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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라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저자 김규종(경북대학교)


 

           당신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라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김규종(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공식 포스터.  ⓒ 티브로드폭스코리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개봉 39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40개도 안 되는 상영관에서 개봉한 영화가 1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7월 개봉되어 10만 8천 관객을 모은 <마지막 4중주>이후 4개월 만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201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고, 세계 언론과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화제작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아이를 낳고 6년 세월이 흐른 시점에 그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설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파 혹은 막장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소리도 없이 관객이 몰리고 있다. 왜 그럴까?!

 

신파 혹은 막장?!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만 여섯 살 된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라면, 그리고 바뀐 아이의 부모와 거주지를 안다면 어찌 할텐가?! 영화는 이런 문제부터 제기한다. 우리에게 선택할 기회와 판단할 근거를 제공하고, 우리의 사유와 인식을 확장해 나간다. 이른바 나은 정이냐, 기른 정이냐, 하는 한국식 ‘막장드라마’는 여기 없다.

 

아이들을 뒤바꾼 병원 관계자도 실토하고 있듯이 이런 상황은 21세기 대명천지에 매우 후진적이다. 그것은 일본이 선진 문턱 언저리를 헤매고 있던 1960-70년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영화감독은 상당히 자상한 인물이다. 그런 사태의 배후를 낱낱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일반 관객에게는 생소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그것 역시 영화의 질료 가운데 하나일 터. 동경의 번듯한 산부인과가 아니라, 시골에 있는 허름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질투 내지 분노에서 촉발된 아이 바꾸기는 21세기 일본사회의 병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나는 행복하지 못한데, 왜 당신들은 그토록 행복한가. 왜 세상은 공평하지 못한가. 당신들도 쓴맛을 보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스릴러도 추리물도 아니다. 영화의 인물들이 무슨 대단한 영웅도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상당한 감동과 오랜 울림을 전달한다. 그것은 영화의 인물들에게 담겨진 순수함과 선함 내지 솔직함 같은 것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복잡하거나 꾸미거나 속이지 않는 인간들의 때 묻지 않은 담백함이랄까?!

 

아빠와 엄마, 어떻게 다른가?!

 

아이가 바뀌었다는 전갈을 받고 난 다음 아빠와 엄마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영화는 그것을 차분하고 섬세하게 포착하여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료타는 일류 건축회사의 엘리트 사원이다. 명문대학 출신에 훤칠한 외모를 가진 출세 지향적이고 실패를 모르는 인물이다. 케이타가 친자식이 아니란 사실을 들은 그의 첫마디!

 

“역시 그랬구나!”

 

케이타는 료타와 많이 다르다. 타고난 재능도 없고, 실패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성공을 향한 갈망도 부재한다. 그런 케이타를 보면서 아들에게 무엇인가 2% 이상 부족하다고 생각해온 료타. 그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말이 “역시 그랬구나!” 이것은 그의 강력한 혈연주의 내지 혈통주의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료타의 말을 듣지 않고 시골에서 아이를 낳은 아내 미도리의 반응.

 

“왜 몰랐을까?!”

 

‘엄마라면 당연히 친아들이 아니었음을 알아야 했는데, 왜 알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의 표현이다. 출산당시 과다출혈로 정신이 혼미하여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는 미도리. 나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사실 신생아는 부모의 외모와 전혀 딴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 어린 핏덩이에게서 핏줄을 알아보겠는가?!

 

류세이와 그의 엄마와 아빠

 

작은 전파상을 운영하는 유다이와 유카리 부부가 길러낸 3남매의 맏이 류세이. 기죽은 채로 부모가 시키는 대로 로봇처럼 행동하는 케이타. 케이타에게는 자유의지와 사내다움 같은, 료타가 기대하는 강인함이 없다. 그런데 류세이는 장난도 잘 치고, 어른들 눈치도 보지 않는 배짱과 소년다운 뻔뻔함도 있다.

 

유다이 부부는 자연스런 스킨십과 대화로 아이를 키운다. 료타 부부는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하는 쪽으로 케이타를 길러왔다. 의존적이고 수동적이며 진취적이지 못한 케이타는 그래서 부모 곁을 서성대는 아이로 성장한 것이다. 반면에 류세이는 늘 소리 지르고 장난치며 자유분방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거리낌이 전혀 없다.

