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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광우병, 최순실, 그리고 촛불의 무게
저자 우희종(서울대학교)


총을 들고서도 칼 든 이에게 끌려 다닌다면 누구나 총 가진 이를 비웃을 것이다. 정부가 그토록 안전하다고 주장했던 미국에서 지난 2012년에 이어 또 다시 광우병이 발생했다. 한국 정부는 현재 30개월 이하의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것,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이 나이든 소에서 발견되는 비정형 광우병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안전하다는 발표를 하였고, 검역과 관련해 형식적 조치를 취했다.

유럽을 초토화시킨 기존 광우병과 달리 비정형 광우병은, 비교적 나이든 소에서 발생한다는 점, 강화된 사료 정책 및 기립불능 소를 도축에서 제외하는 조치 등이 시행되는 현실 등을 통해 볼때, 식품 위험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기존 광우병에 비해 낮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비정형 광우병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이미 높은 감염력도 확인되어 있다. 광우병 통제에 성공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비정형 광우병은 장기간 증상 없이 진행되기에 공중방역 상의 어려움이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간주하고 있다. 장차 발생할 광우병의 주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 유형이기도 하다. 

수입국으로서는 자국민의 식품 안전을 위해 발생국의 광우병 발생 상황과 식품으로의 유입 여부 등을 공식적으로 검토한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잠정적으로 수입 중단을 하는 것이 상식이자 타당한 조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나왔던 미국의 광우병 발생 소식에 한국 정부는 발생국의 공식 역학조사 결과도 기다리지 않은 채, 광우병 발생 소식을 통보받은 첫날부터 수출국 입장을 대변하는 공식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정작 발생국인 미국은 한달여의 역학 조사를 한 후에야 비로소 공식 결론을 내렸다. 역학조사도 없이 미국산 소고기 안전을 강조한 한국 정부의 비과학적 행보 내지는 '신기'에 찬 점쟁이 수준의 행보는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된 바가 있다. 이처럼 수입 당사국이 광우병 발생국의 공식 역학조사가 이뤄지기도 전 성급하게 '안전 결론'부터 내놓고 어설픈 조치를 제시하는 이유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위험성으로 인해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기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한국 정부 입장은 검역 비율만 강화하는 정도다. 이와 함께 미국에 관련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 전부다. 무상원조도 아니고 돈을 내어 소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측의 입장으로는 누가 보아도 미진한 대처다. 이때문에 국민들은 공식 역학 조사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수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수입하는 입장이라면 미국 현지에 가서 도축 상황이나 식품 안전 관리 수준을 확인해야 하지만, 그런 상식적 조치는 거론되고 있지조차 못한 상황이다. 현 정부가 왜 이렇게 미온적일까. 자국민의 식품 안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현 상황의 본질과 진정한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다. 현재 정부가 미국과 맺고 있는 소고기 수입 공식 조건, 그리고 대미 협상의 현실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미국으로부터 30개월 이하의 쇠고기를 수입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30개월 이하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어 안전성이 확보되고 있는 것은 미국과 기존에 합의했던 공식 수입 조건 때문이 아니다. 2008년에 촛불을 든 국민들 덕분이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라는 단서가 붙은 한시적 임시 수입 조건에 근거한 것일 뿐이다.

불행히도 현재 한미간 공식 소고기 수입 조건은 이명박이 2008년도에 공식 체결한 것인데, '연령 제한 없는 죄고기'와 폐기 처분되어야 할 특정 위험 부위에 속하는 내장까지 수입하는 것이다. 2008년도 맺어놓은 이런 비과학적 수입 조건은 당시 극심한 국론 분열을 불러왔다. 1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을 제외하고 주변국 어느 나라도 수용하지 않는 조건이다. 대만은 지난 2011년, 일본은 2013, 중국은 올해 되어서야 비로소 30개월 이하 미국소고기 수입을 허용한다.

결국 3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입되기에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는, 과거 촛불 시민이 주장했던 '30개월 이하 쇠고기 수입 요구'가 타당했음을 말해준다. 이 조건이 1년 후인 2009년도 당시 이미 북미FTA를 체결하고 있던 멕시코가 미국과 맺은 수입조건임을 생각한다면, 2008년도 촛불을 들고 30개월 이하 쇠고기 수입을 요구했던 한국민에게 '과학을 더 공부해야 한다'면서 주재국의 국민을 무시했던 버시바우 당시 미 대사의 발언이 얼마나 오만하고 부적절했던가를 알 수 있다.

