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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해체 개념으로 사진을 보면
저자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해체 개념으로 사진을 보면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서양 세계관의 중심은 플라톤 이래로 지금까지 (혹은 적어도 데리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이성에 있었다. 이성 중심은 텍스트 뒤에는 항상 일정한 구조가 존재한다는 구조주의와 이어졌고 그 이원적 구조 안에서 인간은 항상 현상보다는 본질을, 경험보다는 깨달음을, 가상보다는 실재를, 문화보다는 자연을, 문자보다는 언어를 (그래서 사실의 기록보다는 영적 계시를) 우월한 것으로 가치 매겨 왔다.


 이러한 이성과 구조가 한창 유행하던 1960년대에 텍스트가 갖는 기표는 일정한 기의를 갖는 것만은 아니므로 그 구조는 해체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순식간에 2000년 넘게 유지해 온 이성 (즉 로고스) 중심의 서양 형이상학에 충격과 전율을 가져다 준 이가 있었다. 그가 자크 데리다이다. 그에 의해 그동안 당연시 여겨져 왔던 빛과 어둠, (플라톤 비유에서 나타나는) 동굴의 안과 밖, 남성과 여성, 언어와 문자와 같은 서양의 전통적 이분법적 구조가 통렬하게 비판당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여럿의 진리가 가능한 자리가 펼쳐졌다. 그 안에는 옳고 그름을 가르는 도덕이나 진리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무엇이든 명료하고, 단일하며, 진리적이고, 그 진리를 표현 가능한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부정하였다.


 데리다로부터 촉발된 포스트 모던의 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정돈, 규율과 권력을 배제하고 그에 저항하게 한다. 이제 변화의 과정에 있는 미완성이 하나의 완성이 되고, 전복이 또 다른 틀이 되며, 통일이 해체 된 잔해 위에서 분열을 찬양한다. 그래서 그 새로운 예술은 겉과 속을 바꾸고, 위와 아래를 뒤엎는 따위와 같은 단순한 외형의 전복만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서사 구조는 물론 장르까지 해체된다. 이러한 데리다의 해체 이론은 들뢰즈의 시뮬라시옹, 보드리야르의 초(超)실재의 개념과 맥을 같이 하면서 해체된 기호, 해독 불가능한 이미지, 실재하면서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터넷 공간 등과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데리다는 차연의 개념으로 기존의 근대주의자 특히 구조주의자들이 행한 텍스트 해석을 해체하였다. 모든 텍스트는 기표의 일종으로 그것이 갖는 권위는 순간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해석은 흔적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일관된 해석이란 있을 수 없고,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의 해체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데리다의 해체는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다. 그것은 데리다의 사유가 포스트 모더니즘의 물꼬를 터뜨린 일대 사건과 관련이 깊다.


 데리다의 해체적 사유는 196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모든 문화계에서 다양성과 차이를 생성하여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기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 동력으로 환경, 인권, 문화, 여성 등에 관한 운동이 봇물 터지듯 했고, 미술, 건축, 음악, 패션, 사진 등에서 기존의 사유의 틀이 크게 도전받았다. 그의 사유에 바탕을 둔 포스트 모던 문화는 인터넷이라는 물질계와 만나 인류 문화 전반에 실로 거대한 소용돌이를 휘몰아쳤다. 특히 데리다와 인터넷의 만남은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실재 존재와 허구적 존재의 차이를 무너뜨려 버렸다.


 데리다의 해체 개념에서 보면, 사진에서 표절이란 없다. 복제된 작품을 그대로 다시 촬영하여 자신의 작품으로 만든 것이 데리다적 예술 행위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의미로 보면 명백한 표절이지만 데리다의 세계에서는 표절이 아닌 자기만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해체다. 해체는 저작이라는 가치가 권력이 되는 메커니즘을 부인함이다. 그래서 이제 예술은 자율성을 갖는 존재가 아니다. 예술가가 개성을 갖거나, 작품이 독창성을 갖는 것이란 있을 수 없다. 워커 에반스의 작품을 그대로 다시 찍어 자기의 작품으로 만들어 발표한 미국의 사진가 쉐리 르빈에 의해 소위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내세운 참여와 기록의 의미가 철저히 농락당해버린다.

 

 

   ⓒ 이광수. 2009. 부산
  부산대학교에 세워진 쇼핑몰을 찍은 평범한 사진이다. 이 사진을 상업화 된 대학의 모습을 기록하거나 의미 부여를 할 요량으로 삼으면 보통의 다큐멘터리 사진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다 작품의 이름을 ‘점심 먹으러 가면서 핏대 올리며 싸우는 남과 여’라고 제목을 붙이면 전혀 다른 포스트 모던의 사진이 된다. 누구든 이 사진에서 그 남과 여를 찾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 두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가? 어떤 것의 존재 여부는 규범의 문제다. 그런데 규범이란 결국 권력이니 존재 여부는 결국 권력의 문제다. 결국 다수와 이성 그리고 이항 분립의 근대화는 애매함과 소수를 죽이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애써 살리려 하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데리다의 시선의 탈중앙화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소외와 변방 그리고 무시로 점철된 작은 이들의 세계를 드러내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인 나는 사진에서 예술을 버리고, 사회사적 물질을 드러내게 된다. 데리다와 만난 그 해체의 실천 속에서 이 사진은 비로소 탈(脫)예술적 예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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