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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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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중미일 시민의 휴매니티 연대로 일본군국주의를 넘자 - 장이모우의 <진링의 13소녀>
저자 정경훈(아주대학교)


         한중미일 시민의 휴매니티 연대로 일본군국주의를 넘자:
                                                     장이모우의 <진링의 13소녀>(金陵十三釵)

                                                                                                        정경훈(아주대학교)

 

 침략의 과거사를 부인하고 일본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집권세력의 움직임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광복절을 며칠 앞 둔 8월 12일 아베 총리는 자신의 선거구인 야마구치현 나가토시를 방문해 군대보유 금지와 전쟁 포기를 선언한 평화헌법9조를 개정하는 것이 자신의 역사적 소명이라고 선언했다. 현재 아베정권은 일본이 공격받지 않아도 동맹국이 공격 받으면 자위대로 반격할 수 있는 '집단 자위권'을 위한 법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아소 다로 부총리는 도쿄의 한 심포지움에서 헌법개정을 역설하면서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바이마르 헌법이 나치 헌법으로 바뀌어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헌법을 바꾼 나치의 수법을 배우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과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일본의 5개 야당들도 아소의 해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소에 대한 비판은 동아시아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대인인권단체(the Simon Wiesenthal Center)도 그의 해명을 요구하면서 “나치로부터 무슨 수법을 배울 가치가 있는가?” “세계가 나치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떻게 권력자들이 행동하지 말아야할 것인지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국내외의 비판이 거세지자 아소는 “나치를 언급한 것은 나의 진의가 아니었다”고 자신의 나치발언을 철회했다. 

 

 침략의 과거사를 부인하고 제국의 영광의 재현을 갈망하는 일본의 우파 세력을 한국과 중국은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 이외에 이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시민세력이다. 이들은 미국의 연방 하원과 뉴욕주의회 상원 등에서 ‘종군위안부결의안’이 통과되고, 미국의 여러 주에서 위안부 기림비가 건립되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하시모토의 발언을 통렬하게 비판함으로써 그에 대한 일본 대중의 지지를 심각하게 약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미국 시민들과 달리,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매케인은 최근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지지하였고, 중일 갈등의 큰 원인인 센카쿠(댜오위다오)열도가 일본 영토라고 발언했다.  그는 재정이 어려워져 군사비를 감축해야하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계속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중일갈등을 부추기고 대중전략의 전선에 일본군대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에게 동아시아의 진정한 평화는 중요치 않다.

 

 아베, 아소 등의 일본 제국주의자는 물론 매케인 등의 미국 패권주의자들의 기도를 극복하고 동아시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평화를 사랑하는 한중일과 미국의 시민들의 연대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일본제국의 난징대학살이 자행되는 동안 중국 매춘부들과 평범한 미국인 장의사가 휴매니티(humanity)로 연대하여 자신들을 희생하면서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소녀들을 구출하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는 장이모우의 2011년 영화 <진링의 13소녀>(The Flowers of War)가 새삼 주목된다.

 

 

 

 

 

 

 

 

 

 

 

 

 

 

 

 

 

 

 

 영화는 1937년 12월 당시 장개석 정부의 수도였던 난징은 일본군에게 함락당하고 약30만명이 살해되고 수많은 여자들이 강간당하는 난징대학살 사건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난징의 곳곳에서 대학살과 강간이 자행되는 동안 일본군을 피해 짙은 안개로 가득한 거리를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수녀원의 여학생들, 성당의 죽은 신부의 매장을 도우러 가던 미국인 장의사 밀러(크리스천 베일), 그리고 12명의 매춘부들이다.

 

 밀러는 일본군의 위협으로부터 간신히 몸을 피하다가 우연히 숨어있는 여학생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성당에 들어가 숨는다. 성당은 어렸을 때 고아로 버려졌다가 죽은 신부에 의해 입양되어 성당에서 자라면서 영어를 배운 10대 소년 조지(후앙 티엔유엔)가 지키고 있다. 밀러는 조지를 보자마자 돈이 있는 성금함이 어디 있느냐고 묻고, 탈출할 수 있도록 고장난 트럭을 고쳐달라고 조지가 말하자 돈을 먼저 주지 않으면 고칠 수 없다고 냉정하게 답한다. 돈 대신 포도주를 찾아낸 밀러는 포도주를 마시며 한껏 취한다.

 

 밀러와 여학생들이 성당에 피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친화이강의 여인’이라는 유명한 매춘부들이 성당 담을 넘어 들어온다. 이들은 들어오자마자 지하실에 자리를 잡고 사창가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여학생들이 더러운 매춘부들과 목욕탕을 함께 쓸 수 없다고 이들의 목욕탕 출입을 막자 여자들 간에 한 바탕 싸움이 일어난다.

