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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권에 대한 비판과 지지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필요하다
저자 정재원(국민대)


[민교협의 정치시평] 정권에 대한 비판과 지지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필요하다

  최근 적폐의 근원 중의 하나이자, 지난 정권이 은폐했던 이명박 정권 시절의 국가 범죄가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적폐의 청산의 대상이 이명박 일파로 정조준되며 깊이 파헤쳐지기 시작하자 적폐 세력들은 단골 메뉴인 ‘종북’이상의 추악한 프레임인 ‘노무현 욕보이기’를 들고 나와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도 저들이 만들어 내는 그럴싸한 양비론 속에서도 어느 한 쪽은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있는 것을 은폐하는 양쪽 주장 간의 엄청난 차이를 깨닫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저들의 허구적 프레임도 국면에 따라서는 일정정도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적폐 세력들의 무리한 도발이 노리는 점도 바로 이런 효과에 있다.

  그런데 조금 안타까운 것은 바로 이러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다시 지지와 비판의 대상이 개인 행위자로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논쟁의 대상은 전직 대통령들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문재인 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심지어 진보좌파 진영에서조차 지난 대선 국면 시기는 물론 최근까지도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지지와 비판, 혹은 반대의 논리가 횡행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전, 현직 대통령들 뿐 아니라 적폐 야당 대표들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 그리고 최근 적폐를 옹호하거나 고인에 대한 모욕을 의도적으로 해 온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시 행위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에 과도하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차 강조해 왔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행위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물론 대통령을 비롯한 행위자들, 특히 주요 지도적 엘리트들의 행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계속 드러나고 있는 이명박 정권 시절의 국정원 조종에서 보듯, 실제로 이들의 역할은 매우 막대하다. 그리고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대통령이라는 개인 행위자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지에 대해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소한 진보적 전문가들이라면 개인행위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지지와 비판을 자제하고, 이들이 대변하는 혹은 이들을 내세운 사회의 다양한 기득권 지배세력들의 지배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촛불 시위와 정권 교체의 과정 속에서 가장 특기할만한 것은 민중들이 단순히 실패한 전 정권, 부패 여당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총체적 적폐 문제에 대해 각인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국민 다수가 한국 사회의 문제가 대통령이라는 개인의 문제 혹은 특정 정당이 집권했을 시기만의 그 정당의 문제, 그것도 정치 영역에서만의 문제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는 이제 매우 작은 단위에서의 위계적 권력 관계까지도 타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만큼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오히려 심지어 진보적인 지식인들조차 문재인 정권에 대한 왼쪽으로부터의 비판에 민감한 이들을 무조건 ‘문빠’로 규정하는 등 촛불 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민중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 하고 여전히 개인행위자 중심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 한 한계를 보여 주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선거 당시 심상정 후보의 격한 문재인 후보 비판에 대한 강한 반발이나 선거 이후 소위 '한경오'의 보도에 대한 불만의 폭발을 단순히 민주당과 문재인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자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 한 평가였다고 할 수 있다. 현재에도 민주당에 대해 민중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상황은 정당과 정권 자체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사회의 적폐 청산을 위한 싸움을 지지하는 것이다.   

  누차 강조했다시피, 마치 진보의 반대편에 자연스럽게 위치하는 것처럼 보이는 보수를 참칭하는 정치 세력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지만, 이는 정치사회라는 무대 위에서의 연극일 뿐이다. 그 무대 아래와 뒤의 실제 사회에서는 자신의 특권을 확대 강화하려는 기득권 지배 세력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만들어 내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물들어 스스로를 보수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는 일부 민중들이 존재할 뿐이다. 서구 복지 국가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다를 바 없지만, 단지 이들 국가들에서는 오랜 동안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 인해 기득권 지배 세력이 자신의 특권을 전적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제도적 제어 장치가 마련되어 있을 뿐이다. 즉 이들 일부 국가들을 제외한 지구상의 거의 대부분의 지역과 국가들에서는 그러한 제어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는 정당, 의회, 선거 정치가 작동하는 그 이면의 실제 기득권 집단의 지배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아야 한다.

