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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라포를 구축한 후 사진을 찍어야
저자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라포를 구축한 후 사진을 찍어야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많은 ‘다큐멘터리’ 작가들은 낯선 문화에 다가서기를 업으로 삼는다. 그들은 사진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기록성에 둔다. 따라서 그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 낯선 문화에 대한 오해를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사진가는 낯선 곳의 사람들을 유기적으로 유지하는 어떤 총체성을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그 안에서 그들에 대한 호기심, 애정, 분노 등을 우선 포착할 수 있고 그것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 사진은 기록으로서 가치는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록성이 더 우선인지 예술성이 더 우선인지는 말 할 수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사진가 개인의 몫이다. 시(詩)로 쓰는 역사, 그것이 주는 표현 방식의 진부함은 기록으로서의 사진이 갖는 한계가 아닌 본질이다.


 그러한 한계 위에서 현장을 찾아간 사진가들은 인류학자들이 하는 것과 같은 참여 관찰을 수행한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여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라포(rapport)의 구축이다, 라포란 조사 대상인 현지인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둔 친근한 인간 관계를 말한다.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현지인의 감정이나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큰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지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 사진가들이 갖추는 윤리다. 엄밀하게 말하면, 몰래 찍는 것은 사진가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이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망원렌즈를 이용해 멀리 있는 대상을 끌어당겨 찍는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초상권의 문제를 떠나 '도(둑)촬(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사진가가 라포를 우선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은 조사자가 속해 있던 세계관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현지인의 문화와 습속을 존중하여 그 사람들이 경계심을 풀고 벽을 허물도록 인간적 존중을 반드시 쌓아야 한다는 사실에도 있다. 따라서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준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현장에 장기간 체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문명과 진보를 기준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는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보통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특정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사진을 찍는 인류학적 방식으로서 찍는 경우도 있고, 포토 저널리스트로서의 취재 방식을 택해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추구하는 사진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사진 모두 국외자의 눈이 아닌 참여자의 눈으로 그들 속으로 들어가 찍은 사진인 것은 분명하다. 설사 포토 저절리스트로서 사진을 찍는다지만, 작가가 그 세계를 자극적인 뉴스 거리로서만이 아닌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일상의 구조로 드러내고자 애쓴 것이라면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하는 작업은 사진으로 역사를 다루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역사를 다루되 역사학자들이 하는 책을 통한 진실 규명보다는 길에서 진실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들은 수많은 잊혀 진 이야기들을 언어가 아닌 이미지로 기록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내면화 될 수 없고, 전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방식으로의 표현이다. 그래서 그것은 역사학자들이 추구하는 한정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구조의 신화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다. 인류학자들이 공간 속에서 찾고자 하는 민족지를 통한 기록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것이다. 

 

 

  ⓒ 이광수. 2008. 캄보디아
내가 공동대표로 있는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열악한 곳 한 군데를 골라 구호 사업을 한다. 그래서 나는 구호 사업을 하는 활동가로 그 마을을 방문 조사하였고, 그 마을 사람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구축된 라포가 있을 때 현장감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라고 해서 여느 ‘다큐멘터리’ 작가와 다른 어떤 특별한 참여 관찰법을 쓰는 것은 아니다. 관찰 대상자들에게 자신이 누구인가를 명백히 밝히고 카메라를 들이대기 이전 라포를 구축하는 시간을 우선적으로 갖는다. 유진 리차즈도 그리 하였다. 그는《코카인 트루, 코카인 블루》를 작업하기 전 3주를 그렇게 보냈다. 카메라를 들지 않고 그들과 차도 마시고, 집 안이나 일터를 구경 한다. 라포는 작가에게 일을 벗어난 유혹을 준다. 유혹을 받아들여 그들과 하나가 되어 작업을 하는 작가가 있을 수 있고, 참여 관찰자로서만 작업을 하는 작가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실은 두 방법이 서로 별개의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 사람들이 작가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그가 자신들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잊기 시작한 후 그 때에서야 비로소 그들을 찍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그들을 진실로 기록하는 사진이 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녀는 코카인을 원하고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고, 그들은 내가 거기 있다는 것을

 신경 쓰지도 않지만 나의 존재는 느끼고 있으며, 그래선지 그는 발기가 안 된다.”

 

 유진 리처즈는 바깥 사회, 권력, 다수가 만들어내는 폭력을 평화로 거부한 작가다. 그리고 그 평화를 그 낯선 사회에 대한 존중과 인간으로서의 고뇌에 찬 접근을 통해 사회 통념의 벽을 깨고 이루어낸 작가다. 유진 리차즈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힘을 읽고,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자세를 배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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