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목적 창립취지문 및 규약 연혁 조직구성 임원소개 약도 회원가입안내

문학으로 읽는 우리 시대

2014.07.28.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곡, 이희섭의 <단원나비>
이도흠(한양대 국문과 교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곡, 이희섭의 <단원나비> 이도흠(한양대 국문과 교수) 아모도 어린 나비들에게 수심을 일…

영화를 읽다

이 한 권의 책

사진 에세이

민교협의 정치시평

나의 교육민주화 투쟁기

통합검색
사진 에세이
이 글을 twitter로 보내기 이 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이 글을 Me2Day로 보내기 이 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이 글을 C공감으로 보내기
조회 1557
글자 크게 하기 글자 작게 하기 프린트
제목 사진의 맛은 풍크툼에 있다.
저자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사진의 맛은 풍크툼에 있다.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사진은 과학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엄밀하게 신화다. 사진이 과학이라면 그것을 이해하고 읽는 것이 단일해야 하고, 그 표현된 대상이 단일하게 인식되어야 하는데, 사실 사진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사진이 과학의 산물인 기계로 어떤 대상을 묘사하지만, 전적으로 주체적으로 재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진이 보이는 대상을 주체적으로 프레임에서 배제하고, 개별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연속적으로 재현되지 않고 단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은 관습적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명료함이라는 문법의 함정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 그것을 보는 (혹은 읽는) 사람들마다 시선이 서로 달리 꽂히고, 달리 느낌을 받으며, 달리 이해한다는 말이다. 신화를 벗어나기 위해 롤랑 바르트가 글의 비가독성(非可讀性)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바르트가 주장하는 바, 글에서 쓰는 사람의 뜻이 일괄적으로 읽는 사람에게 스며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읽는 사람이 각자 느낌대로 읽기를 해야 하듯, 사진은 이미지의 어떤 기호가 주는 패러다임으로부터 확보되는 의미를 차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비평가 수잔 손택은 해석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비평가들이 예술에 대해 통렬하게 가하는 복수라고 하였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안에 ‘너’와 ‘나’가 다르고, ‘너’와 ‘나’가 공유할 수 없는 그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바르트가 말한 사진 읽기의 교본 중의 교본인 ‘풍크툼’이다.


  풍크툼, 화살처럼 뾰족한 도구로 찔림을 당해 생기는 상처나 그 흔적. 뭐라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돌발적인 아픔. 분석할 수도, 예견할 수도 없는 그러면서 똑 같이 반복해서 느낄 수도 없는 것, 작은 구멍이고 조그만 얼룩이면서 작게 베인 상처. 꼭 단 한 명에게만 적용되는 찔림. 그 풍크툼의 존재가 있어서 사진은 테크닉도 아니고, 실재도 아니며, 르포르타주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다. 그 소통 불가능한 우연의 세계.


  풍크툼을 바르트가 결정적으로 품은 것은 그의 어머니의 죽음과 그것 때문에 생긴 우울증 때문이었다. 바르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유품을 정리하면서 그 어떤 사진도 그가 사랑했던 어머니를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고 절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다섯 살 어린 아이 시절 사진을 발견한다. 그는 실제 본 적이 없는 그 다섯 살 난 어린 아이 사진 속에서 어머니의 모든 것을 느낀다. 그런데 그는 어머니의 그 사진은 그가 아닌 다른 이 즉 우리와 같은 독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 했다. 양자는 논리적으로 전혀 소통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 사진으로부터 실증적인 의미의 객관성을 성립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우울증에 시달린 바르트. 언어를 가벼운 것으로, 이미지를 정지시켜야 하는 것으로 본 타고난 반항아였다. 그는 보편자를 위해 개별자가 희생해야 한다는 그 숭고한 시대적 철학적 미(美)에 처절히 반항하였다. 속박과 의례를 싫어함. 보편성을 참을 수 없던 그. 현대 사진은 바로 그 탈보편화 안에서 꿈틀거린다. 그것이 그가 말한 풍크툼의 세계이고, 사진 세계의 생명력이다.

