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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거 정치 축제 뒤에 가려진 것들
저자 정재원(국민대학교)


대통령 선거가 바로 내일이다. 한국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보수 정당 후보가 약세를 보이며, 주요 두 야당 후보들이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많은 이들이 정당 중심, 그것도 인물 중심의 정치에 많은 이들이 빠져들고 있다. 촛불 정국에 대한 과도한 찬사에 이어 이번에는 선거 정치에 대한 과도한 몰입이 이어지면서 많은 이들이 다시 예전처럼 언론 보도 하나하나에 흥분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촛불 정국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먼저 냉철하게 지난 날들을 평가하고 현재를 분석해야한다. 매우 안타깝지만 촛불 시위 이후에도 한국 사회에서 왜곡되어 나타났던 시민들의 정치적 성향은 그 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규모 촛불 시위는 박근혜-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 자체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되었지 항간에서 주장하듯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팍팍한 삶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저 시민들은 '직위도 없는 일개 여성'이 대통령을 쥐고 흔들며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 자체에 분노를 느꼈을 뿐, 자신들의 삶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의 문제나 광의의 지배 집단에 의한 착취나 약탈에 대한 분노는 크지 않았다. 

또한 촛불 시위가 대규모화될 수 있는 데에는 경찰이 집회를 허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갑작스런 집회 허용 상황이라는 것은 바로 최하 4% 정도로까지 추락했던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었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지 않고 적절한 수준을 유지했었더라면, 경찰은 여전히 강경하게 진압을 했을 것이고, 쉽게 대중적 시민 항쟁으로 이어지지 못 했을 것이다. 해괴하게도 이미 한국 정치는 일정정도 총선과 대선 등 선거를 중심으로 하는 정당 정치가 안착되어 가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촛불 시위 자체도 야당이나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아닌 지배계급 내부의 분열로 시작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단순히 시작이 그러했기 때문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시민의 의식과 행동을 통제해 온 보수언론들은 박근혜 일파의 충격적인 국정농단이 대선 직전에 폭로될 경우 정권재창출은 물론 차기 정부 출범 이전 소위 '알박기' 작업들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정권 교체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 따라서 보수적 성향의 시민들까지도 정권에 반대하도록 선동했다. 여론을 장악한 보수 언론들의 이러한 모순적 역할이 없었다면 촛불은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연인원 1700 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직접적 거리 항쟁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두 말 할 나위도 없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바로 정권에 대한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이 반영되는 선거 정치의 틀에 있었다. 이 지지율의 변동에 따라 지배계급의 정치 전략이 변화하였고 허용과 금지의 범위가 정해지는 등 이들에 의해 정치 사회의 변화가 짜여졌다. 실제로 박근혜 정권 반대 시위는 크게 허용한 반면, 같이 시기에 일어났던 다른 시위들은 단호하게 저지되기도 했었다. 

