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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리엔탈리즘에 빠지지 않는 사진을 찍어야
저자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오리엔탈리즘에 빠지지 않는 사진을 찍어야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많은 사진가들이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를 찾는다. 그것은 과학적으로 볼 때 공기의 입자가 고와 사진이 훨씬 선명하게 나오는 사실도 있고, 사진 찍히는 것에 별 거부감을 갖지 않는 그 사람들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 한국에서는 사라져 버린 그리운 과거의 풍경을 그곳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그 사람들이 사는 세계를 깊이 접촉하지 못한 채 이미지가 주는 풍경이나 낯 선 광경을 주로 카메라에 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사진가들은 그들은 사회적이고 물질적인 관계 속에서 삶을 살고 있는데 혼자서만 신비하게 느끼고, 야릇하게 해석해서 우리 앞에 내놓는 경우가 많다. 또 어떤 경우에는 찰나의 순간을 잡아 사회나 역사의 맥락을 무시하고 이미지에 따라 자신의 감각대로 제목을 부친다거나 아주 특정한 집단이나 현상만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그 문화를 심하게 일반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그들이 주로 많이 쓰는 수사는 ‘잃어버린 자아’라거나 ‘시간이 멈춘’ 따위의 것이 많다. 단언컨대, 시간이 멈춘 나라는 없다. 그것이 버마든지, 예멘이든지, 터키든지 그 사람들 사는 세상에 시간이 멈춘 곳은 없다. 이는 사진으로 그곳 사람들을 심각하게 모독하는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진가들이 사이드가 말하는 오리에탈리즘에 빠지는 것을 좀 더 주의 깊게 대처하지 않아서이다. 사이드가 말하는 담론으로서의 오리엔탈리즘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었는데 그것은 과거와 같이 정치적·군사적인 차원이 아닌 문화적 차원에서였다. 대표적인 예로 1960년대 미국 사회에 소개된 명상, 요가, 체험, 자아실현 등을 추구하는 신비주의 힌두교다. 원래 사회 중심의 세속적 삶을 핵심으로 삼는 힌두교는 미국에서 삶의 가치를 포기하고 세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종교로 변질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하고 빠진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 신비의 힌두교를 도피처로 삼았다. 이제 힌두교는 미국 사회에서 기독교와 서양의 물질문명으로 인해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이 송광사 선방(禪房)으로 널리 알려지거나 티베트가 지상 낙원으로 알려지게 된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의 일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은 미국의 막강한 언론과 영화와 대중음악을 타고 전 세계로 번져 갔다. 그리고 아시아의 수많은 미국 유학생들이 그 담론의 전도사가 되어 자기들의 나라, ‘동양’으로 돌아가 그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을 퍼뜨렸다. 그 사이 비틀즈가 인도로 가고, 인도의 라즈니쉬가 미국으로 가 명상을 하며, 요가·젠(禪)·티베트에 심취하면서 동양은 알 수 없는 나라, 신비의 땅,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 인류 정신의 보고, 시간이 멈춰 버린 곳 등으로 자리 잡아 버렸다.


 신비로 채색 된 ‘동양’은 곧 과학과 합리의 권위를 부여받은 서양, 봉건과 정체로 표상되는 동양에 근대와 발전을 가져다주는 구세주로서의 서양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이는 다시 말하면 ‘초월의 동양, 세상 밖의 동양’이라는 것이 단순히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와 이미지의 투사가 아니라 동양을 지배하고자 하는 서양의 의지임을 뜻한다. 그들이 갖는 그 의지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행위적이지 못하는 동양’이라는 보이지 않는 담론의 힘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그들은 신비라는 것이 야만과 함께 오리엔탈리즘의 쌍생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유럽인 오리엔탈리스트 뒤를 이어 1970년대 이후 아시아의 많은 사진작가들이 자기의 땅을 신비의 나라로 이미지화 했다. 그리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그 이미지에 심취했고 그것은 곧 사진가로 하여금 돈을 가져다 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을 초월하고, 역사를 벗어나고, 맥락으로부터 자유로운 ‘만들어진’ 신비의 이미지를 마음껏 양산했다. 당시 세계의 유수한 사진가 치고 인도를 찾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그 거대한 오리엔탈리즘의 담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는데 특히 인도가 그 오리엔탈리즘의 무덤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평범한 빵 핏자가 미국으로 들어가 토핑이 화려한 전혀 새로운 핏자로 변신하여 다시 이탈리아로 들어가 핏자 시장을 정복해 고유의 핏자가 사라져 버리게 만들었듯 아시아의 고유 시각은 미국식 오리엔탈리즘 담론에 의해 쫓겨 나 버리게 되었다. 아시아의 많은 작가들이 포토 저널리스트로서, 매그넘 소속 작가로서 훌륭한 다큐멘터리 기록을 남긴 작업에 대해서는 평가절하 할 수는 없다. 다만,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특성상 그가 소재 삼아 찍은 사진의 많은 부분이 악의적 오리엔탈리즘에 물들었거나, 나아가 그 식민 담론을 구체화시켰다는 비판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이광수. 2012. 인도 카시미르
 히말라야에서 흘러 내려오는 인도 최고의 성스러운 강인 갠지스강과 야무나강이 처음 만나는 곳이다. 앞에 놓인 것은 성지를 순례하는 유랑자들이 성지에 바친 깃발이다. 이런 장면을 가지고 인도를 성자의 나라, 잃어버린 태고를 찾는 나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심한 오리엔탈리즘에 함몰된 결과다. 하지만 같은 사진을 깃발 아래에 있는 군영과 비교하여 종교와 군사 문화를 비교하여 빗대어 말한다면 그것은 좋은 다큐멘터리 사진이 될 수 있다.   결국 사진의 속성은 한 장의 이미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여러 장의 사진들과 함께 만드는 서사와 그 주제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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