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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의 야생욕망의 집을 해부하다: 김기덕의 <뫼비우스>
저자 정경훈(아주대학교)


                      한국의 야생욕망의 집을 해부하다: 김기덕의 <뫼비우스>

                                                                                                              정경훈<아주대, 영문학>

 

 선정성 논란, 세 차례의 심의,  20분 30초 분량의 삭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김기덕의 신작 <뫼비우스>가 마침내 국내에서 ‘청소년관람불가’등급으로 상영되었다. 이 영화도 그의 대부분의 다른 영화들처럼 국내관객으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반면 해외에선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언어를 찾았다,” “김기덕 감독 영화 중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심오한 작품,” “충격적인 작품이고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등의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뫼비우스>를 본 국내 관객들 중 많은 이들은 영화관람 중 불편함을 느꼈다고 호소한다. 일부 관객들은 영화 상영 중 밖으로 나가야했다. 강남문화로 대변되는 중산층 문화와 감각에 젖은 대부분의 관객에게 한국 가족의 무의식, 즉, 그들의 벌거벗은 야생 욕망을 직설적인 카메라로 보여주는 <뫼비우스>가 불편했을 것이다.

 

 김기덕 영화의 광팬인 필자도 처음 보았을 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만, 두 번째 보니 영화는 쾌락 욕망과 남성성을 토대로 지어진 현대 한국 문명의 집을 사정없이, 날 것으로, 때로 과장하지만 직설적으로 해부한, 우울한 얘기지만 자주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드는 블랙코메디영화였다.

 

 영화의 일부분을 삭제하게 된 것은 근친상간 장면 때문이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느 장면이 문제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근친상간이란 터부와 연관되었기 때문에 더 논란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뫼비우스>에 대한 해석은 정신분석, 불교, 페미니즘, 맑시즘 등 다양한 관점에서 가능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영화가 대놓고 다루는 근친상간, 남근, 쾌락,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에 대한 담론을 연구한 프로이트와 라깡의 정신분석이론을 토대로 생각해보고자 한다.

 

 영화는 비교적 화사한 빛을 받고 있는 집의 쇼트로 시작하고, 이어 집안의 세 사람, 즉, 아버지(조재현 분), 어머니(이은우 분), 아들(서영주 분)의 삼각관계를 보여준다. 카메라는 남근의 존재와 상실, 근친상간, 그리고 쾌락 욕망으로 벌어지는 이들 간의 뜨거운 갈등을 아무런 대사 없이, 오직 비주얼 영상과 신음소리만으로, 직설적이고 날 것으로 보여준다. 근친상간을 둘러싸고 갈등하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죽고, 아들은 이들의 죽음으로 황량해져버린 집을 떠난다. 이러한 영화의 스토리는 프로이트의 오래된 이야기, 즉, 아버지, 어머니, 아들의 무의식 욕망을 다룬 오이디푸스컴플렉스 이야기의 한국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스토리의 요지는 이렇다. 가부장제 사회 의 가족에서 자라는 어린 아들은 자기를 돌봐주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어머니에 대한 근친상간적 욕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강력한 가부장인 아버지는 아들이 근친상간욕망을 버리지 않으면 페니스를 거세하겠다는 위협을 가한다. 거세공포를 느낀 아들은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고, 어머니에 대한 욕망 대신,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남자로 성장한다.

 

 김기덕은 프로이트의 고전적인 스토리를 현대의 한국사회에 어울리게 변형시킨다. 영화에서 처음에 아들은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갖지 않는다. 남편의 외도에 질투를 느낀 여자가 남편의 남근을 거세하려다가 실패하고 남편처럼 성욕을 가진 아들의 남근을 거세한다. 아들의 남성성의 상징인 남근을 거세하는 자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이다. 아버지는 프로이트에서처럼 아들의 성욕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그의 슬픔을 자기 것으로 느끼고 자신의 남근을 아들에게 이식시키고 자신은 거세된다. 이제 거세된 자는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이다.

 

 아들에게 이식된 아버지의 남근은 어머니를 보면 발기한다. 아들의 성욕은 아버지의 남근을 통해 어머니에게 대한 근친상간욕망이 되는 것이다. 혹은 아들의 잠재적 근친상간 욕망이 아버지의 남근을 계기로 드러나는 것이다. 아들의 남근이 발기하는 것을 본 어머니는 거세된 남편을 완강하게 거부한다. 그녀는 이제 남근을 가진 아들을 적극적으로 유혹하여 성관계를 갖는다. 어머니와 아들의 근친상간이 실현되는 것이다. 아버지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들과 어머니의 욕망을 분리시키는 강력한 가부장으로서의 아버지가 아니라 오늘의 무력한 아버지처럼 거세된 아버지이다.  여자의 욕망을 채워주기엔 너무나 무력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남근을 가진 아들을 쫒아가는 그녀에게 더욱더 집착하던 그는 총으로 그녀를 죽이고 자신도 죽인다.

