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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산대학교 고현철 교수를 제물로 삼은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은 폐기돼야(전현수 경북대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제96호
이름 민교협 이메일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되어 박근혜 정부에서 한층 강화된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은 온갖 행ㆍ재정적 수단을 동원해서 총장 직선제 폐지를 강박하는 정책으로 귀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립대학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부산대에서는 고현철 교수가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라.”는 유언을 남긴 채 투신하여 ‘무뎌진’ 대학과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총장 직선제 대신 교육부가 강요하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 선정방식’은 국립대학의 총장 후보자 선출 방식 선택권 및 총장 후보자 추천권을 사실상 부정하면서 국립대학의 자율성을 난폭하게 유린하고 있다. 창의성에 기초한 국립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은 조속히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고현철 교수, '무뎌진' 대학과 사회를 일깨우다


8월 17일 부산대 고현철 교수가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라.”는 유언을 남긴 채 운명을 달리했다. 고현철 교수는 “살얼음 얼음물 속, 흙자갈 속을, 자갈자갈 헤치며 떠다니는, 평사리 송사리” 같이 “내 어찌 여기서 끊겠는가, 그동안 어렵사리 길들여 온, 지겨운 이 길을, 흙먼지 날리는 이 길을, 헤엄쳐 가지 않겠는가.” 노래한 시인이다. 왜 이런 시인이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며 자랑스러워했던 모교의 본관 4층 국기게양대에서 홀연히 몸을 던진 것일까?

“드디어 직선제로 선출된 부산대학교 총장이 처음의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 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일종의 총장 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부산대학교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였는데, 참담한 심정일 뿐이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교육부의 방침대로 일종의 간선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서 올려도 시국선언 전력 등을 문제 삼아 여러 국ㆍ공립대에서 올린 총장 후보를 총장으로 임용하지 않아 대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란 점이다. 교육부의 방침대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후보를 임용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고 대학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민주주의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

이상은 고현철 교수가 남긴 유서의 일부이다. 이처럼 고 교수는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인 대학에서 민주주의가 심각히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 크게 상심했다. 그런데 그가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문제는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대학과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졌다.”는 점이었다. 국정원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고 사람들 핸드폰과 컴퓨터로 헤집고 다녀도, 해고 노동자들이 20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해도, 밀양의 할머니들이 쇠줄을 목에 걸고 수년째 싸워도, 배가 침몰해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해도, 우리는 잠간 동안 분노하거나 슬퍼하다가도 이내 일상으로 되돌아가 버린 것이다. 무뎌진 것이다. “국정원 사건부터 무뎌 있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교묘하게 민주주의는 억압되어 있는데 무뎌져 있는 것이다.”

고현철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지난날 민주화 투쟁 시기의 투쟁 방법과 같은 충격요법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 때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감당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야 무뎌져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각성되고 진정한 대학의 민주화 나아가 사회의 민주화가 굳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고 결심했다.

고현철 교수는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총장 직선제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보았다. 그는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의 하나이며, 국ㆍ공립대학을 대표하는 위상을 지닌 부산대학교가 대학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보았다. 현대사에서 부산대학교가 늘 그런 역할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것처럼.


부산대학교, 총장 직선제 존폐 문제로 갈등을 겪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이자 국ㆍ공립대학의 대표주자인 부산대학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고현철 교수는 대학 민주화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부산대학교는 전국 40여 곳의 국ㆍ공립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직선제를 유지해왔다. 문제는 2011년 10월 총장 직선제 유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김기섭 총장이 이듬해 간선제로 전환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시작됐다. 김 총장의 입장 변화는 교육부가 2012년 1월 "국립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사업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압박한데 따른 것이었다.

2012년 8월 김 총장은 대학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직선제를 고수하겠다던 후보 시절의 공약을 뒤집고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의 선정방식’으로 학칙을 변경했다. 이에 반발한 부산대 교수 30여 명은 2012년 8월 29일부터 2013년 3월 28일까지 210일 동안 총장실 부속 접견실을 점거하여 농성을 벌였고, 김 총장은 결국 전체 교수에게 서한을 보내 직선제 복귀를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본부와 교수회의 합의로 구성된 총장선출제도개선위원회는 2014년 6월까지 총장 선출 방식 개선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2014년 3월 20일 합의서상의 투표절차를 거치지 않고 총장 직선제 규정을 일방적으로 폐지하여 사실상 간선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다시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이 일자 2014년 11월 김 총장은 교수 총투표를 실시해 총장 선출 방식을 결정하기로 한 발 물러섰다. 12월 9일 실시된 교수회 정기총회 교수총의 총투표에서는 교수회의 직선제안이 83.9%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김 총장은 이 같은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2015년 5월 6일 다시 전체 교수에게 서한을 보내 “올해 5월 말까지 대학 구성원의 의사를 물어 총장 선출 제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총장 선정 방식 투표 계획안을 조건부로 수용했지만, 김 총장은 6월 2일 “그동안의 모든 학내 합의와 약속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는 취지의 서한을 전체 교수에게 보내 교수회와의 약속을 또 다시 파기했다.

