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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20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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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미지가 실재인 세계에서의 사진
저자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이미지가 실재인 세계에서의 사진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현대 사회에서 우리에게 드러난 이미지의 의미는 더 이상 고정된 것이 아니다. 이미지에는 최종적 해석이 있을 수 없고, 다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현 사회에서는 원래의 사실보다 복제된 이미지로 드러난 사실이 더 실재적 의미를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 복제가 현실을 베끼는 게 아니라 거꾸로 현실이 복제를 베끼는 일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의 참 모습이다. 이렇게 현실과 가상의 관계가 전복된 것에 대해 주목한 사람이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오랫동안 물들어온 보통 사람들은 복제란 원본의 모사이기 때문에 환영일 뿐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보드리야르는 복제로 이루어진 가상의 존재가 실제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가상이 끊임없이 현실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의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한다. 시뮬라크르란 원본에 대한 복제이고 시뮬라시옹은 그것을 하는 행위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바로 이러한 시뮬라시옹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시뮬라크르의 세계라는 것이 보드리야르의 세계관이다. 따라서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시뮬라크르는 기호가 의미를 감춘 채 그 자체를 계속해서 변화시키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 이미지는 사실성을 감추거나 변질시키고, 그래서 그 시뮬라크르는 실재와는 전혀 무관하다. 실재와 가상, 현실과 재현, 원본과 복제의 차이가 부괴되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시뮬라시옹의 세계에서는 더 이상 새로움이란 없다. 동일자의 무한 증식만 있을 뿐이다. 보드리야르가 암(癌)과 클론을 현대 사회의 상징으로 본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현대 사회는 기술의 혁신으로 말미암아 소비자는 더 편리하고 새로운 것을 선호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하나의 사물이 이미지로, 이미지는 다시 사물에 대한 담론으로 진화한다. 그렇게 되면 그 과정 속에서 사물은 하나의 기호이기 때문에 소비의 개념도 역시 그 기호 체계 안에서만 이해된다. 따라서 생산자는 소비자가 실제 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대신 소비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물건을 만들어낼 뿐이다. 결국 소비자는 물건 대신 기호를 욕망하고, 기호를 소비하게 되고 그럴수록 이미지의 비중은 커져만 가는 사회화가 진행된다.


 이러한 사회화의 총아는 광고다. 광고는 그 재현한 대상을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인지하게 만드는 존재다. 광고는 존재하지 않는 현실과 재현된 물질 사이에 생성되는 갈등 사이에서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만들어 그것을 접하는 소비자에게 그 기호가 실재 혹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그래서 그 광고란 실재와는 아무런 관계없는 상품의 기호화일 뿐이다. 좋은 예를 한 번 들어보자. 한국 사회에서 광고의 비중이 무엇보다도 막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소주 광고다. 어떤 소주 회사는 예의 소주병에 젊고 섹시한 한 여배우 사진을 붙였다. 그러자 남성 소비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 사진을 오려 잔 밑에 붙이고 그 잔에 술을 따라 마셨다. 그리고선 누구나 그 여배우를 ‘먹은’ 것이라 희희낙락 한다. 그들은 시뮬라크르가 된 기호를 소비하면서 실재를 소비한 것으로 즐긴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실을 지배하는 가상 현실을 보드리야르는 초(超)실재라 부른다. 이는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가상,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재현, 원본보다 더 원본 같은 시뮬라크르를 이르는 말이다. 그리스 이래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아주 오랫동안 서구의 사유 기반을 이루던 실재와 재현의 이분법적 차이가 비로소 사라져버린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이 초실재의 세계에서 ‘대중’과 ‘매체’를 생각한다. 매체는 기호와 정보를 증대 시키는 것으로, 결국 의미를 소멸시킨다. 그리고 정보의 과잉 공급 때문에 대중은 침묵하는 다수로 전락하고 만다. 그래서 그 대중은 의미와 정보의 수용과 생산을 거부함으로써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하며 결국 사회 자체가 무관심하고 냉담한 대중 속으로 파급되어 급기야 소멸되게 된다.


 이러한 초실재의 세계 속에서는 대중 예술만이 예술일 뿐이다. 근대에 들어 와 미술은 도덕적 가치에 따른 예술을 거부하고 자율적 요소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물의 재현적 이미지는 해체되기 시작했고, 점차 추상화 되어갔다. 예술가가 고전적인 ‘장인’에서 칸트가 말하듯 ‘천재’로 바뀐 상황이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 다시 대중 예술에서 사물의 이미지가 부각된다.


 보드리야르는 그러한 이미지 속에서 대중 예술은 기호의 내재적 질서에 따르면서 드디어 형이상학적 초월성을 극복한다고 본다. 그는 대중 예술의 의미를 증언적·창조적·이데올로기적·가치적 행위 등을 끝내는 것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예술은 가치나 이데올로기로서 평범한 것, 하찮은 것, 보잘 것 없는 것을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노력이다. 즉, 현대 예술은 그 동안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해 온 무가치, 무의미, 비의미를 지향하는 것이다. 예술가가 칸트의 ‘천재’에서 보드리야르의 ‘누구나’로 바뀐 셈이다.


 보드리야르가 무가치를 옹호하는 것은 근대를 관통하면서 지켜온 아우라·고상함·성성(聖性)·실존·내용 등의 근대적 가치를 완전히 전복시키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의 없는 기표만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드리야르가 주장하는 대로, 모든 하찮고, 무의미하고, 무가치하고, 쓸데없는 일상의 것들이 미의 대상이 된다면 시뮬라크르로 뒤덮인 일상 그 자체가 바로 예술이 된다. 따라서 기존 개념의 예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결국 실재라는 것은 결코 표현할 수 없는 것이고, 오직 모조만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예술 또한 모조 가운데 하나이고, 그 초 실재의 세계 안에서 사라지는 모든 시뮬라크르들처럼 예술 또한 사라져버릴 뿐이다.

 

 

 

                                                                                             ⓒ 이광수. 2012. 인도 엘로라
 현대인의 일상생활 가운데 가장 활발한 것 가운데 하나는 여가 활용이고 그 가운데 대표적인 현상이 관광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찾는 관광지란, 보드리야르의 이론에 따르면, 이미 실제 존재들이 의미하는 ‘곳’이 아니고 남겨진 흔적들로 새롭게 만들어진 ‘적(跡)일 뿐이다. 허구의 세계, 가상의 세계이다. 그곳은 시뮬라크르들이 완벽하게 행위 하는 환영의 유희 공간으로서 소비 공간일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세계 유명 관광지를 찾고 그 환영을 기억하기 위해 ‘인증 샷’을 찍고 하는 행위는 현대 세계 자체가 환영으로 가득 찬 소비 공간 속에 이미 함몰되어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그러한 환영의 세계의 실체를 은닉하기 위하여 그 위에 굳건히 선 자본과 정치 권력이 온갖 이미지와 기호로 만들어진 광고를 총동원 하여 관광지를 실재 공간으로, 나아가 이 세계 전체를 실재 세계로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 사회인은 환영 안에서 춤추는 유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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