더욱이 당시 미국은 광우병 통제에 필요한 '강화된 사료 정책'이 실행되지 않던 때였다. 심지어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기립 불능소'도 도축되고 있었던 때였다. 그나마 식품 안전 차원에서 '기립 불능소'의 도축을 금지한 것은 당시 부시 대통령에 이어 부임한 오바마 대통령 때였다.식픔 안전과 관련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갑의 입장인 수입국 정부에서 을의 입장인 수출하는 나라의 정보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란, 2008년도 이명박이 스스로 상납함으로서 우리가 잃어버린 검역 주권의 굴종적 현실이기도 하다. 수입국이면서도 수입 제품에 대한 권리는커녕 수출국 측의 설명에 따라 수입 여부가 결정되는, 국제적으로도 유래 없는 우스운 내용의 수입 조건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2008년도 이명박이 만들어 놓은 미국과의 공식 수입 조건이다 보니, 이번 상황에 있어서도 현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이나 조치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일반 시민이 보기에는 납득되지 않고 무기력한 정부로 비춰지게 되는 현실은 이명박 정부가 지었던 원죄의 무게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광우병 발생과 이에 대한 부족한 대응으로 드러나는 현 상황의 진정한 문제점을 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은 과거 김종훈 통상본부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글자 하나 안고치겠다'고 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대폭 양보하고 맺은 한미FTA에 대해, '죽는 소리'를 하면서 재협상을 하자고 거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양국 모두 얻고 잃은 것이 있어 미국에 유리하면 유리했지 결코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굳이 자신들이 손해 보았다는 식으로 주장하면서 재협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미국 정부의 행동 이유는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한국 정부와의 다른 여러 논의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쉽게 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이런 행보가 자국의 이익을 위한 국제외교에서 당연한 전략이라면, 정부는 과학적으로나 국제 기준으로 보나 전혀 타당하지 않은 한미 소고기 수입 공식 조건을 내세워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입되고 있는 30개월 이하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이란 2008년도 촛불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겨우 한시적으로 유지되는 것일 뿐, 공식 수입조건은 주변국 어느 나라도 생각도 못하는 굴종적 내용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일본이나 중국도 30개월 이하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으니 '주변국과의 형평성'을 요구하면 된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부당한 조건으로 타결한 쇠고기 협상을 질타하는 국민들에게 '주변국이 30개월 이하 쇠고기 수입으로 협상을 타결하면 즉시 미국과 재협상 하겠다'고 약속했던 바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2008년도에 촛불을 든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수입되던 30개월 이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아무 불평을 하지 않던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들을 '미국산 쇠고기가 무조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비이성에 의해 선동된 이들'로 매도했다. 하지만 그 후 위키리크스를 통해 밝혀진 데 따르면 쇠고기 수입 대폭 개방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비밀리에 미국에 사전 약속으을 했던 것이고, 당시 이명박 당선자도 자신의 그런 행위가 사회 혼란과 국론 분열을 불러일으킬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국제 기준에 따르 것이라고 국민을 호도하면서 오히려 정당한 요구를 하는 이들을 '괴담에 선동됐다'는 식으로 매도했다. 그래서 진보 보수를 떠나 국민은 분노했고,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진보·보수를 떠나 국민이 촛불을 든 기억이라면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뤄낸 촛불이 있다. 2008년과 2016년의 모습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국민을 기만한 정부에 대한 분노이자, 비상식적 상황에 대한 시정 요구를 하고 있다. 이는 광우병이나 최순실을 넘어,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문제의 본질과 함께,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우리의 현실을 보게 한다. 

그나마 검역 조건이 '30개월 이하 쇠고기 수입'을 관철시키려 노력한 국민들 덕분에 다소나마 좋아진 것인데, 오히려 '촛불 시민이 괴담에 선동됐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또한 국정 농단이 실제했음에도 박근혜 탄핵을 여전히 '국모에 대한 천민들의 경거망동'으로 믿는 이들이 있다. 또한 '한국에 은혜를 베풀어주는 공정하고 아름다운 미국에 대해서 감히 한국인들이 전시작전권 환수, SOFA 개정, 사드 배치, 쥬피터 생물무기 프로그램 철폐 등을 할 수 있느냐'며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것은 배은망덕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다. 

결론을 말하자. 공식 역학조사 결과도 없이 정부가 사전에 스스로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미국의 광우병 발생을 기회로 최악의 조건으로 타결되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해 미국에 재협상 요구를 하는 적극적 자세가 요구된다.

우리 정부가 '글자 하나 수정할 수 없다'고 했음에도 결국 대폭 양보한 한미FTA 협상마저 '재협상 하자'고 들고 나오는 미국에 대하여 우리 정부가 이렇게 정당하고 타당한 재협상 요구를 하지도 못하고 끌려 다닌다면 문제가 크다. 이는 마치 총을 들고서도 칼 든 이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과 같다. 여러 분야에 걸친 한미 간 협정에서 '불공정한 내용'과 '굴종에 가까운 조건'을 받아들이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오히려 우리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촛불에 의해 태어난 새 정부는 이런 굴종의 국내 문화를 극복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요구받고 있다. 당당하고 자신있는 적극적 자세로 대내외의 문제에 임하기를 바란다. 이번 미국 광우병 발생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을 대상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을 대상으로 '액션'을 취하는 것이 10년을 두고 이어 온 촛불의 의미이자 국민이 현 정부에 거는 기대다. 

민교협의 정치시평은 프레시안과 민교협 홈페이지에 공동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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