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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우라로부터 벗어나는 사진
저자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아우라로부터 벗어나는 사진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19세기는 사진과 영화라는 기술 복제의 예술을 등장시켰다. 그런데 애초부터 복제본의 생산을 전제로 한 그 사진과 영화 때문에 이제 원본과 복제본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돼 버렸다. 이는 전통적 예술 작품이 갖고 있던 유일무이한 현존성과 진품성의 가치를 순식간에 매몰시켜버렸다. 곧 아우라의 상실이다. 아우라가 무엇인가?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기운,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 대상이 원본이거나 일회적인 데서 나오는 것이다. 벤야민에게 아우라란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느낌, 예술 작품을 대하는 주체가 그 대상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종류의 거리였다. 그는 아우라를 그 사물이 갖는 권위를 의미하고 그 때문에 그 대상에 대한 일방적인 몰입과 나아가 숭배를 자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이제 복제를 통해 예술을 자신에게 끌어와 소유하고자 한다. 과거와는 달리 사물을 먼 곳에 두고 특별한 때와 장소에서만 바라보고 돌아오지 않고, 이제는 직접 만지고, 듣고, 보고자 한다.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원본으로부터 격리된 사회적 위치는 더 이상의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아우라를 느끼지 못한다 하나, 이를 달리 말하면, 그만큼 내 곁에서 ‘현재화’ 되니, 아우라를 통한 권력으로부터 독립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아우라의 상실’보다 훨씬 중요한 ‘숭배 권위로부터의 독립’을 획득하는 정치·사회적 의미가 여기에서 나온다.


 이는 예술이 종교적 숭배 가치에서 벗어나 세속적 아름다움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새로이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벤야민은 아우라란 예술 작품이 원본이라는 대상적 속성과 결부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예술 작품을 대하는 주체의 주관적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따라서 사진의 출현이 곧 아우라의 상실로 바로 연결되는 것만은 아니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이제 고전적 그림의 주요 대상인 인물 사진이 뒷전으로 물러난다. 그러면서 사진은 본격적으로 아우라로부터 독립하는 세속의 예술이 된다. 비로소 사진을 통해 아우라를 벗어나고, 그리하여 전시 가치가 숭배 가치를 앞지르게 된 것이다. 벤야민이 사진이 아우라를 재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은 본질적으로 대상과 그 대상을 재현하려는 사람과의 거리 때문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 대상인 인물이나 풍경 혹은 정물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없는 것과는 달리 사진가는 그 대상과의 거리감을 포기하고 대상이 갖는 숨겨진 내부 요소들을 재현하려 한다. 그런데 대상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다 보니 그 동안 친숙했던 풍경이나 인물이 아닌 여러 낯선 대상들이 나타난다. 그렇게 되다 보니 이제 대상을 보는 방식이 전통적인 관조가 아닌 새로운 충격적 경험으로 된다.


 아우라를 벗어난 나면서 사진은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낯설게 만들어서 그것을 다시 주목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관계 만들기가 된다. 예컨대, 근대 도시 뒷골목에서 무의미 한 것으로 버려지고 지워지는 온갖 기억들 속에서 새로운 예술의 가치를 찾은 것이다. 부여잡는 눈을 갖는 대신, 헤매는 눈을 가지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진가는 일상의 친숙한 것을 낯설게 봄으로써 거기에 예술의 생동감 내지는 생명력을 불어넣으려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딘가에서 헤맨다는 것은 뭔가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된다. 전통적 눈으로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주변적이고 천대받는 군상들이 제 목소리를 내도록 기록한다. 그것이 아우라로부터 벗어난 대중 문화로서의 사진이다.


 사진이 아우라로부터 해방되었다 함은 곧 예술 작품을 대하는 기존의 태도가 전적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아우라를 갖는 그림과 같은 전통 예술을 대하는 사람은 그 작품 안으로 몰입해서 스스로를 그 작품과 일체화하여 그 아우라를 온 몸으로 체험해야 하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에서는 복제 기술 때문에 - 혹은 덕분에 - 원하는 장소와 시간 속에서 사진과 자유롭게 부유하고, 헤매게 된다. 복제된 앗제의 사진을 접하는 관객은 그 재현된 이미지에 몰입을 할 수도 없고, 그 작품에 일체화를 할 수도 없다. 대상은 그저 대상이고, 본질을 갖지 않는 타자일 뿐이다. 그래서 이제 사진 예술은 대상에 대한 몰입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그 대상에 대한 비판과 거리 두기를 필요로 한다.

 

 

 

 


                                                            ⓒ 이광수. 2009. 부산 서대신동

 

  


 사진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사진을 통해 작가가 뭔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것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행태를 벗어나는 일이다. 비평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사진은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읽는 사람이 느낄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을 하는 사람이 꼭 공부해야 할 것이 벤야민의 미학일 것이다.

 

 거리 두기를 주된 개념으로 하고 사진을 찍으면 대상은 전혀 극적이지 않다. 매일의 일상에서 접하는 별 거 아닌 흙덩어리, 나무, 작은 덤불, 풀이파리 같은 것들을 렌즈라는 눈으로 찾아, 보아 재현하는 것이 아우라를 좇지 않고, 그에 오염되지 않는 사진이 된다. 이 때 사진가의 눈은 전적으로 그가 세운 주관의 삯이다. 객관적이거나 역사적이거나 담론적인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홀로 선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볼 수는 있으나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작품이라 내세우는 일은 사회의 지식과 앎으로부터 스스로를 소격시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사진에는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의식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회 언어로 형상화 할 수 있거나, 형상화 하고자 하는 그런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나’만의 의식, 주체적 의식은 곧 사회의 지배적 위치에 서긴 하나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집합체인 다수성이나 효율성에 대한 거리 두기이기도 하다. 그것이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지 내면 세계의 성찰로 이어질지는 작가의 몫이다.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되는, 엄밀하게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이 경우 작가는 스스로 그랬듯이 독자들에게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퍼트리려 들지도 않는다. 다만 그가 하는 일은 사진을 바라보는 눈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사진과 세계 사이의 문을 열어두는 것뿐이다.


 민교협 회원들이라고 항상 ‘다큐멘터리’ 사진만을 찍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민교협 회원이기 이전에 개체로서의 자기만의 문학이나 예술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사진을 통해 그러한 자기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다면 아우라로부터 벗어나는 사진 찍기에 익숙해보기를 권한다. 그 안에 들어가면 나름의 사진 세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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