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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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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진(경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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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견/칼럼] [펌] 북한은 핵을 가진 예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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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을 가진 예수>


인류 역사에 가장 영향을 미친 인물은 아마도 예수일 것이다. 예수는 20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류의 정신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수의 사상은 한마디로 사랑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지상에서도 실현하는 것이 그의 사명이었다.


하지만 예수의 사랑은 아직도 실현되지 않았다. 2000여 년 동안 수십억의 인류가 예수의 가르침을 따랐지만 지금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상은 여전히 억압과 착취, 증오와 갈등으로 가득하다. 예수가 맞섰던 로마제국은 사라졌지만 인류의 역사에는 무수한 로마제국이 등장했고 지금도 제국의 압제 아래서 수십억의 인류가 고통 받고 있다.


예수도 동포들의 조롱과 비난 속에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며 비참하게 최후를 마쳤다. 그의 죽음은 부활을 통해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했지만 부활과 같은 초자연적 퍼포먼스로도 증오와 갈등을 멈추지는 못 했다.


예수의 사랑은 인류의 보편적인 이상이다. 공자의 '인', 부처의 '자비'도, 마호메트의 '형제애'도 예수의 이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억압과 착취, 차별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은 인류 누구나 꿈꾸는 이상세계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아직도 요원하다.


예수도, 공자도, 부처도, 마호메트도 모두 사랑을 설파했지만 왜 그들의 이상은 아직도 실현되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그들에게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수는 원수조차 사랑하고 오른 뺨을 맞으면 왼 뺨을 내밀라고 가르쳤지만 그런 절대적 사랑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정의 없는 권력은 폭력일 뿐이지만 권력 없는 정의는 공허하다. 사랑 없는 힘은 잔인하지만 힘이 없는 사랑은 비굴하다. 힘없는 사랑은 사랑 없는 힘을 이길 수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이런 냉혹한 세계를 바꾸려면 사랑도 힘이 있어야 한다.


만약 예수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물리적 힘이 있었다면 인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예수가 핵과 같은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의 이상은 지상에서도 실현되었을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핵이 없는 예수는 핵이 있는 로마제국을 이길 수 없다.


남북, 북미정상회담이 잇달아 합의되었다. 몇 주 전 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이제는 역사가 되었다. 이제 겨우 평화로 가는 첫 걸음을 뗐을 뿐이지만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일성처럼 이 한 걸음이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도약’이 될 것이다.


북한에 온갖 악담을 퍼붓던 트럼프도 "북한이 아주 잘 해나갈 것으로 본다. 나는 우리가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트럼프의 급태세전환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불망나니’처럼 전쟁에 미쳐 날뛰던 트럼프는 왜 갑자기 순한 양 된 것일까? 갑자기 예수의 계시라도 받았을까? 물론 그럴 일은 없다.


트럼프가 느닷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오랜 친구처럼 곰살맞게 구는 이유는 단순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핵이 있기 때문이다. 핵이 없었다면 트럼프는 지금도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북한의 목을 조르고 있을 것이다.


정전 직후부터 지금까지 북한은 끈질기게 평화협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30년 동안 북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힘없는 평화의 외침은 힘없는 사랑처럼 공허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기 시작한 건 영변핵시설이 프랑스 인공위성에 포착된 80년대 말이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조용히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다. 악명 높은 부시의 아버지도 북한과 대화했다. 그리고 북한이 중거리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94년 클린턴은 어쩔 수 없이 ‘북미제네바합의’에 도장을 찍었다. 핵과 미사일에 대한 두려움이 ‘오만한 미국’을 대화로 이끌었다.


하지만 제네바합의는 종이장에 불과했다. 클린턴 정부는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클린턴은 애초부터 합의를 지킬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북한이 1998년 '광명성1호‘를 발사하자 겨우 다시 협상장으로 나왔다. 전쟁전야까지 치닫던 한반도위기는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올브라이트가 평양을 방문하고 북한의 조명록 특사가 워싱턴을 방문해 ‘북미공동코뮤니케’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 뒤에도 9.19공동성명, 2.13합의 등 북한이 군사적 압박의 강도를 높일 때마다 미국은 이런 저런 합의문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다 공수표였다. 아직은 북한의 ‘핵무력’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단지 시간을 벌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했다.


지난해 말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지 않았다면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정상회담에 합의한 것은 더 이상 북한을 힘으로 제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이 없으면 대화도 없고, 힘이 없으면 평화도 없다. 이것이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다.


아마도 북한의 ‘핵무력 완성’이 아니었다면 남북정상회담도, 북미정상회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평창올림픽도 최악의 올림픽이 되었을지 모른다. 역설적이지만 핵이 평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핵무력 완성’ 이후 북한의 행보는 국제 정치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강자에 의한 약자의 지배의 역사였다. 힘을 가진 자는 의례히 힘없는 자를 지배했다. 힘이 없을 때는 평화를 외치던 나라가 힘을 가진 후엔 전쟁광으로 돌변하는 장면을 역사는 수도 없이 목격했다.


예컨대 1차 대전 이전에는 '민족자결주의'를 외치던 미국은 세계대전의 승자가 된 후에는 제국주의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사회주의국가인 소련과 중국도 핵무장 이후 사회주의와는 거리가 먼 대국주의로 전향했다. 핵은 곧 패권이었고 핵보유국들은 (자본주의 국가건, 사회주의 국가건) 의례히 패권주의를 지향했다.


그동안 인류는 힘이 곧 정의가 되는 불편한 장면을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법칙처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힘 앞에서 정의는 무기력했고 오직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정글법칙만이 세계를 지배했다. 인류의 이상과는 거리가 먼 야만적 세계가 펼쳐졌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을 실천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력 완성 이후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를 위협하는 '불량국가'라는 북한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는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있다. 서방세계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세계 정복이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바 '적화통일'의 공포도 눈 녹듯 사라지고 있다.


핵무장 이후 북한은 패권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평화공세'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핵무기를 대화의 지렛대로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평화행보는 이전의 핵보유국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그들이 왜 핵무장을 추구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큰 결단’은 북한의 핵무기가 대화와 평화의 수단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대화를 위해, 평화를 위해 핵을 가진 것이다. 사랑에 핵을 더 하니 비로소 평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핵은 대화의 핵, 평화의 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측 특사단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핵보유국이 먼저 핵폐기를 언급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불은 불로 다스린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으로 핵을 다스리려 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시도가 한반도 비핵화 나아가 세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평화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핵 없는 세계’를 지향하는 핵보유국의 등장은 약육강식의 세계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고 있다. 힘이 있는 사랑이 지배하는 세계. 그것은 예수가 꿈꾸고 온 인류가 꿈꾸던 세계다. 그리고 그 새로운 세계의 중심에 한반도가 있다.


핵에 기초한 북한의 평화전략은 '협상가' 문재인 대통령의 '균형외교'와 맞물려 전례없는 외교적 상승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환상적인 '공조'에 의해 한반도 지정학적 숙명은 극적으로 반전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지금 여기서 핵을 가진 예수의 부활을 목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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