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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련, (국가) 자본주의, 그리고 세계혁명 -1
저자 오세철(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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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셀 판 데르 린던 저, 황동하 역, 「서구 마르크스주의, 소련을 탐구하다」, 서해문집, 2012.

 

 

 

소련, (국가) 자본주의, 그리고 세계혁명 -1

 

 

오세철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얼마 전 김수행은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한울, 2012)라는 의미 있는 책을 쉽게 풀어 출간했다. 우리나라에 마르크스의 「자본」을 처음으로 번역하여 대중화시킨 원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로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러시아 혁명 이후 존재했던 이른바 “현실 사회주의”에 대해 그 성격을 규정한 적이 없다. 마르크스주의자들 사이의 토론과 논쟁에서도 그들의 국가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앞으로 올 세계혁명에 대한 실천적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고 언급하지 않았다. 여름방학 동안 「사회실천연구소」가 개설한 「자본」 강의가 끝난 후 수강생들과 함께 종강 뒤풀이를 하는 시간에 막역한 친구이며 동지인 그와 함께하며 그의 책 이야기를 하며 비로소 “현실 사회주의”와 미래 사회에 대한 입장을 같이하게 되었다. 그의 책에서 몇 단락을 옮겨보자.


  “노동자가 해방되니 자본가도 해방되어 인간이 해방되는 ‘새로운 사회’가 공산주의이고 사회주의라고 가르쳤습니다. … 사실상 소련이나 동유럽 나라들은 노동해방의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당과 정부의 관료들이 점점 더 인민대중을 옥죄고 있었던 것입니다. … 그 나라들은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였다는 것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나 「자본론」을 조금만 읽었더라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결국 ‘소련식 자본주의’가 내부의 위기 때문에 ‘일반적 자본주의’로 성장 전환한 것이 바로 1990년의 소련 사회의 붕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4쪽)


  “노동하는 개인들은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되어 노동력을 국영기업이나 콜호스에, 즉 국가자본에 판매하여 화폐를 얻고 이 화폐로 상품을 사기 때문에, 소련의 상품과 화폐는 자본주의 사회의 ‘진정한’ 상품·화폐와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생산수단이 국가 소유로 되었기 때문에 사적소유는 없어지고 사회적 소유로 되었다는 것은 잘못된 추론입니다. … 이 경우 [사회적 소유] ‘사회’는 개인들을 초월하여 자립적으로 존재하는 정치적·경제적·이데올로기적 문제가 아니라, 자각한 개인들의 연합을 가리키거나 연합한 개인들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소련의 생산양식에서 자본주의적 사적소유가 폐기되어, 이런 연합한 개인들의 사회적 소유가 만들어졌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가 소유는 실질적으로 노멘클라투라의 소유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158-9쪽)


  나는 2008년 8월 「아우프헤벤」그룹의 「소련은 무엇이었나」를 번역하는 도중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건으로 잡혀가는 바람에 번역이 지연되어 2009년 6월에 그 책을 발간하면서 다음과 같이 옮긴이의 말을 적었다.


  “이른바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한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실 사회주의’가 진정한 사회주의였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하지 않고 반혁명적 스탈린주의에 대한 옹호로 갇혀있는 맹목주의자들이 있는가 하면, 1930년대에 가졌던 소련에 대한 방어논리의 미련을 못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머지않아 세계의 프롤레타리아트와 공산주의자들이 혁명으로 쟁취해야할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다면, 반혁명의 참담한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 ‘현실 사회주의’를 아직도 혁명의 허상으로 붙들고 있거나, 스탈린주의를 교조로 삼는 사람들이 맑스주의자들이라면, 이 글과 같은 분석을 내놓기를 바랄 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자”(5-7쪽)


  나는 오래 전부터 스스로를 좌익공산주의자로 불렀고, 「공산주의 좌파」의 정치적 입장과 혁명 전략에 동의해 왔다. 소련을 국가 자본주의로 보는 그들의 입장과 분석에 원칙적으로 지지를 보냈지만 위에 번역한 「아우프헤벤」그룹의 자본주의로 보는 입장에도 비판적 지지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 그룹의 글이 지니는 강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 째, 맑스주의의 역사를 철저하게 계급투쟁의 역사로 보면서 맑스의 가치론으로 러시아 혁명 이후 러시아를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 째, 트로츠키의 고뇌와 한계를 넘어서서 소련을 분석한 신트로츠키주의 이론가인 틱틴의 분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셋 째, 국가 자본주의를 자본주의의 최고의 단계로 보는 견해(좌익 공산주의와 제2인터내셔널과 코민테른의 중심 입장)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소련이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상품생산에 기초하지만 자본주의로의 강제적 이행의 역사적 형식의 결과로서 생산의 자본주의적 본질과 상품교환에 기초한 사회로서의 외양 사이에는 탈구가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 탈구는 가치의 불구화와 사용가치의 불량을 가져왔으며 이 두 가지는 소련의 비자본주의적 특성을 유지시키는 기초가 되었고, 결국 소련의 궁극적 쇠퇴와 해체로 이끌었다고 본다.”(윗 책, 6-7쪽)