 

 밀러는 매춘부들 가운데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우(니 니)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수녀원학교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똑똑한 학생이었지만 13살 때 의붓아버지에게 강간당하고 매춘계에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밀러는 그녀에게 돈을 주면서 섹스를 하자고 한다.  모우는 자기들을 탈출시키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잘해주겠다며 거절한다.

 

 

 

 

 

 

 

 

 

 

 

 

 

 이윽고 일본군이 성당에 쳐들어온다. 매춘부들이 지하에 숨어 있는 동안 일본군들이 여학생들을 발견하고 이들을 잡아 겁탈한다. 이를 목격하자 밀러는 신부로 가장하고 일본군에게 하나님의 집인 성당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치고, 겁탈당하는 소녀들을 구하려다 일본군의 개머리판에 머리를 맞고 기절한다.  전쟁 통에서도 돈과 섹스만을 찾던 평범한 미국인인 밀러가 소녀들의 휴매니티를 유린하는 일본군의 반인륜적 행위에 분연히 일어난 것이다. 그는 우연히 만난 친구 테리가 난징을 탈출할 마지막 기회이니 같이 가자고 해도 소녀들과 매춘부들을 지켜야 한다며 성당으로 다시 돌아간다. 난징의 대학살과 강간이 그를 이들에 맞선 휴매니티의 수호자로 바꿔버린 것이다.

 

 다음날 일본군 대좌 하세가와가 성당에 들어온다.  성당에서의 겁탈을 사과하고 성당을 보호하기 위해 정문에 보초를 세우겠다고 말한다. 소녀들이 합창을 잘 하는 것을 알고 일본군의 난징점령축하식에 밀러와 소녀들이 와서 축하노래를 불러줄 것을 주문한다. 밀러가 거절하자 한명도 빠짐없이 여학생 13명 모두 참석하는 것이 명령이라고 못박고 돌아간다.

 

 점령축하식에 가게 되면 동족의 대학살과 강간에 축가를 부르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군들에게 농락당할 것이 뻔한 상황을 아는 여학생들은 자살하기 위해 성당의 종탑으로 올라가 뛰어내리려한다. 이를 알게 된 모우는 여학생들 대신에 자신이 가겠다고 자청한다. 다른 매춘부들도 한 명 한 명 같이 하기로 한다. 여학생들로부터 더럽다고 모욕당했던 이들이 여학생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것이다.

 

 하세가와가 13명 모두 참석할 것을 명령했지만 매춘부는 12명뿐이다. 1명이라도 모자라면 일본군이 성당을 수색할 것이고 그러면 여학생들이 모두 발각될 것을 예상한 조지는 자신이 여자로 분장하고 함께 가겠다고 자원한다. 밀러가 그에게 그들을 태운 일본군 트럭이 코너를 돌면 뛰어내려 도망치라고 조언하자, 조지는 점령축하식에 도착해서 발각될 때까지 여자인 척 할 것이라 단호하게 말한다. 밀러와 여학생들이 탈출하는데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다.

 

 

 

 

 

 

 

 

 

 

 

 

 

 장의사인 밀러는 분장기술을 발휘하여 매춘부들과 조지를 여학생들로 변장시킨다. 일본군 트럭이 도착하고 밀러는 트럭에 올라타는 한 명 한 명에게 조그만 선물을 주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다. 이들이 트럭을 타고 가는 동안 밀러는 여학생들을 고쳐놓은 트럭 밑바닥에 숨기고 포도주 상자로 덮고 난징을 탈출한다. 검문소를 무사히 지나 탈출에 성공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여학생들을 위해 자기희생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13명의 아름다운 꽃 모우, 매춘부들, 조지의 거룩한 행위에 안타까움과 미안함과 감동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인 난징대학살은 731부대의 인간생체실험과 더불어 일본군국주의의 반인간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일본 우파들은 난징대학살에 대한 담론이 일본을 욕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음모에 의해 상당히 과장, 왜곡되었으며, 당시의 살상은 전쟁이 보통 가져오는 살상 이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그들다운 주장이기에 놀랄 것도 없으리라.

 

 위안부 강제동원, 난징대학살, 인간생체실험 등 일본제국의 어두운 과거를 사과하기는커녕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발뺌하면서 제국의 힘을 다시 갖고 싶어 하는 일본 우파들과 이웃하여 사는 한국과 중국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영화<진링의 13소녀>는 우리에게 하나의 길을 암시한다.  일본제국주의의 부활을 막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중일의 시민과 미국의 시민이 함께 ‘휴매니티 연대’로 단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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