  이러한 기득권 지배 세력은 단순히 자본가이거나 일부 정치권력 집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자본-노동’의 두 축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분석틀만으로는 비중심부 대부분의 국가에서의 지배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기존의 틀 속에서 사고하다 보니, 다양한 관료 지배 권력은 물론 언론, 교육, 종교 권력 등 자본가 외의 한국 사회의 지배 집단에 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프레카리아트라는 용어도 쉽게 도입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에는 관심이 높지만, 정작 더 큰 고통을 받고 있거나 그 비중이 막대한 영세 자영업자 문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사라지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나은 문제인 성산업과 관련해서도 심지어 포주와 조폭들을 단체협상의 당사자들 중 ‘고용주’로 규정하고, 성매매 여성들을 ‘(성)노동자’로 규정하는 극단적인 관념론적 오류를 보여 주기도 한다. 

  또한 직접적인 권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임금 외 편법적이고 특권적인 재산 축적의 수단을 바탕으로 사회와 지역 곳곳에 또아리를 틀어서 부당한 기득권을 확대하고 있는 각종 이익 집단과 부유층, 그리고 이들과 강고한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는 폭력 조직들, 그리고 이들과 얽혀 있는 주변화된 우리 사회의 거대한 반범죄적 사회 집단들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직접적인 지배 권력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유만으로 우리 사회의 정치 관료 권력 및 자본 권력 지배 메커니즘 중 가장 철저하게 은폐되어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들은 단지 시민 사회 내에 당연히 존재하는 다양한 이익 집단일 뿐이라고 여겨지거나, 법을 지키지 않는 집단에 대해서는 범죄학에서나 다루어야 하는 문제인 걸로 착각한다. 자본의 그늘에 숨어 있는 지배 세력들과 사회의 곳곳에서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이들 세력들은 서로 강력한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을 무대로 내보내 정당 정치의 가면을 쓰고 정치인이라는 개인 행위자들을 조종한다.

  특히 대부분의 관료 집단들의 수장들은 바뀌었으되, 기존의 특권 관료 권력은 그대로 남아 지배 계급의 이익과 자신의 독자적인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국민 다수의 힘, 촛불의 힘으로 당선된 정권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적폐 청산에 맞서는 기득권 카르텔들은 곳곳에서 동맹을 맺고 저항 중이다. 또한 대부분의 적폐 청산 노력과 이에 맞서는 부패한 카르텔들의 저항의 무대는 국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저항은 대외적으로는 한층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라는 외적 요인 이상으로 외교와 국방 관련 적폐 세력들의 방해 역시 제대로 된 대응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사드 배치나 북핵 관련 미국과의 공조 등의 외교에서의 난맥상에 대해 단순히 문재인을 필두로 한 문재인 정부 일각의 인사 실패나 정책적 실패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실은 문제의 본질이 이렇다고 정당 정치, 의회 정치, 선거 정치의 틀을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민 혁명의 모범으로 극찬해마지 않았던 소위 촛불 혁명 과정도 사실 시민의 직접 정치가 아니라 선거 정치가 전제된 지지율에 따라 정권의 강경 진압 기조의 변화와 그에 따른 광장의 해방, 그리고 탄핵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배 계급 내의 불화와 갈등에 따른 사상 초유의 수준의 국정 농단 현실이 폭로되었고, 이에 분노한 대중의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가 급속하게 철회됨으로써 정세가 급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도 자유주의적 민주당 정부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되는 문제점들도 분명히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당 정치, 의회 정치에 대한 대안이 부재한 현재 여전히 그 틀 속에서 사고하더라도 현재의 정권의 오류들이 반드시 집권 여당이나 대통령 등 개인 행위자들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사고하고 발언하는 오래된 습관을 이제는 벗어 던질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기득권 지배 연합과 유사한 과거의 보수 야당적 모습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었던 현 시기가 기득권 지배 카르텔을 일정정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적기이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적폐 세력들이 모든 것을 무위로 돌려놓지 못 하도록 구조화시키는 데에 우리 모두의 지혜를 동원해야 할 임무를 잊지 말자. 

민교협의 정치시평은 프레시안과 민교협 홈페이지에 공동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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