 

 

  우선 우리는 「공산주의 좌파」가 보는 자본주의와 「이른바 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국제 코뮤니스트 경향」은 생산수단의 국가소유가 제국주의 시대의 자본의 실질적 형식인 금융자본의 재산으로서의 자본주의 본질을 바꾸지 않았다고 보면서 엥겔스가 「반뒤링」에서 “…주식회사로의 전환도, 국가 소유로의 전환도, 생산력의 자본주의로서의 성질을 지양하지 못한다. …그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현대 국가는 본질적으로 자본가들의 기관, 자본가들의 국가, 관념상의 총자본가이다. 현대 국가가 생산력을 더 많이 자기의 소유로 떠맡으면 떠맡을수록, 그것은 더욱더 현실적 총자본가가 되며, 국민들을 더욱더 착취하게 된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임금노동자로, 프롤레타리아로 남는다. 자본관계는 폐기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점으로 치닫는다”라고 한 말을 강조하고 있다.(오세철 편저, 「좌익공산주의」, 빛나는 전망, 2009, 499-500쪽) 이른바 “현실사회주의” 국가는 국가 자본주의의 특수한 형식이었고 국가는 생산의 물질적 수단을 직접 통제하고 시장에 대한 독점을 장악했으며, 소련의 비참한 종말은 10월 혁명을 러시아 블록의 몰락과 분리된 오랜 세월동안 「공산주의 좌파」가 발전시킨, 정치경제학 비판이나 맑스주의에 근거한 분석을 입증시키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국가소유와 사회주의를 동일시한 비극은 이른바 소비에트 사회가 고전적(곧 서구) 자본주의의 조직적이고 법적인 구성으로 돌아온 종말을 보여주었다고 결론짓는다.

 


  국가 자본주의에 기반한 러시아에서의 반혁명은 유럽 혁명운동의 패배와 맞물렸다. 반혁명의 과정은 당에게 러시아 국가를 방어할 필요성을 부여했으며 동시에 그들 당이 사회민주주의의 전략과 전술로 후퇴하게 만들었다. 당 없는 혁명의식을 생각할 수 없지만 러시아 경험의 교훈은 가장 계급의식적인 당일지라도 소비에트와 고립되어 혁명을 유지할 수 없음을 입증했다. 지치고 죽은 노동계급으로부터 고립되었을 때 볼셰비키 지도부의 손에 남은 전력은 자본주의 국가의 권력이었던 것이다.(윗 책, 503-4쪽)


  한 편 「국제 코뮤니스트 흐름」은 자본주의의 쇠퇴기의 보편적 경향으로 국가 자본주의의 출현을 설명한다. 쇠퇴기에는 어떤 민족자본도 무제한적으로 발전할 수 없고, 각각의 민족자본 모두 무자비한 제국주의적 경쟁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밖으로는 경쟁자들에 대항해 자신을 경제, 군사적으로 가장 잘 방어하기 위해, 안으로는 증대하는 사회모순의 첨예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조직화한 것이 국가라고 설명한다. 경제 영역에서의 국가 자본주의로의 이러한 경향은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적인 특징들인 가치법칙, 경쟁 또는 생산의 무질서가 소멸시키지 않는다. 생산의 무질서가 국가적인 계획화 때문에 감소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세계적 차원에서는, 특히 국가 자본주의가 방지할 수 없는 심각한 체계의 위기 기간 동안에는, 그만큼 더 강화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국가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합리화’이기는커녕, 자본주의의 붕괴의 표현에 불과하다. (앞의 책, 458-460쪽) 또한 정치적, 사회적 영역에서의 국가자본주의로의 경향은 파시즘이나 스탈린주의와 같은 극도의 전체주의적 형식 속에서이든 또는 민주주의의 가면 아래 은폐된 형식들 속에서이든, 국가기구와 특히 그 집행력이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 막강한 통제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통해 표현된다.