 

 아버지의 근친상간 금지의 총은 어머니를 죽임으로써 그녀를 아들로부터 분리시킨다. 아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을 불러온 욕망의 화신인 자신의 남근을 총으로 쏴버린다.  아들은 아버지의 살인 덕택에 어머니의 근친상간 욕망으로부터 분리되어 그녀로부터 자유의 공간을 가지게 되지만, 이제 자신의 남근이자 아버지의 남근인 욕망의 화신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자기만의 자유의 길을 갈 수 있게 된다. 불교에 귀의하여 탈욕망의 길을 가며 밝은 미소를 짓는 그의 클로즈업으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성정체성담론을 한국 상황에 맞게 뒤틀어 진정한 주체되기의 스토리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영화는 남근을 다룸에 있어 남근의 기표(signifier)적 성격을 부각시킨다. 남근은 남자의 몸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본질적 구성물이 아니라 삭제, 이동, 복원되기도 한다. 아들의 남근이 거세되자 아버지의 남근은 아버지의 몸에서 아들의 몸으로 이동한다. 남근이 남편에게서 아들로 이동함에 따라 여자의 욕망도 남편에게서 아들로 향한다. 이러한 남근의 기표성은 라깡의 남근에 대한 정의와 통한다. 그에 따르면 남근(phallus)는 단순히 생물학적 성기관인 페니스(penis)와 다르게 남성성, 힘, 권력 등 상징적, 기표적 의미를 포함한다. 여자가 욕망하는 것은 단순히 페니스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채워 줄 것 같은 상징적 대상인 남근이다.

 

 어머니에겐 남근이 욕망의 유일한 대상이다. 그녀가 남근을 쫒아다니는 남근의 노예라면, 슈퍼마켓의 여자는 남근에 그녀의 욕망이 고정되어있지 않다. 거세된 아들이 불량배들과 함께 자신을 강간한 후 그녀를 다시 찾아오자 그녀는 그의 어깨에 칼을 꽂는다.  스킨 마스터베이션으로 피학적 쾌락을 느낀 적이 있는 거세된 아들이 칼에 꽂히는 통증 속에서 오르가즘을 느끼자 그녀도 흥분하게 된다. 둘은 남근 없이 욕망의 만족을 함께 한다. 그녀는 또한 자신을 강간한 불량배를 거세하고 나중에 거세된 그가 칼을 들고 와 그녀에게 꽂아달라고 하자 그녀는 그를 받아들인다. 거세된 남자가 피학증적 오르가즘에 다다르자 그녀도 흥분한다. 그녀의 욕망과 만족은 남근에 예속되어있지 않다. 그녀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 그녀를 통해 만족되는 것을 매개로 만족된다. 이들의 쾌락은 남근의 매개 없이 뫼비우스적 의존 관계를 갖는다.

 

 <뫼비우스>는 근친상간, 쾌락, 욕망, 폭력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특히, 여유롭게 두 번째 볼 때, 폭소가 터지는 장면들이 있다.  예를 들면, 영화가 집 쇼트로 시작되고 남편, 아내, 아들이 소개되자마자, 남편의 애인으로부터 온 전화를 뺏으려는 아내와 남편은 몸싸움을 벌이는데, 이때 카메라는 이들의 욕망을 직설적인 비주얼로 벌겨벗긴다.  일종의 우울한 자화상을 보고 있지만 우리는 웃지 않을 수 없다.

 

 

 

 

 

 

 

 

 

 

 

 

 

 

 

  근친상간, 남근, 피학증, 부모님의 야생 욕망 등 우리사회에서 터부시되는 주제를 과감하고 직설적으로 다루며 한국문명의 날 것 욕망을 거친 비주얼로 환하게 조명하는 영화 <뫼비우스>. 남근의 의미를 이 영화만큼 집중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이고 깊숙하게 다룬 영화를 필자는 본 적이 없다. 이 영화는 분명 “잊지 못할 영화”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뫼비우스>는 확실히 인간과 문명의 무의식에 카메라를 들이대온 김기덕의 또 하나의 성취이다.  특히 카메라를 김기덕 감독 자신이 직접 감독함으로써 벌거벗은 인간 욕망의 저속함을 거칠게 보여준 것이 눈에 띈다. 영화에 심미적 아름다움이 있다면, 야생욕망을 벗겨 보이려는 거친 카메라워크의 저속함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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