 

료타는 부모 가운데 어느 한쪽은 엄격해야 한다고 믿는다. 케이타가 매사를 정해진 규칙에 따라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는 시간, 피아노 치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게임하는 시간, 이 모든 것을 부모가 정해놓고 아이에게 강요하는 방식이다. 그런 이유로 케이타가 사내다운 기상이나 자신감이 없는 것을 료타는 모른다.

 

유다이는 료타가 못마땅하다.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시간과 공간, 자유로운 세계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유다이. 그래서일까?! 동경의 주상복합 고층 아파트에 사는 료타 부부보다 시골동네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살아가는 유다이 부부와 아이들이 더 행복해 보이는 까닭은! 크고 튼튼하며 명랑한 류세이는 그렇게 길러진 것이다.

 

료타는 어떻게 아빠가 되어 가는가?!

 

료타는 주말도 휴일도 없이 회사에 전념한다. 그의 역할모델은 고속승진을 거듭해온 부장이다. 회사가 필요하다면 그는 언제나 케이타와 아내를 방치하고 회사로 달려간다. 승진과 성공에 모든 것을 건 료타는 패배의 아픔과 승리의 쾌감을 모르는 케이타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 저렇게 생겨먹은 걸까, 하고 생각하는 료타.

 

료타가 부장의 호출을 받는다. 그는 시대와 세상이 변했음을 일깨운다. 떠밀리다시피 료타는 우츠노미야 연구소로 옮겨간다. 거기서 포충망을 든 사내를 만나서 자연을 배워간다. 사내는 매미가 우화하면서 남긴 껍질을 보고 말한다.

 

“땅 속에서 15년 정도 살아야 매미가 됩니다.”

 

깜짝 놀라는 료타에게 “15년이 깁니까?” 하고 묻는 사내. 그 지점인 것 같다. 료타의 깨달음과 반성적 사고가 작동하기 시작한 지점이. 불과 6년을 키워온 케이타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하고 주입하고 강요해온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추하기 시작하는 료타. 여기서부터 관객은 료타의 자세변화를 하나둘씩 확인해 나간다.

 

핵가족과 대가족

 

류세이와 케이타가 왜 저리 다를까, 하는 점은 아이를 기른 부모의 차이에도 있지만, 가족의 구성성분 차이에도 있다. 류세이는 부모님뿐 아니라,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3대가 어울려 살아가는 대가족. 3대가 게딱지만한 집에서 어울려 살아가다보니 시끌벅적하고 요란스럽지만 인간미 넘치고 따뜻한 가정 풍속도가 생겨난다.

 

외동인 케이타는 부모와 아파트에서 살아간다. 공동주택이지만 아파트는 각자의 거주공간이 완전하게 독립된 고립의 공간이다. 거기서 세 식구는 각자의 생활을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살아간다. 정갈하고 단출하며 화목해 보이지만, 사무적이고 딱딱하며 형식적인 느낌이 든다. 죽어버린 계산적인 공간과 냉랭한 관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이런 점에서 일본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핵가족의 문제도 은근히 건드리고 있는 셈이다. 해마다 1만 5천명 이상의 고독사 기록을 가지고 있는 노인의 나라 일본. 그것을 미리 준비하게 하는 핵가족사회 일본. 어린 시절부터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는 나라 일본.

 

인간은 본시 사회적인 동물 아닌가. 케이타가 류세이의 동생들과 어렵지 않게 동화되면서 활기차게 뛰어노는 데에는 까닭이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잠재되어 있던 유희본능과 자유의지를 몸소 일깨우는 유다이의 교육방침은 음미할 만하다. 성적과 예능교육과 미래지향적인 료타와 놀이와 관계와 자유를 중시하는 유다이.

 

인상적인 장면 하나. 뒤늦게 케이타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성정을 이해하게 된 료타가 나란한 길을 걸으면서 아이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장면. 왜 영화가 10만 관객을 모을 수 있었는지 웅변하는 장면이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을 어릴 때부터 주입하는 한국의 치명적인 교육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가 조용히 상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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