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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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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한민국은 정녕 민주 공화국인가?!
저자 김규종(경북대학교)


 

                             대한민국은 정녕 민주 공화국인가?!

 

                                                                        김규종(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글을 시작하면서

 

양우석 신인감독의 처녀작 <변호인>이 흥행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봉 닷새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관 성수기인 12월에 800개 화면을 점유한 <변호인>은 높은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을 보여 흥행가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경쟁대상인 <호빗>, <어바웃 타임>, <집으로 가는 길> 등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영화 변호인 공식 포스터. ⓒ 위더스필름 (주)

 

 

일요일 오전 대구의 영화관은 <변호인>을 보러 온 관객으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화면 앞쪽 좌우의 몇몇 빈자리를 빼놓으면 공석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 요란스럽게 팝콘을 씹어대고 옆 사람과 떠들며 콜라를 훌쩍거리던 관객도 없었다. 두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소회는 아닌 듯하다.

 

일부 관객은 스마트폰으로 딴 짓을 했지만, 그것은 제한적인 일탈이었을 뿐! 영화를 보는 동안 궁금했다. ‘노무현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는 대구 사람들이 왜 이리 영화관을 채운 것일까?! 왜 저들은 저토록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 것일까? 그토록 자주 얘기되는 ‘빨갱이’ 소리에 왜 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하는 것일까?’

 

고졸과 스카이

 

사법고시가 신분의 수직상승을 가능케 하는 전가의 보도였던 1970년대. 돈도 백도 가방끈도 없는 인간 송우석. 아내의 출산비용이 없어서 고시용 서책마저 팔아넘겨야 했던 가난한 사내 송우석. 그런 송우석의 인간적인 면모를 하나하나 들춰내는 영화가 <변호인>이다. 크고 작은 모자이크로 송우석의 면면이 레고처럼 맞춰진다.

 

<변호인>의 설득력은 그런 정황을 설명하거나 납득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영화장르 속성에 맞춰 간결하게 보여주고 지나가는 것이다. 판단은 객석의 몫이라는 자신감이 양우석 감독에게 강렬하게 드러난다. 영화가 설명하고 주장하면 이미 절반은 실패한 것이므로. 제시만 하고 판단은 관객에게 넘기는 슬기로운 감독!

 

영화의 시간대는 <응답하라 1994>보다 16년 앞선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마항쟁과 10.26, 12.12 사태로 한국 현대사가 소용돌이 쳤던 놀라운 사건들의 전야! 가방끈 짧은 송우석 변호사가 판사직 때려치우고 부산으로 낙향한다. 그가 서울에서 경험한 것은 이른바 스카이 출신 판사들의 우쭐함과 고졸자의 열패감이었다.

 

호사한 식당에서 변호사 몇 사람이 송우석을 앞에 두고 그의 돈벌이를 비난한다. 부동산등기로 변호사 품위를 떨어뜨린 인간. 4년제 대학을 온전히 졸업하지 못한 고졸 변호사. 사법정의라는 것은 도무지 생각도 못하는 열등한 인간. 그런 비난이 송우석의 면전에서 고스란히 진행된다. 간단히 자리를 터는 송우석! 그의 반응은 거기까지.

 

변호사 송우석과 변호인 송우석

 

어째서 변호사가 부동산등기 같은 ‘잡스런 업무’를 시작하게 됐는가, 하는 물음이 가능하다. 법을 모르는 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사법서사들의 횡포를 줄이고, 돈벌이가 쏠쏠한 등기업무를 시작한 송우석 변호사. 질리도록 경험한 가난이 지긋지긋한 그는 돈에 대한 원풀이를 하듯 돈을 지향한다. 세금전문변호사로 재탄생하는 송우석.

 

만일 그가 그 지점에서 머물렀다면 그는 지금도 어마어마한 돈방석에 앉아서 배부르고 등 따습게 겨울을 나고 있을 터. 우리는 송우석 변호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팍팍하고 숨 막히는 2013년을 살아갔을 터다. 바야흐로 1980년 5월 광주항쟁을 시작으로 민주화운동이 격렬해지면서 송변의 인생도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한다.

 

<변호인>은 그 지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왜 송우석은 변호사가 아니라 변호인이 되었는지 끈질기게 묻는다. 그것은 오늘날까지 ‘부림사건’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이자 ‘시국사건’이었다. 대학생들의 데모나 세상 돌아가는 문제에 관심 갖지 않았던 인간 송우석을 급속하게 전변시킨 인권유린사건.

