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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촛불 대선'의 의미를 새기자
저자 우희종(서울대학교)


'촛불 대선'의 의미를 새기자


대통령 선거철이다 보니 각 정당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 화제의 중심이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엄밀한 검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주사회라면 필요하고 또 요구되는 사항이기에 TV 토론회 등이 진행되면서 그 열기는 더해진다. 역시 자신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후보들 간의 공방에 대한 평가가 극명히 다르고, 동일한 내용에 대한 해석과 입장도 차이를 보인다. 어차피 세상이란 자신이 바라보는 데로 구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또한 자연스럽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대선 후보에 대한 뜨거운 검증이 각 후보의 정책이나 가치관, 보다 구체적 실행 방안 등에 대한 검토와 차별성보다는 후보들의 개인 비리에 대한 진실 게임 형태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쉬움을 갖게 한다. 

세간에서 지적되듯이 후보들간 기본적인 정책 차별성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국가지도자로 준비되지 못한 채 자신이 속한 집단 이익만으로 국정 운영을 해온 지난 여러 정권의 지도자를 경험한 국민들에게 남겨진 일종의 상흔 때문일 수도 있다. 수백만 시민이 촛불을 들고 탄핵을 이뤄낸 것은 국민 역량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21세기 시대에도 여전히 생업을 마다하고 거리에 나와 외치고 행동해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정치 낙후성과 그에 대한 실망감도 든다. 

여러 후보들의 정책적 차별성을 그다지 볼 수 없다는 지적은 어찌 보면 긍정적이기도 하다. 물론 자신이 속해 온 집단이나 계층에 따라 그 편차는 있겠지만, 최소한 우리 사회 변화를 위해 무엇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에서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중요한 시기에 그동안 경험했던 국가지도자들의 부족함 때문에 후보 검증 과정이 단지 개인과 관련된진실 게임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정 운영은 대통령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선출한 국가지도자가 국내외에서 정치력을 발휘하기는커녕 특정 집단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것은, 검증 과정에서 그들에게 요구된 덕목과 평가에 무언가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일 수 있다. 이를 되새길 필요는 있다. 

고려 말 혼란한 시기에 정몽주가 일국의 재상으로서 단심가를 지어 옳고 그른 가치에 대한 올곧은 자세를 후대에 전했다면, 그런 정몽주에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고 유연한 태도를 취하며 하여가를 지은 이방원은 훗날 태조가 되어 조선 왕조의 기반을 닦는다. 바른 길에 대한 타협 없는 정몽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는 없겠지만 하여가가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정치는 옳고 그름도 아니요, 굳이 말한다면 다양한 이해집단 간의 조율과 화합이다. 이를 통한 사회 안정, 국력의 집중과 발전을 이끌어 내야 한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 우리가 바라봐야할 진정한 국정 지도자의 덕목과 정치적 자질을 생각해 볼 때, 국가 운영을 맡을 이를 검증하는 이 시기에 정책이나 가치, 미래 지향성과 의지 등의 모든 중요한 내용으로부터 유권자의 눈을 가리는 개인의 '옳고 그름'의 진실 게임은 불행한 일이다. 

국정의 기본이 옳고 그름이라서 그런 것을 요구할 것이라면 학자나 판사가 하면 될 것이고, 혹은 경제적인 것이라면 기업인 협회로부터 추천받은 경험 많은 기업인에게 맡기면 된다. 대통령 선거에 굳이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 후보 검증과 선거에 시간과 노력을 지불할 것 없다.

물론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한 포용과 조율이 개인 집단을 위한 자세인지 아니면 공공성과 국가 이익을 위한 자세인지는 중요하다. 대선 후보 정도가 되어 보여줘야 하는 그런 유연한 태도가 공공성으로 포장한 개인 이득 목적이라면 그는 사기꾼이자 교도소에 가야 할 자이다. 반면 너와 나의 갈등을 조율하는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부처님도 불난 집 속에 어린 아이들을 불러내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면 취해야 할 수단으로 말한다.

후보들의 겉으로 보이는 유연한 태도가 흑심에 의한 것인지 더 큰 공익을 위한 것인지는 말로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것은 각 후보들의 삶과 과거 행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각자 살아온 삶의 궤적이 스스로 말하는 것이기에, 대선 후보 검증이라는 이 시기에는 당장 눈앞의 말과 모습을 넘어 각 후보가 살아온 삶에 근거해서 조용히 그들 말을 귀 기울일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과거 외교통상부 장관을 한 이가 평소 다른 곳에서 만난 그의 인상과는 달리, 남북 간에 오갔던 자료와 기록을 공개하면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는 뉴스가 보인다. 탄핵으로 혼란한 이 시기에 남북 간의 이면 상황까지 공개해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자신이 관련된 '옳고 그름'의 문제일지는 몰라도 국가와 사회를 위한 공익적 가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제 국민들은 대선 후보의 검증이라는 포장 속에 진행되는 이런 류의 진실 게임을 보면서 대선후보에게 정몽주 단심가를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이해 상충의 사회를 공공성과 자국의 이득을 위한 통치권자의 하여가를 요구할지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 그동안 우리가 요구해 왔던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관점을 대통령 후보에게 적용하면서, 오히려 그들이 만들어 낸 '옳고 그름'의 틀 속에서 속아왔다는 것을 촛불 속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단순 개인 진실 게임을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을 존중하고 조율하면서 국가를 위하려는 이가 누구인지 살펴보며 선거에 임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우리의 촛불임을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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