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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탈(脫)주체의 사진을 시도해 볼만 하다
저자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탈(脫)주체의 사진을 시도해 볼만 하다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란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푸코가 서 있다. 그 멀티 플레이어 푸코는 인간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정치적·경제적·과학적·철학적·사회적·법적 담론들과 실천들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었는지를 밝히는데 관심을 집중했다. 즉,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의 주체에 대한 문제에 천착한 것이다. 푸코의 미학 혹은 예술론은 현대 사진을 열어주는 문이다. 그것은 푸코가 기존 근대의 통념에 주체 혹은 정체성에 관해 도전을 던진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푸코는 이 부분에서 시뮬라크르의 에피스테메라고 하는 개념을 가져 온다. 에피스테메란  특정 시대의 앎과 경험을 성찰 하게 하는 인식의 기준 눈금 같은 것으로 그 시대 사유의 한계를 정의하고 확정 짓는 토대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에피스테메는 유사(類似)였다. 유사는 신이 만든 우주의 질서에 인간의 질서가 닮아 있는 것이다. 원본이 있고 그 원본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그 속성을 닮게 만든 것이 유사다. 아들은 아버지의 유사다.


 그런데 이 유사 개념이 18세기 고전주의 시대 이후 붕괴되어 버렸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아닌 형과 동생의 관계와 같은 것 즉 상사(相似)가 등장한 것이다. 상사의 개념은 들뢰즈, 벤야민, 보드리야르 등이 중요하게 말하는 시뮬라크르다. 원본이 없는 복제, 원본과의 일치가 필요하지 않은 복제, 원본보다 더 원본 같은 복제를 말한다. 회화로 유사를 추구하는 세계에서는 대상인 사물의 외형을 최대한 모방해야 하고, 내면 또한 최대한 드러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상사 즉 시뮬라크르의 시대에 들어와서는 객관적 모방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렸다.

 

 시뮬라크르들은 닮았으나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가 무한 복제 증식되면서 그로부터 나오는 의미가 무한하게 열린다. 창조적이고 생산적이다. 그 안에는 일정한 주체도 없고, 단일한 정체성도 없다. 재현은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을 다시 보이도록 하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것이 된다. 그러다 보니 사물의 모습 속에서 항상 동일한 것만 인식하던 지평이 넓어져 사물을 통해 볼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해내게 하고, 그것을 보는 것으로 만들어 장소를 이탈하여 존재하게 한다. 정해진 주체의 공간에서 일탈하여 새로운 주체의 공간을 세우는 일이 예술의 본령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래서 푸코에게서 ‘주체’는 죽어서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 죽은 것이 있다면 권력에 말 잘 듣는 백성(subjét)에 불과한 근대가 설정한 주체(subjét)일 뿐. 푸코는 데리다처럼 주체의 해체를 주장하는 정도로 극단적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다만, 이 낡은 도덕적 주체를 죽이고, 그 위에 새로운 주체를 세우고 싶을 뿐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주체는 스스로를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미적 주체이다. 자기 삶을 작품으로 만들어나가는 예술적 주체인 것이다. 푸코가 찾은 것은 근대적 이성과 질서에 희생과 복속의 대상으로 전락한 한 쪽만의 주체가 아닌 자기를 주체로나 객체로나 사랑하는 양 쪽 모두를 갖는 아름다움의 자아다. 이는 곧 체계에 대한 거부이자 주체에 대한 거부이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세계는 전체화 되지 않고, 나뉘어져 있으며, 설명되지 않고, 모호하며, 열려 있고, 그 안에서 해석의 여지는 무한하다. 그것은 곧 이성 중심의 주체와의 결별이고, 구조와의 결별이며, 절대성과의 결별이다.


 이러한 푸코의 세계관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그 다양한 현상들을 어떤 경우에도 확실하한 인과 관계로 분석하려 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근대 역사학과 사회과학이 매달렸던 “왜 그리고 어떻게”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하고 검증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곧 체계에 대한 거부이자 주체에 대한 거부의 미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세계는 전체화 되지 않고, 나뉘어져 있으며, 설명되지 않고, 모호하며, 열려 있어야 한다.


 원래 사진은 세계의 다중적이고 모호한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세계에 대한 주체로서와 대상으로서의 위치를 불분명 하게 만들며, 상황적으로 바뀌거나 바뀔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묘사할 수 없다. 사진은 객관적 재현도, 외형에 대한 기록도 아니다. 굳이 꼭 이해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세계는 거시적이거나 결정적인 실체가 아니다. 세계 만유는 모두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는 주체가 보아야 하는 것은 주체에 대한 위치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나’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를 대상화하여 나타나는 객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이 접하는 일상의 순간은 외관적으로는 아무런 관련을 갖지 못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그것을 행위 하는 주체에 대해 어떤 의미를 던진다. 그것은 현대인이 그 파편들을 통해 얽매고, 옭아매고, 연계시키고, 연상하고, 회상하는 그런 류의 내면적 작동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작업은 대상으로서의 세계가 아닌 내 자신의 내면으로서의 세계가 예술 활동의 주체가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된다.

 

 

 

 

 

 

 

 

 

 

   

 

                                                                                                                            ⓒ 이광수.

  위 네 사진은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주제로 찍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진이다. 따라서 이 네 장의 사진을 하나의 사진으로 구성해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사진은 열린 공간이 된다. 열림의 세계를 통해 사진의 서사를 구성하는 것은 절연성이라는 사진의 본질적 특성 때문에 가능하다. 바깥으로 볼 때는 아무런 관계를 지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네 개의 사진을 연작으로 하여 하나의 주제를 드러내고자 하는 방식의 작품은 바로 주체의 다중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각각의 사진 촬영 연도는 있겠지만 그것을 제시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넷을 하나로 묶어 전시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과 그 작품을 연작으로 만들어 전시하거나 출판하는 사람이 다르다면 그것은 저자가 둘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진에서의 탈주체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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