김 총장은 8월 4일 “총장 후보자를 간선제로 선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약속한 총장 직선제를 지키지 못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교수회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매우 아쉽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맞서 교수회는 8월 6일부터 김재호 교수회장이 대학 본관 앞에서 교육부의 총장 간접선거 요구 중단과 본부의 간접선거 규정 개정의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대학 본부는 “직선제로 총장 후보를 추천하면 교육부가 대통령한테 임용 제청을 하지 않을 테고 그렇게 되면 행정 공백이 우려된다. 지방대학의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교육부의 재정지원마저 끊기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교수회는 “민주화운동의 산물인 국ㆍ공립대 총장 직선제는 대학의 자율성 보장과 학문의 자유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진정한 가치를 지키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경북대 등의 사례를 보면 간선제로 추천을 해도 교육부가 대통령한테 임용 제청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반박했다.

부산대학교 사태는 8월 17일 고현철 교수 투신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김기섭 총장은 이날 밤늦게 교수회 농성장을 찾아 “총장직을 사퇴하고 총장 간선제 추진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본부도 "총장 선거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구성원이 원하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학본부와 교수회는 “고현철 교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부산대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대학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부산대학교 교수회는 8월 21일 고인의 영결식에서 “총장 직선제를 지켜내겠다.”고 선언했다.

8월 21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7개 교수단체로 구성된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고현철 교수 추모와 대학 자율성 회복을 위한 전국교수대회를 9월 18일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개최한다고 선언했다.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우리의 동료 교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교육부의 허다한 위법 및 불법적인 대학정책 때문”이라고 규탄하며, 교육공무원법에 규정된 총장 선출 방식의 자율적 결정권을 국립대학에 보장할 것과 행ㆍ재정적 지원과 연계해서 추진한 무리한 대학정책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은 대학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후진화 방안'이다


고현철 교수의 죽음과 총장 직선제 존폐 문제로 촉발된 부산대학교 사태는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되어 박근혜 정부에서 한층 강화된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 기인한다.

교육부는 2010년부터 국립대학 법인화,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 도입,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제정 등을 주요 과제로 하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시행해 왔다. 2012년부터는 총장 직선제 개선을 핵심 내용으로 2단계 ‘선진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국립대학 법인화는 서울대 등을 제외하고는 전면 중단되었다. 법인화가 국립대학의 ‘관치 공기업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성과급적 연봉제도 ‘상호약탈적인 보수체계’라는 비판이 높아 도입이 전면 중단되었다. 재정회계법만이 여야 합의로 올 초에 제정되었는데, 기성회비-수업료 통합 징수에 교육부와 국립대학이 이해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등장 이후 교육부는 온갖 행ㆍ재정적 수단을 동원해서 총장 직선제 폐지와 간선제 도입을 강박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국립대학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어야 했다. 총장 직선제는 대통령 직선제와 마찬가지로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인 성과물로 간주되었고, 국립대학이 국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율성을 확보하는 기초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교육부의 강압에 따른 대학 구성원의 반발로 상당수 국립대학은 ‘거대한 내란’을 겪었다.

교육부는 총장 직선제가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 신장, 대학교원의 참여 의식 제고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책무성 약화, 학맥ㆍ인맥ㆍ지연 등 파벌형성, 대학의 정치화로 인한 교육과 연구의 소홀, 공약 남발로 인한 등록금 인상, 논공행상식 보직 임명, 선거과열 및 막대한 선거비용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주장하며 직ㆍ간접 선거에 의한 선출방식을 배제하고 ‘총장임용추천위원회에 의한 선정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육부는 2012년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국립대학에 총장 직선제 폐지를 학칙으로 규정할 것과 약속 이행에 대한 MOU를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경북대학교를 비롯한 거점국립대학들은 교육부의 방침에 항의해 MOU를 체결하지 않았다. 그 결과 경북대학교는 이 사업에서 탈락하여 약 60억 원 가량의 재정 지원이 삭감되었다. 이전에 매년 이 사업에서 70~90억 원의 지원을 받아오던 대학으로서는 커다란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2014년에 교육부가 지방대특성화사업에서 총장 직선제 폐지를 평가 항목으로 추가함으로써 직선제 폐지 압박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결국 이 해에 부산대를 제외한 모든 국립대학이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전환했다. 부산대는 직선제를 고수하려다 이 사업에서 탈락한 후 총장 직선제 존폐를 둘러싼 갈등을 겪으면서 고현철 교수의 투신이라는 비극을 맞게 되었다.