 

 

   ⓒ 이광수. 2008. 전주 교동
 이 사진을 보면서 그 찔러 오는 아픔의 정도는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그 안에서 때로는 어렸을 적 초등학교 마치고 ‘엄마’하고 외치면 집으로 오는 ‘나’를 찾기도 하고, 때로는 마루 밑에서 웅크리고 있던 “쫑”을 찾기도 한다. 모든 사진이 슬픈 것은 사진의 시간이란 모두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모든 사진은 그 풍크툼 속에서 살아 있기 때문이다. 저 때만 해도 처갓집 장모님은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돌아다니셨는데, 지금은 ... 이것이 다른 경험으로는 환원할 수 없고, 오직 나 자신에게만 존재하는 풍크툼의 세계다.

 

 

  사진은 언어적으로든 시각적으로든 세계에 대한 표상을 이데올로기적 맥락 속에서 위치시키는 어떠한 내포도 갖지 않는다. 다만 지시할 뿐이다. 그래서 저 사진은 반 쯤 열린 대문이 우리가 살아온 집의 존재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진은 이 땅에서 사라져버린 집과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우리로부터 사라져버린 시간이 세월을 지내 온 모두에게 끝없는 슬픔의 그리움을 준다. 그 아픈 찔림의 상처, 그것이 풍크툼이다. 풍크툼, 그 은닉의 그리움이 이데올로기 담론의 홍수보다 훨씬 더 아프다. 사진이 갖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사진이 감동을 주는 근거는 일정하지 않다. 그것은 보통 사진이 그 자체 언어에 직접 개입을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기계적으로 재현하는 것인 만큼 그 모호함의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자에 따라 기억을 훨씬 넓고 쉽게 공유하도록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이 사진이 갖는 주요한 고유 특성이다. 그래서 기억은 기본적으로 기록이고, 역사며, 사진이 갖는 고유의 성격과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 기억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면서 불안하지만 적어도 그것을 회상하는 주관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연속성을 갖는다. 그런데 사진은 그런 기억보다 훨씬 불연속적이다. 일정한 파편들만으로라도 서투르게나마 나와 다른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개개의  기억이라는 것은 너무나 어설퍼 공공적인 기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사진을 통한 기억이 공공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 빈 공간이 너무 크고 막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사로운 개인의 세계가 가치를 인정받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다. 바로 그 역할, 남들과 다를 수 있는 매우 파편적이고 불완전한 개인만의 기억을 사진이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서 오래된 사진이 갖는 풍크툼의 세계가 열린다. 모든 사진은 시간 속에서 오래된 사진이 된다. 그래서 오래된 사진에서 풍크툼은 많은 이에게 만연하다.


  그 어떤 예술도 행해 내기 어려운, 대중 예술로서의 존재 가치이다. 오래된 사진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작동하게 하는 것이 논리나 이치로 설명할 수 없는 사진의 본질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래된 사진이 주는 그 풍크툼이라고 명명되는 것은 구성미나 조형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래된 사진은 그 사조가 어떠하든, 그 철학이 어떠하든, 그 기록의 가치가 어떠하든, 그 작가의 역사적 위치가 어떠하든 그 존재 자체로서 이미 사진 예술의 경지에 오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사라져 버린 전당포, 중절모, 몸뻬, 육교, 아이스케키 장면 속에서 작가의 의도나 그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 자체가 찔림이고, 소통이고, 인간 지향의 세계와의 연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목록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번호 제목 저자 날짜 조회
12   이미지가 실재인 세계에서의 사진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12.06. 4267
11   탈(脫)주체의 사진을 시도해 볼만 하다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11.29. 2148
10   시뮬라크르를 이해해야 현대 사진을 안다.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11.22. 1803
9   오리엔탈리즘에 빠지지 않는 사진을 찍어야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11.15. 1744
8   해체 개념으로 사진을 보면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11.08. 1443
7   라포를 구축한 후 사진을 찍어야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11.01. 1838
6   사진으로 기억하기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10.25. 1478
5   감정을 표현하는 사진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10.18. 1571
  사진의 맛은 풍크툼에 있다.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10.10. 1558
3   아우라로부터 벗어나는 사진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10.04. 1711
2   ‘다큐멘터리 ’ 사진을 찍으려면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09.27. 1638
1   나는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2012.09.20. 1634



 
(151-832) 서울시 관악구 인헌동 1632-2, 2층 (도로명주소: 서울특별시 관악구 봉천로 594-1, 2층) / TEL : 02)885-3680
FAX : 02)6918-6882 / E-Mail : mingyo@chol.com / 후원계좌: KEB하나은행 630-005221-265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