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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큐멘터리 ’ 사진을 찍으려면
저자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다큐멘터리 ’ 사진을 찍으려면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20세기가 되면서 헤겔이 규정하는 바, 본질을 현시하는 예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근대가 열리면서 예술은 본질로부터 탈피하여 물질을 통한 감성의 창출, 대상의 상실, 현실의 주체적 해석, 상상 공간의 창조, 의미의 배제 등을 그 자리에 한꺼번에 쏟아 부었다. 그러면서 고전주의의 진리 현시 미학을 뿌리 채 흔들어버렸다. 그렇게 헤겔이 사라진 그 자리에 들어선 사람이 칸트다.

 

 

  칸트에게 ‘아름답다’라는 판단은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느낌에 따르는 것이었다. 칸트에게 인간의 오감은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었다. 이 오감에 의해 느끼는 쾌감은 누구에게나 다 일반적이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그 쾌감의 정도나 깊이가 동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칸트에게 아름다움이란 인식이 아니라 쾌감이고, 따라서 예술의 본성은 진리의 내용에 있지 않고, 예술의 형식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칸트가 규정하는 예술가는 일정한 규칙을 따라 자연을 모방하는 ‘장인(匠人)’이 아니고, 스스로 규칙을 세워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천재’다. 과거에는 예술이 도덕이나 종교에 종속되어 있었으나, 이제는 예술을 아름다움을 구하기 위해 할 뿐이다. 따라서 그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무한한 상상력이 얼마든지 허용되거나 장려되기까지 한다. 결국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철저히 자율적이어서 결코 개념화 될 수는 없는 것으로 자리 잡는다.

 

  이처럼 칸트에게 아름다움은 사용 ‘목적’과 관계없는 단지 ‘쾌감’을 주는 것일 뿐이다. “아름다움이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어야 한다.”는 그 유명한 칸트의 명제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따라서 칸트에게 예술은 인식적이거나 윤리적인 가치를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로지 고유의 미적 자율성만 필요할 뿐이다. 따라서 칸트에게 예술은 순수한 형식 요소와 상상력의 자유로운 유희다. 그렇다고 해서 칸트의 형식 미학을 단순히 진리의 거부나 포기와 미적 자율성의 획득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예술 고유의 진리를 기존의 고전주의적 방식과 차별화 된 다른 방식으로 규정하려는 시도였다고 보는 게 더 옳다.

 

  칸트로 비롯되어 성립한 모더니즘은 자연과 삶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재현하는 19세기의 사실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사실주의는 삶의 실재를 객관적이고 불변적인 것으로 파악하려 하였지만, 모더니즘은 실재란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모더니즘은 객체보다는 주체를, 외적 경험보다는 내적 경험을, 그리고 집단 의식보다는 개인 의식을 더 중히 여긴다. 이제 모더니즘 작가들에게 자연과 삶은 더 이상 범접할 수 없는 우주적 유기체가 아니다.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경험의 세계일뿐이다. 결국 모더니즘은 인간의 조건을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된다. 그것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과학과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하였으나, 인간 존중의 정신이 약화되면서 인간이 삶의 실존적 의미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면서 생긴 지적 현상과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

 

  누구나 다 알 듯, 사진은 근대성과 그 궤적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사진은 근대성이 갖는 비판과 실존 그리고 창조성의 세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럼에도 사진은 그 발전의 초창기에 근대적 즉 주관적이지 못한 채 재현의 수준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류의 험담과 평가절하의 과정을 겪었다. 그러한 폄훼를 당하면서 근대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 안에서 근대주의가 말하는 물질성과 역사성을 갖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에는 사진이 재현의 세계를 넘어 창조성의 세계로 들어간 주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사진을 기록으로 남긴 ‘다큐멘터리’ 사진은 가장 대표적인 모더니즘의 산물이다. 모더니즘은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담론으로 삶에 대한 비판, 물질 진보에 대한 자의식적 성찰, 휴머니즘의 추구, 가치의 대중적 추구 등을 그 기반으로 삼는 세계관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그 세계에 대한 기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 이광수. 2008. 부산 서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들불처럼 번진 ‘촛불’. ‘촛불’은 겉으로는 광우병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것이었지만, 속으로는 중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자유의 광장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의 또 다른 모습은 경찰로 시민의 뜻을 차단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사진은 좌측의 모습이 흔들리고 뭉개져 있고 우측의 경찰 모습이 뚜렷이 나타나 있다. 그런 점에서 ‘경찰 국가’라는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잘 드러난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교협 회원들이 하고자 하는 사진은 - 물론 모든 회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작가가 창조한 근대성의 의미를 충실하게 갖는 사진일 것으로 짐작된다. ‘다큐멘터리’ 사진이란 재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기록 이상의 어떤 사회적 의미를 싣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는 사회 비판 쪽이 강하지만, 1970년대 이후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쨌든 그 사진은 어떤 장식이나 스타일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의미를 재현하는 즉 근대주의 언어에 충실한 것이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작가는 인간의 실존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면서,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과 그것에 대한 기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재현할 수 있는 양식을 통해 단순한 기록만 해가지고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한다. 작가만이 갖는 주관의 여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다.

 

  우리가 사는 오늘날이 실재와 가상이 혼재되면서 ‘의미’보다는 ‘차이’가 드러나는 포스트모던 세계라고 하지만, 여전히 국가 권력은 살아있고, 자본의 구조는 강고하다. 역사가의 소명을 작은 것들에 대한 기록으로 돌리기에는 아직은 거대 담론이 너무 막강하다. 설사 그 구조가 쇠약해지고, 도처에서 인(因)과 과(果)의 분절 현상이 드러난다 해도 아직은 그 흐름에 대한 추적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것이 근대성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그런 근대 안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소외, 혁명, 동경, 비관주의 서사를 떼어내지 못한 채 살아간다. 따라서 그들은 사진을 통해 근대성 밖 저쪽에서 말하고 떠들어대는 이질적이고, 혼종적이면서, 복합적인 가변의 허상들은 관심이 없기 마련이다. 오로지 가진 자와 갖지 못하는 자, 소외 시키는 자와 소외당하는 자의 이항적 분류가 유통 기한 내에 있을 뿐이다. 민교협 회원들이 전문 작가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글로써, 강의로써, 집회 연설에서 참여를 하고자 하는 교수들이 하는 사진이라면 일차적으로는 비판 의식이 살아 있는 그러면서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갖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는 게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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