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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
저자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나는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19세기 카메라의 발명은 미술사에 충격을 주었다. 그것은 미메시스와 재현의 문제였다. 지금까지 세계를 재현할 의무를 맡았던 그림의 자리를 사진이 떠맡게 된 것이다. 재현의 과제를 사진에게 넘겨준 그림은 이제 눈에 보이는 ‘존재자’를 재현(再現 representation)할 의무에서 벗어나, 점점 더 눈에 보이는 형상을 지우고 보이지 않는 근원적 ‘존재’를 현시(顯示 presentation)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용어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해 보자. ‘존재자’란 가을 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우수에 젖어 볼 때 그 대상인 낙엽을 말함이고, ‘존재’란 오 헨리 소설에 나오는 그 마지막 잎 새를 보면서 생명과 죽음의 본질적 세계를 체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과 관련하여 이 두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석굴암을 한 번 떠올려 보자. 석굴암의 석불은 어떤 특정 인물을 모사하는 즉 재현한 것이 아니다. 신라 사람들이 붓다를 본 적이 없지 않은가. 다만, 그 불상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불교의 그 넓고 깊은 생각들을 우리 앞에 드러나게 즉 비(非)은폐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예술이다. 그 작품을 통해 붓다의 연기(緣起)의 세계나 고해(苦海)로서의 세계를 체험한다면 그것은 하이데거가 말하는 예술 작품인 것이다. 석굴암의 석불을 통해 그들은 붓다의 혹은 붓다가 되고자 하는 그 많은 이들의 세계를 그 자리에 있게 한 것이다. 그래서 그 앞에서 예를 갖추고, 기도를 하고, 우주 진리와 소통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돌을 숭배해서 그 돌로 만들어진 우상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고, 현시된 진리를 체험하는 것이다. 예술 작품을 통한 존재의 세계를 열어 제치고 그 안의 진리를 체험하는 열락을 체험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치를 보통 예술 작품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혹은 존재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보이지 않는 것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 사진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사진이란 본질적으로 대상의 재현이다. 그 출발이 사건에 대한 기록이고 그 과학적 도구를 통한 재현의 메커니즘이 깨진 적은 없다. 아무리 예술적 가치가 크다 해도 사진이 대상을 과학적으로  재현한다는 속성을 완전히 일탈하거나 작가가 그림이나 문학과 같이 제작 작업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진을 예술이 아니랄 수는 없다. 무엇이 예술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예술은 아우라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런데 사진이 아우라를 갖는가? 무한정 복제가 가능한 그래서 그 작품이 절대적 장소와 유일성을 갖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우라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장황한 담론적 논의는 제쳐 두고, 우리가 겪은 가까운 예를 통해 한 번 생각해보자.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중에 북측 응원단이 ‘장군님’이 비를 맞는다고 울며, 뛰며, 난리법석을 치던 그들에게 그 사진은 이미 단순한 사진이 아니다. 이미 하이데거가 말하는 아우라를 흠뻑 발산하는 존재다. 복제를 통한 재현이라도 이념이 뇌리에 박히면 사진도 얼마든지 아우라를 갖는 근원적 존재의 현시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이념은 아우라를 통해 중세 이후 교회와 전체주의 그리고 자본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준다. 그 안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아우라는 각기 다른 어떤 특유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 작동 맥락은 시간과 공간의 사회사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같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든지 그 모두는 다 탈(脫)인간적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그 안에서 종속되는 존재일 뿐이다. 이것이 아우라가 형성되는 시공에서 작동하는 예술과 인간과의 관계이다.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예술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이 아우라와 함께 가면서이다. 그런데 사진은 그것을 찍는 사람들이 그야말로 다양한 여러 가지 태도를 가지고 있는 장르다. 아마 문학, 그림, 노래, 춤, 조각, 연극 등 예술의 여러 장르 가운데서 그 입장이 가장 다양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닐까. 어떤 사람은 사진을 단순히 기록하기 위해 찍는다. 지나가버릴 시간을 기억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을 찍는 그들은 그냥 셔터만 누르면 된다. 중요한 것은 기록할 만한 것을 놓치지 않는 부지런함과 민첩성만 있으면 된다. 어떤 사람은 사진을 이미지로 남기기 위해서 찍는다. 책을 만들 때 쓰기 위한 자료 사진이나 수업 자료로 쓰기 위해 찍는 사진 등이 이에 속할 수 있다. 이런 사진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좋은’ 구도를 잡고, 노출을 자신이 원하는 가장 좋은 상태로 조절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핀트도 잘 맞아야 할 것이고, 흔들려서는 곤란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소위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사진으로 내러티브 즉 어떤 주제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사진이 하나하나가 이어지지 않는 탈맥락적이고 프레임은 배제를 기본 속성으로 하는 재현의 매체라서 그것을 읽는 사람이 무한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여러 장의 사진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설명이나 논증을 필요로 하는 산문보다는 함축되고 은닉된 감성의 시에 가깝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굳이 따지면 서사시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경우 사진 낱장 하나로 볼 때는 구도도 좀 이상하고, 핀트도 안 맞고 흔들린 것이지만 전체 맥락 차원에서는 훌륭하게 잘 어울릴 수 있는 사진이 있을 수 있다. 오로지 서사시를 쓰는 차원에서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각각의 배열과 전체를 함께 보여주는 맥락과 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끝으로 예술적 행위로 사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사진은 무엇이다 라고 규정하는 문법은 없다. 필수 요소라 하는 아우라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르 파괴는 물론이고, 사진이 영상 매체라는 고전적 정의도 깨진다. 오로지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자신의 피눈물 나는 창의력을 위한 노력만 있으면 된다. 단, 이 경우 평론가의 권력과 처절한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 이광수. 2008. 서울 여의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비정규교수 교원지위 투쟁을 하던 김영곤, 김동애 교수 천막 농성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빛이 부족해 흔들렸다. 그래서 처음에는 잘못 찍은 사진으로 팽개쳐 두었으나, 시간이 지난 후에는 주제를 전달하는 힘의 측면에서 그 어떤 다른 명료한 사진보다 더 쓰임새가 많아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사진 가운데 하나다.

 

 

 민교협의 회원 선생님들은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 그것에 따라 내 사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사진에는 좋은 사진, 좋지 못한 사진은 없다. 수준 높은 것도 없고, 수준 낮은 것도 없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이란 시중에 떠도는 신화일 뿐이다. 단지, 내가 하고자 하는 사진 작업에 내 사진이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본인만 평가할 뿐이다. 사진은 맥락으로 평가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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