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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보적 스토리와 헐리우드 자본의 결합: <아바타>, <그래비티>, <엘리시움>
저자 정경훈(아주대학교)


       진보적 스토리와 헐리우드 자본의 결합: <아바타>, <그래비티>, <엘리시움>

 

                                                                              정경훈(아주대 영문과)

 

지난 몇 년간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헐리우드영화 <아바타>(2009), <트랜스포머 3>(2011), <캐리비안 해적>(2007, 2011), <호빗>(2012), <해리포터>(2011) 등은 모두 블록버스터이다. 올해에 개봉된 블록버스터 <그래비티>, <엘레시움>, <토르>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블록버스트 영화 중 <아바타>, <그래비티>, <엘레시움> 등은 인간중심주의, 국가주의, 계급사회를 비판하는 진보적인 관점을 스토리에 담고 있다. 헐리우드 자본이 진보적인 스토리를 수익확대의 중요한 요소로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아바타>의 제작비는 2400억원이지만 총수입은 2조 8000억원에 달했다. 제작비에 비해 흥행 대기록을 남긴 것이다. 그런데 흥행기록을 보면, 미국 내의 흥행수입은 8000억원에 불과하고 외국에서의 수익이 2조원이었다. <아바타>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극장을 점령하였고 한국에서도 영화흥행 1위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아바타>가 세계의 관객들을 매혹시킨 요인으로 흔히 3D가 꼽힌다. 혁신적인 3D로 영화 역사의 새 장을 연 것이 중요한 흥행의 요인이었지만 기술혁신이 전부는 아니었다. <아바타>의 스토리가 진보적이었다는 점 또한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아바타>의 스토리를 보자. 주인공 제이크(샘 워싱턴 역)는 베네수엘라에서 미제국주의를 위한 전투에 참여했다가 다리를 잃은 미해병 출신이다. 그는 판도라 행성의 광물개발회사를 위한 아바타 요원으로 출발하지만, 자신의 상관인 사장과 대령이 판도라 토착민을 파란 원숭이라고 비하하고 희귀광물 채취를 위해 토착민의 주거지, 생명, 사회를 파괴하는 것에 대항하여 싸운다. 그는 온 생명이 하나로 연결된 존재라는 생태연기적 믿음을 가진 판도라 토착민들과 하나가 된다. 기존의 많은 미국영화가 전제로 깔고 있었던 백인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 기독교중심주의, 산업개발주의를 비판하는 이러한 스토리는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필리핀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관객에게 어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요즘 한국에서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그래비티>는 어떤가? 제작비는 약 1000억이지만, 12월 6일 현재 집계된 흥행 수입은 6200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수입의 60%는 해외에서의 흥행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의 수입은 해외흥행수입 총액의 16%에 달해 아바타의 9%보다 훨씬 비율이 높다. 왜 그런가? 그것은 스토리가 미국중심주의를 넘어 중국을 포함하는 인류가족주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보자. 우주비행사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 역)과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역)는 지구 밖 우주정거장에서 작업을 한다. 이들은 미국의 휴스턴 지상 기지와 교신을 하고, 미국의 대표적 대중음악인 컨트리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한다. 이들의 옆으로 아름다운 지구가 보인다. 그들 뒤에는 검은 우주공간이 펼쳐져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장르인 서부영화가 대평원에 주인공이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익스트림 롱 쇼트로 자주 보여주는데, SF 수정주의 서부영화라 볼 수 있는 <그래비티>는 지구 밖 우주공간에서 유영하는 우주인을 익스트림 롱 쇼트로 보여준다.

 

 

 

 

 

 

 
<그래비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정통서부영화는 백인들이 서부공간에 토착민을 제거하고 세운 백인공동체에 인디언 토착민이나 무법자가 나타나면 주인공이 이들을 물리치고 백인공동체를 지킨다는 스토리를 흔히 보여준다. 주인공이 판도라라는 아름다운 우주공간에 세워진 백인공동체가 아니라 판도라 원주민과 운명을 같이하는 진보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는 <아바타>는 전통서부영화의 요소들을 전복하는 SF 수정주의 서부영화이다. 지구 밖 우주공간이 미국식민지를 건설하는 꿈의 공간이 아니라 광막한 어둠이 길 잃은 우주인을 집어삼키는 공포의 공간임을 보여주는 <그래비티>도 전복적인 SF 수정주의 서부영화라 볼 수 있다.

 

<그래비티>에서 스톤과 코왈스키는 작업 중 러시아 위성 잔해의 공격을 받는다. 코왈스키는 우주의 미아가 되어 사라지고, 스톤은 혼자 남아 사투를 벌이다가 간신히 중국의 우주정거장 ‘센조’에 도착한다. 외로움과 공포 속에 죽음을 맞으려던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지만 지상에서 들려오는 인간의 소리를 듣고 원기를 되찾는다. 그녀는 중국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도착한다. 그녀에게 중국인은 인디언 토착민이나 판도라 원주민처럼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 그녀를 살려주는 생명의 이웃이다. 영화는 미국인과 중국인은 하나의 인류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암시한다. <그래비티>는 많은 미국영화가 보여주는 미국국가주의를 넘어 ‘인류는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하나’라는 진보적인 스토리를 보여줌으로써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관객에게 더 잘 다가갔다.

 

<아바타>와 <그래비티>가 백인중심주의, 미국국가주의를 넘어서는 진보적인 스토리로 세계 흥행에 더 성공했다면, <엘레시움>은 인종, 국가의 경계보다는 계급의 경계에 초점을 둔 진보적인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제작비 1200억원, 흥행수입 2900억원을 거두어 앞의 두 영화만큼 흥행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총 수입 중 미국 내 수입이 950억원인 반면에 해외 수입이 1950억원을 기록했다.

 

<엘레시움>은 사회운영프로그램을 재설정함으로써 계급의 벽을 허무는 사회혁명을 이룩한다는 진보적인 스토리를 담고있다. 스토리를 좀 더 보면, 2154년 LA를 비롯한 지구는 황폐해져 인류 대부분은 황폐한 지구에 살게 되고, 부유한 1%의 특권자들은 가난, 전쟁, 질병이 없는 유토피아적 우주 사회인 엘리시움에 살게 된다. 작업하다가 방사능에 노출된 노동자 맥스(맷 데이먼)가 치료를 받기 위해 진입이 금지된 엘리시움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하여 지구의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도 엘레시움 사회를 개방한다.

 

<엘레시움>은 오바마 의료보험 법안을 둘러싼 미국 내 논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미국 내 진보적인 관객에게 많이 어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흥행수입의 거의 70%는 해외에서 이루어졌다. 보편적인 의료보험을 비롯한 사회정의의 진보적 스토리가 세계의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는데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헐리우드 영화자본은 세계의 많은 관객을 사로잡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데, 이들의 전략에 진보적인 스토리는 저항이 아니라 커다란 도움의 손길이 되고 있다. 진보적인 스토리의 영화를 관객이 많이 보면 볼수록 관객들의 사고가 진보적이 되거나, 진보적인 것에 저항감이 적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자본의 전략에 근본적으로 포획된 한계 내에서 그렇다.

 

한국의 블록버스터 <설국열차>는 열차사회의 계급혁명 과정을 보여주는 듯하다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열차가 허무하게 멸망하는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런 스토리는 한국사회에서의 혁명의 향수와 혁명의 불가능성을 동시에 암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헐리우드 영화를 포함한 진보적인 스토리의 영화가 지닌 근본적인 한계를 암시한다 할 수 있겠다.

 

*** 이 글은 민교협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에 공동으로 연재됩니다.
기사 바로 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3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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