  국가의 손에 자본을 축적함으로써 국가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폐지되고 부르주아지가 축출되었다는 환상을 만들어냈다. ‘일국 사회주의’의 가능성에 대한 스탈린주의 이론 및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들이나 ‘사회주의로의 노정에 있는’ 국가들에 대한 허구는 이러한 은폐에 모두 뿌리를 두고 있다. 국가 자본주의로의 경향에 의해 초래된 변화들은 생산관계의 수준에서가 아니라, 법률상의 소유형식에서 발생한다. 또한 프롤레타리아의 잉여노동의 점유 및 국가 자본의 축적이라는 특수한 기능을 행사하는 국가 관료조직은 일종의 계급을 이룬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새로운 계급이 아니라 기능에 있어서 국가의 형태를 띤 낡은 부르주아지에 불과하다. 국가와 그 관료조직에 의한 자본주의적 생산의 집중화와 계획화는 소유의 폐지를 향한 진전이 아니라 착취 강화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국제 코뮤니스트 흐름」은 이를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러시아에서의 반혁명의 승리는, 국가 자본주의의 가장 발전된 형식들을 적용했고, 이러한 혁명들은 ‘10월 혁명의 속행으로서’, 그리고 ‘사회주의의 건설’로서 냉소적으로 제시했던 민족경제의 일종의 재조직화로서 표현되었다. 이러한 예는 그 후 다른 곳에서도 추구되었다 : 중국, 동유럽, 쿠바, 북한, 인도차이나 등등 … 이들 모든 국가들에서 공산주의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프롤레타리아적인 그 어떤 것도 찾아 볼 수 없으며, 역사상 가장 커다란 허위의 무게 아래에 자본의 독재가 가장 쇠퇴된 형식으로 지배할 뿐이다. 이 나라들을 위한 그 어떤 ‘비판적’인, 또는 ‘조건부의’ 변호도 전적으로 반혁명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앞 책, 462쪽)


  바로 이 시기에 「소련을 탐구하다」라는 방대한 소련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최근 우리말로 옮겨져 출간되었다. 5년 전 「사회실천연구소」를 맑스주의 연구자들과 함께 만들면서 우리는 번역의 시대를 다시 열자고 했다. 훌륭한 맑스주의 연구논문들을 번역 소개하여 맑스주의 사상이론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 맑스주의적 실천에 이바지하자는 것이었다. 그 글들은 「실천」지에 계속 실렸다. 이 책을 옮긴 황동하는 「실천」지에 린던의 책을 번역 연재했고, 드디어 올해에 이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북아메리카와 서유럽 출신의 ‘서구 마르크스주의자’와 동유럽, 소련의 저자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1917년에서 2005년까지 서구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따르면서, 만일 더 짧은 시간축을 적용했다면 모호해졌을 연속성과 변화를 확증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90년 동안의 소련에 대한 탐구를 망라하여 정리한 저작은 처음 있는 작업이며 연구의 역사와 구조를 큰 틀에서 인식하게 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자이거나 마르크스주의자가 되려는 모든 연구자와 실천 활동가는 자신이 특정한 정치노선을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지침서로 손색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망라된 연구에 직접 다가가 꼼꼼하게 검토하는 몫은 저자의 몫이 아니라 공부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저자는 특히 서구 자본주의의 안정과 활력에 대한 인식을 1917년부터 4단계로 구분하면서 연구의 성과를 정리하고 있는데, 첫 번째 단계는 1917년부터 1950년대 초까지로 일반화된 상품생산이 지배했던 체제의 쇠퇴, 하락, 붕괴를 강조하는 인식 유형, 두 번째는 1950년 초부터 1960년대 말까지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역사적으로 보기 드물 만큼 경제가 성장하고 번영한 시기, 세 번째로 1960년대 말부터 자본주의가 해결할 수 없는 경제위기에 빠졌다는 믿음이 지배하는 시기, 그리고 네 번째로 그 위기 속에서도 자본주의가 당분간 세계를 계속 지배할 것이라는 인식의 시기이다. 이 책이 2005년까지의 연구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2009년부터 진행되는 대공황과 자본주의의 쇠퇴와 파국의 경향을 고려한다면 아마 우리는 다섯 번째 단계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민교협 홈페이지와 ‘프레스바이플’에 공동으로 연재됩니다.
프레스바이플 기사 바로 보기>
> http://www.pressbypl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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