 

인상적인 장면 하나. 국밥집에서 송우석이 저녁을 먹는다. 그의 주머니에는 돈이 있다. 잠시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는 도주한다. 그를 올려다보는 어린 진우의 눈망울! 짧은 순간 송우석의 떨리는 흉중이 손에 잡힐 듯하다. 훗날 ‘부림사건’으로 성사된 국보법 피의자 진우와 변호인 송우석의 대면은 그래서 가슴을 저민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가 민주화세력을 탄압하려고 학생운동단체를 반국가단체로 몰아 처벌한 사건이 ‘학림사건’이다. <변호인>에는 1981년 9월 검찰과 경찰이 부산에서 꾸며낸 ‘부림사건’과 만난다. ‘부림사건’은 부산의 학림사건이란 의미다. 당시 부산지검 공안 책임자로 있던 검사 최병국(전 한나라당 의원)이 지휘했다.

 

‘부림사건’은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국보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이다. 영화는 이 지점부터 중도포기를 모르는 변호인 송우석의 좌충우돌을 낱낱이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 노무현의 저돌적이고 지사적인 풍모가 약여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항쟁 진압, 서슬 퍼렇던 삼청교육대 등으로 신군부의 칼날이 국민의 일상 깊숙이 찔러오던 1981년 9월. 누구도 ‘부림사건’ 변호를 맡으려 하지 않았던 엄혹한 공안정국의 나날에서 송우석은 분연히 일어선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실상과 대학생들의 데모, 정치현실에 눈을 뜬 것이다.

 

영화에서 감동적인 대목은 여럿 있지만, 차동영 경감과 변호인 송우석이 정면충돌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국가가 무엇이며, 국가보안법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하며 안하무인격으로 변호인을 무시하는 차동영. 권력자에 기생해서 국민을 빨갱이로 조작해내는 고문 기술자이자 기생충 차동영 경감. 그에게 송우석은 일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이 곧 국가다!”

 

 

 

 

 

 

 

 

 

영화 변호인 한 장면. ⓒ 위더스필름 (주)

 

 

 

계란이 바위를 넘을 것인가

 

동료 변호인의 주장처럼 송우석이 피의자들의 형량에 동의하면서 넘어갔다면 ‘부림사건’은 어찌 되었을까?! 고문과 불법구금 및 가족접견마저 박탈당한 채 인권유린 현장을 눈감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영화를 보는 동안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죽어간 박종철과 모진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던 김근태 민청련의장이 떠올랐다.

 

부산공대 1학년에 재학하면서 독서모임에 나가던 진우와 송우석이 학생데모를 놓고 논쟁한다. 데모 몇 번 한다고 뒤집어질 만큼 세상은 말랑말랑하지 않다는 송변에게 국밥집 청년 진우가 뜻밖에 놀라운 말을 남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셨죠! 바위가 아무리 단단해도 바위는 죽은 것이고, 살아있는 계란은 바위를 넘어 병아리가 됩니다.”

 

쓰라린 가난의 경험과 얄팍한 지식으로 세상과 역사를 재단했던 송우석에게 가해진 불의의 일격. 어쩌면 그런 우연한 계기가 변호사 송우석을 시대와 역사와 민중의 대변자이자 인권변호사로 인도했는지 모른다. 어차피 지식인은 주변의 사소한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깨달으면서 주어진 역사적 책무에 충실해야 하기에!

 

글을 마치면서

 

영화관을 채운 인파는 중학생부터 7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웠다. 자리에 앉기 전에 나는 일부러 큰소리로 뇌까렸다. “지긋지긋한 노무현이를 뭐 하러 보러 오셨을까?” 아직도 그게 참 궁금하다. 얼마나 많은 ‘노무현들’이 있어야 세상은 변하는 걸까?! 얼마나 많은 고졸자들의 눈물이 있어야 ‘스카이들’이 몸과 말을 낮출 것인가!

 

고졸자를 우대하겠다던 정부정책에 따라 특성화된 고교 졸업자들이 갈 곳 없다는 뉴스가 나온다. 같은 당 정부인데 정책이 또 바뀐 것이다.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민주노총 본부를 급습하는 경찰과 그 배후에 있는 청와대와 권력집단의 뇌와 혈관에는 무엇이 흐르고 있는가?! 민영화가 그리 좋다면 청와대부터 민영화하면 어떨까?!

 

“국민만 보고 가겠다!”면서 국민과 전쟁을 선포하는 저 배짱과 근성은 어디서 발원하는 것일까?! 그들 눈에는 국민이 아니라, 궁민(窮民)만 보이는 것일까?! 철도도 병원도 민영화⋅영리화해서 남는 이익은 누굴 주려는 것일까? 정녕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모든 이의 입에 쌀이 들어가는 나라(共和國)가 아직도 아닌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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