역사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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