교육부는 직선제의 폐해는 과장하고 장점은 최소화해 직선제 폐지의 당위성만을 선동적으로 홍보해 왔다. 총장 직선제에는 장점과 함께 단점도 많다. 이것은 사실이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통령 직선제에도 총장 직선제 이상의 폐해가 있지만 어느 누구도 다시 유신시대로 돌아가 체육관에서 몇몇 사람들이 모여 대통령을 선거하자고 하지는 않는다. 직선제는 과잉 정치화에 따른 부작용을 동반하지만 대표성, 정통성, 통합성이라는 측면에서 간선제나 임명제에 비해 훨씬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권장하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 선정방식’은 직선도 간선도 아닌 해괴한 선정방식으로 국립대학 교수들의 자존감을 짓밟았다.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교수 위원 31인, 교직원 위원 4인, 학생 위원 1인, 지역사회 위원 12인 등 총 48명으로 구성된다. 선정 당일 컴퓨터 무작위 추첨에 의해 각 범주별로 위원 후보들이 선발되고, 이들에게 새벽부터 전화를 돌려 투표참가 수락여부를 묻는다. 수락을 수용하는 위원 후보들이 나올 때까지 추첨이 계속된다. 이렇게 해서 확정된 위원들이 모여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선정 절차에 들어간다. 이 방식은 직선제보다 행정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고, 운영 과정에서 오류도 많이 발생했다. 무엇보다도 추천 위원의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됐다. 남자 교수는 30분의 1, 여자 교수는 10분의 1에 그쳤지만, 지역사회 위원은 5분의 1에 달했고, 직원과 학생은 상징적인 정도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국립대학이 ‘총장임용추천위원회 선정방식’으로 총장 후보자를 선정해서 임용추천을 해도 교육부는 대통령께 임용제청을 하지 않는 것이다. 공주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북대학교에서는 교육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뽑힌 총장 후보자의 임용을 아무런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거부하고 있어 총장 공석 사태가 1-2년씩 장기화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교육부의 총장 임용제청 거부처분이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위법적 행위이며, 대학의 자율성과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보장한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는 폭거라고 판결했지만 교육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대법원에 상고하여 대학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은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다

우리 헌법은 대학 구성원 자신이 공권력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하여 진리탐구와 지도적 인격의 도야라는 대학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대학이 총장 임용 후보자를 선출하여 교육부장관에게 추천하는 것은 대학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에 포함되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편 교육공무원법은 총장 후보자를 선정할 때 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하거나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선정하게 하여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를 한사코 거부하며 ‘총장임용추천위원회에 의한 선정방식’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총장 후보자 선정 방식을 대학의 자율에 맡긴 헌법과 법률의 정신에 크게 반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한국체육대학에서 4번에 걸쳐 대학이 추천한 총장 후보자의 임용이 거부되다가 친박계 정치인이 후보자로 추천되자 공석 23개월 만에 총장으로 임용된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총장임용추천위원회 선정방식’은 정권의 입맛에 들지 않는 총장 후보자를 배제하고 입맛에 맞는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해서 국립대학을 지배ㆍ통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국립대학 총장 직선제는 폐해보다는 장점이 많다. 우리나라 국립대학은 여전히 입시정책 하나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교육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교육부의 관료적 통제가 강고한 상황에서 총장 직선제는 대학의 자치를 지키는 유력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총장 직선제는 총장의 위상을 제왕적 총장에서 봉사하는 총장으로 바꾸어 왔다. 그것은 또한 대학사회에 참여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왔다.

교육부와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직선제의 폐해는 과장된 측면이 많다. 대다수 교수들은 선거가 아니라 강의와 연구로 바쁘다. 직선제의 폐해도 대학사회의 감시ㆍ자정 기능에 의해 크게 개선되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엄격한 감독으로 음성적인 사전선거운동이나 금품ㆍ향응 제공은 반드시 추적된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교수들을 배반하고 총장이 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총장 직선제가 최초로 도입된 목포대학교의 고석규 전 총장은 최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목포대에서 직선제 폐지를 결정한 2012년까지 부정선거로 문제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국립대학의 총장 직선제는 유신시대의 총장 임명제에 대한 민주화의 산물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되어 박근혜 정부에서 한층 강화되고 있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은 국립대학 총장 선정 방식을 권위주의 시대로 완전히 되돌려 버렸다. 직선제도 간선제도 아닌 ‘총장임용추천위원회 선정방식’은 국립대학의 총장 후보자 선출 방식 선택권 및 총장 후보자 추천권을 사실상 부정하면서 총장 임명제를 향한 길을 열고 있다. 대학 총장 선출 제도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정부가 국립대학의 자율성을 난폭하게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퇴행적인 정책이다. 21세기 무한경쟁 시대는 창의성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인데, 창의성은 자율적이고 민주적이며 수평적인 토론문화 속에서만 살아 숨 쉴 수 있다. 창의성은 절대로 일사불란한 권위주의적 지배복종체제 속에서는 생동할 수 없다. 고도의 지식창출 기관인 대학이 자율성을 잃게 되면 창의성에 기초한 경쟁력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원문보기>>http://www.kcgg.org/publications/issues.php?sno=0&group=basic&code=B10&category=&&abmode=view&no=1164&bsort=&bfs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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