결국 정권도 정당도 아닌 개인에 대한 지지의 문제로 축소되면서 박근혜 개인에 대한 지지율 및 그가 속했던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어느 정도 줄었지만, 그렇다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당으로의 지지로는 연결되지 않는 현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자면, 박근혜 개인이나 집권여당 관련 정당에게는 일시적으로는 반대해도 결단코 그 대안으로 더민주 혹은 그보다 더 왼쪽에 위치한 정당들을 선택하지 않는 기존의 보수정당 지지자들의 지지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 지지율에 민감한 정치가 정착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 다시 한 번 정권의 교체가 이루어지는 등 표면적으로는 지역 중심의 정치가 약화되고 좌파와 합리적 우파 정당 간의 이념과 정책 대결 중심의 민주주의적 정당 정치가 안착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지배 구조를 파악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으며 따라서 진정한 변혁을 가로 막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정당 정치를 대신할 대안적 정치를 아직 찾지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 정치와 대의제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단지 많은 이들이 마치  스스로 정치 쇼의 한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과도한 흥분 속에서 진정한 지배 구조의 본질을 잊고 있다는 사실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매우 흥미롭게도 많은 이들이 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적폐에 대해 박근혜 일당의 국정농단에 관여한 몇몇 사람들의 문제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넘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 모종의 기득권카르텔, 특권과두동맹의 지배 등으로 이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처음으로 정치 사회에서의 문제, 즉 박근혜라는 개인이나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문제만으로 보지 않고, 그 이상의 혹은 그 뒤의 지배 구조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적폐를 사회 곳곳으로 확장시켜 파악할 경우 초점이 흐려질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문제를 정치 정당이나 대통령 개인 행위자의 문제만으로 보는 고질적인 병폐에서 처음으로 벗어나 보고 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대통령 선거 국면은 정당 정치라는 게임의 허상 속에서 벗어나 한국사회의 기득권카르텔, 특권과두동맹의 지배를 일정정도 균열내고 조금 더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심지어 이러한 국면에서조차 마치 서구 일부 국가들처럼 보수 대 진보의 정치 구도가 안착된 것처럼 착각을 하면서 공약 자체의 진보성 여부나 과거 정권의 실정으로 논쟁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심지어 바로 직전의 촛불 국면의 의미를 잊은 채, 다시 정당 정치의 문제, 심지어 후보 개인의 문제인 양 착각하며 한가한 논쟁 구도를 만들어 온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좌파정당의 대중적 확장은 물론 집권이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특권과두동맹의 기득권 분쇄는 필수적이다. 심지어 다수 국민의 지지를 통해 권력을 위임받았다 할지라도 극소수 서구 선진 국가들 외 국가들에서의 현실 정치에서는 그 어떤 급진적 좌파 정치 정당이라도 특권과두지배동맹의 분쇄 없이는 그 어떤 개혁의 시작도 절대로 불가능하다. 

현재 대통령이 구속된 상태이자 집권 여당의 붕괴, 나아가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우병우 불구속 수사나 사드 배치 과정을 보라. 정당 정치와 별도로 작동되는 검찰과 국방부와 외교부로 상징되는 관료 권력은 막강하며, 이들은 정당 정치와 무관하게 우리를 지배한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서도 보듯, 관료 권력은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판단되면, 정권을 무자비하게 뒤흔들 수 있다. 재벌과 같은 대표적인 개혁의 대상들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그 논쟁 구도에 숨어 전횡과 특권을 행사하고 있는 집단들이 너무 많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에도 관료집단이나 재벌 외에도 언론, 사학, 종교, 부동산업자, 그리고 각종 직능단체 등등 수많은 이익집단들이 정권교체를 대비해 다양한 대책과 로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정권은 교체되어야 한다. 그것이 정의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정권 교체 자체나 이후 있을 몇몇 사람들의 단죄에 있지 않다. 이제 특권과두동맹은 새롭게 진영을 정비해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할 것이다. 그 발현 방법은 아주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들을 정치사회에서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재편될 것은 물론이지만, 국정원과 검찰,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 카르텔은 아주 자주 국민들을 선동하며 무자비하게 정권을 뒤흔들 것이다. 따라서 특권과두동맹들을 빠르게 분쇄하지 못한다면, 북한 문제나 경제적 위기 등 기존 권력집단의 정가의 보도에 의해 새 정권의 위기는 시작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복지국가든 경제민주화든 그 어떤 진보적인 정책들도 특권과두동맹이 수십 년에 걸쳐 사회 곳곳에 참호를 파 놓고 뿌리박아 놓은 모든 영역에서의 근본적인 구조 변혁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 어떤 급진적 정당이 권력을 획득하더라도 실현될 수 없다. 공약이 실현이 안 되는 것은 그 정당이나 후보가 집권 이후 배신을 해서가 아니다. 그러한 공약이 실천되지 않도록 하는 집단들을 무력화시킬 방법이 실현되기 위한 연대 혹은 왼쪽으로의 견인이 필요하다. 

우리는 중도 자유주의 야당, 그것도 한국적 특징을 갖는 중도보수 야당의 한계를 우리는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정당이 또 다시 민주주의와 경제, 국제정세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매우 암울한 상황 속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 현재, 과연 좌파 정당이 확고히 가져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 어차피 그 놈이 그 놈이니 또 다시 가열차게 싸울 준비를 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할까?

근본적인 적폐 청산과 사회변혁은 좌파정당만이 할 수 있다. 그러나 좌파정당이 독자적으로 집권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좌파정당은 현 중도보수 야당과 협치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원칙은 간단하다. 광의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즉 특권과두동맹읕 분쇄시킬 수 있는 선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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